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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Feb 26. 2019

3.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다.

뭣이 중헌디? 명칭에 현혹되지 말자.

은서야. 벌써, 세 번째 편지를 쓰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임금에 대해 들어가 볼까.

저번 편지에서 짧게 얘기했지만, 퇴직급여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해.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나 실업급여 등 다른 작업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지.      


1. 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임금이 그렇게 중요한 거라면, 우리 법에서 그냥 두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지? 은서야 인사팀이라면, 항상 노동법전을 주위에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해.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 앱이 잘 돼 있어서, 근로기준법이나 주요 법률들은 미리 앱으로 다 깔아 두고 볼 수 있도록 설정을 해 두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서는 임금에 대해서 정의를 하고 있어.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아, 법률에 임금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으니까, 뭐가 임금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겠구나,라고.

후후. 한 번 따져보자. 그렇게 쉬운 문제인지 말이야.      


(1)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지만 임금이 돼.       


이건 쉽지? 회사가 주는 돈만 임금이라는 거야. 그럼, 회사가 주지 않는 돈도 있냐고?

그럼. 예를 들어 고객이 수고했다고 너한테 팁을 준 거야. 그런 것들은 회사가 준 게 아니니까, 임금이 아니겠지.

또 하나 질문을 던져볼게.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상,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무서운 수단이 바로 세금과 군대야. 매번 통장에서 사회보험료와 세금 나가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리다. 하루 만에 통장이 아니라 텅장이 돼 있는, 그런 미스터리를 우리는 매 월급날마다 보고 있지.        

은서 너도 이제 근로소득세를 내게 될 거고, 사회보험료를 내게 될 거야.


그럼, 그런 보험료나 근로소득세도 퇴직급여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하는 걸까? 즉 임금에 해당하는 걸까? 어떻게 생각하니?

어떤 사람은 그런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는 회사가 국가에 내는 거니까, 임금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 아니야. 그건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원래는 근로자가 임금을 받고, 그 임금에서 세금을 떼고 사회보험료를 내야 되는데, 그 중간과정을 생략해서 회사가 원천적으로 징수를 해서, 바로 국가에 그 돈을 내고 있을 뿐이야. 근로자한테 들어왔다가 나가는 과정을 줄여버린 거지. 혹, 회사가 더 내거나 덜 낸 게 있으면, 나중에 정산을 하게 된단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그런 돈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주고 있는 거니까, 임금에 해당한단다.      


(2) ‘명칭을 불문’한단다.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금품이 임금인지는 명칭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야.

우리 근로기준법에 그렇게 돼 있지?


‘어떠한 명칭이로든지’      


영세업체의 급여내역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대기업체의 급여내역을 보면, 참 복잡하게 돼 있어. 생전 처음 들어본 듯한 수당들이 급여명세서에 찍혀 있는 경우도 있어.  


예를 들어 보자. 어떤 회사가 매년 10월에 김장수당이라는 이름으로 근로자들에게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건 퇴직급여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하는 걸까? 즉 임금인 걸까?


여기서 버려야 할 생각.
‘김장수당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임금이 아닌 거야.’     
이 생각은 이제부터는 접어야 해. 알겠지?


왜 김장수당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름, 때문이겠지.

김장수당은 배추 사라고 준 돈이니까,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 법에서는 뭐라고 하고 있니? ‘어떠한 명칭이로든지’. 명칭은 안 보겠다는 거야.      

그럼, 의문이 들겠지. 그러면 이 금품이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말이야.      

사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란다. 명칭으로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그걸 판단해야 하는 걸까. 결국 근로자들이 받고 있는 금품이 임금인지, 아닌지는 판례의 태도를 살펴볼 수밖에 없어. 오늘은 판례의 태도를 통해 김장수당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오늘은 거기까지만 살펴볼게.   

   

2. 판례에서는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를 지급의무와 지급형태로 판단해.      


한 번 두괄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볼까. 자, 판례에서 임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야.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12.2.9. 선고 2011다20034 판결)      


(1) 우선 회사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해.      


사장이 이렇게 말하면서 김장수당을 지급했다고 가정을 해 볼까?     

“직원 여러분들. 올해는 배추 한 포기 사기도 쉽지 않으시죠? 제가 올해에 한해서 20만 원의 김장수당을 드리겠습니다.”     


사장이 직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20만 원을 지급한 거야. 이건 임금일까?

아니야. 이건 임금이 아니야.

사실은 법원도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인지, 아닌지가 확실하게 판단이 안 돼. 워낙 명칭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소송은 제기되었으니 이 금품이 임금인지 아닌지는 판단을 해야 해.

그때 법원이 이런 기준을 제시한 거야.      


은서야. 네가 회사에 입사를 하려면 근로계약이라는 계약을 체결해야 돼. 이미 체결했겠지?

그런데 근로계약의 내용을 한 번 이해해 보렴. 은서 네가 회사에 대해서 노동을 제공하겠다는 계약이야. 계약기간 동안에는 노동을 제공할 의무가 발생하는 거지. 그럼, 회사는 너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야겠지?

자, 질문. 임금을 지급할 수도 있는 거니? 지급을 해야 하는 거니?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 임금은 노동자가 노동을 했으면 제공해야 하는 거야. 거기에서 법원이 임금의 판단기준을 찾아낸 거야.      

 

어떤 금품이 임금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에게 지급의무가 있어야 해.


지급 여부를 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임금이 아니란다. 거꾸로 얘기하면, 김장수당이라는 명칭을 가진 금품도 회사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임금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럼, 네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등을 살펴봐야겠지. 그런 규정에서 의무조항으로 돼 있는지를 말이야. 그게 중요한 거야.      


(2) 계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임금이 돼.


 어떤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회사에게 지급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했지? 그런데, 생각해 보렴.

지급의무가 있으면, 그 금품이 어떻게 지급되겠니? 한 번 지급하고 끝날까? 아니겠지.


지급의무가 있다면 그 돈은 계속적으로 지급되고 있을 거야.


지급의무가 있으면, 아무 때나 사용자가 기분 내키는 대로 지급할까? 그렇지 않겠지.


지급의무가 있다면 그 돈은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을 거야.      


그래서 법원은 어떤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지급형태로 다시 한번 판단하고 있단다. 계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면 그 금품은 임금이 될 수 있어.       


어때? 조금 신기하지 않니? 우리 법원에서 임금을 판단하는 기준이 말이야.

사실 이렇게 내가 편지를 써서 설명할 정도로 임금이 복잡한 이유는 다사다난했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에서 찾을 수 있을 거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말이 길어지는구나. 임금에 대한 판단은 다음번 편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꾸나.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렴.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다.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는 명칭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는 지급의무와 지급형태로 판단한다.      


이상 끝.      

이번 달에 나올 월급을 상상하며, 오늘도 행복하길.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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