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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Feb 28. 2019

5. 모든 금품이 임금은 아니다.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들-


은서야. 인사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여러 가지 금품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게 될 거야. 

그 금품 중에서 뭐가 임금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지? 그래서, 지난 편지까지 임금에 대한 개괄적인 판례법리를 소개한 거란다. 

임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할 건데, 그전에 이번 편지에서는 임금이 아닌 금품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 

분명히 회사가 무언가를 지급했는데, 임금이 아닌 것들도 있단다. 그런 것들은 퇴직급여 같은 것들을 산정할 때는 포함되지 않아. 그런데, 그런 금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원에게 지급되긴 하지만 임금이 아닌 것들... 어느 정도 틀을 잡아두는 게 필요할 것 같아.      


1. 호의는 의무가 아니란다 은혜적호의적 금품     


지난 편지까지 임금에 대한 판례의 태도를 살펴봤단다. 임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니? 기억나니? 그래. 임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지급의무가 있어야 해. 지급의무가 없는 것은 임금이 아니란다. 


만약에 네가 1년간 너무 일을 잘해서 연말에 우수사원으로 선발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포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은 거야. 그 100만원은 임금일까, 아닐까? 

그런 돈은 임금이 아니란다. 회사가 네게 100만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는 거지. 그냥 연말에 급하게 포상을 해 준거야. 그런 금품을 흔히 호의적 금품, 혹은 은혜적 금품이라고 해. 의무가 아니라 호의라는 거지.      


사용자가 지급의무 없이 은혜적으로 지급하는 금원 등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9.2.9. 선고 97다56235 판결)     


기준을 정해놓지 않고 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도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단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올 한 해 장사를 너무 잘해서, 연말에 모든 직원에게 기본급의 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임금일까? 아니란다. 사용자는 500%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어. 그냥 장사를 잘했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소고기 사 먹으라고 500%를 호의적으로 지급한 거야. 그러니까, 그 500%는 퇴직급여를 산정할 때 포함되지 않는 거야. 

근로소득이니까, 당연히 세금은 내야 해.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과 임금은 다르다고 했던 말, 기억하고 있지? 물론 이런 성과급도 회사에 지급의무가 있다면 임금이 될 수 있어. 그건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야.      


2. 의무가 있더라도 임금이 아닌 금품도 있단다 경조사비      


내가 지금까지 계속 지급의무가 있으면 근로의 대가로 보기 때문에 임금이라고 얘기해 왔잖아.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게 있어. 어떤 회사에서 결혼한 직원에게는 축의금으로 5만원, 상을 당한 직원에게는 부의금으로 1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만약에 네가 결혼을 하면 회사가 5만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거지. 그럼, 그렇게 지급받은 5만원은 임금인 걸까?

의무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임금은 아니란다. 아무리 지급의무라는 기준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임금은 근로의 대가라는 기본 취지를 잊어선 안돼. 결혼이라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특수한 사정에 불과한 거야. 우리 판례에서는 이런 것들을 ‘개별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관련 없이 지급의무의 발생이 개별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는 경우에는 금품의 지급이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등이나 사용자의 방침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금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1.7.14. 선고 2011다23149 판결)       


알겠지? 경조사비 같은 것들은 아무리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개인 근로자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지급하는 금품이라는 점, 꼭 기억하렴. 임금이 아니란다.      


3. 출장비는 임금이 아니야 실비변상적인 금품     


회사 업무상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면, 비용이 발생하겠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발생하지 않을 비용, 말이야. 바깥에 나가는 거니까 교통비도 들 거고, 밥도 사 먹어야 하니까 식비도 들겠지? 숙박을 해야 하는 출장이라면 숙박비도 발생할 거야. 그래서 그런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서 보통 회사에선 출장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정확하게 영수증을 떼 오면 영수증에 찍혀있는 만큼 출장비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고, 아예 지역별로 숙비 얼마, 식비 얼마를 정해놓고서 정액으로 출장비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어. 

부산에 출장을 갔더니 교통비로 10만원, 식비로 5만원, 1일 숙박비로 10만원을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1박 2일 출장을 갔더니, 약 25만원의 출장비가 나온 거야. 그러면 그 출장비는 임금에 해당하는 걸까? 그래서 퇴직급여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하는 걸까?

아니란다. 그런 출장비는 임금이 아니야. 

그런 돈을 보통 실비변상적인 금품이라고 표현해.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이 아니라, 특수한 비용을 변상하기 위해서 지급하는 금품이라는 거지. 출장비가 실비변상적인 금품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어.      


근로의 대상으로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특수한 근무조건이나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함으로 말미암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변상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실비변상적 금원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9.2.9. 선고 97다56235 판결)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이 되는 경우에 국내 근로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주택수당을 더 지급한 사례에서 그 주택수당은 임금이 아니라 실비변상적인 금품이라고 본 판결도 있어. 그러니까, 퇴직급여 산정할 때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임금의 의의나 평균임금제도의 근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국외 주재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지급받은 급여 가운데 동등한 직급호봉의 국내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초과하는 부분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실비변상적인 것이거나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무조건에 따라 국외 주재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임시로 지급받은 임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취업규칙에 국외주재직원에 대한 퇴직금의 액수를 산출함에 있어서 그 부분의 급여를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총액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그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0.11.9. 선고 90다카4683 판결)     


그런데, 또 주의할 게 있어. 이름은 분명히 ‘비용’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비용을 정산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어떨까? 그러면 그 금품은 임금이 될 수 있다는 거야. 판례 하나를 소개해 줄게. 

어떤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구를 하는 경우에 연구실적에 따라 의학연구비라는 비용을 지급하기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아무래도 연구를 하려면 비용이 들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의학연구비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연간 100만원을 지급한 거야. 연구실적과 무관하게 말이야. 그러면 그 의학연구비는 사실은 ‘비용’이 아닌 거지. 실적에 관계없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니까. 그건 판례에서 얘기하는 임금의 판단기준에 포함되는 거잖아. 그래서 임금으로 본 판례도 있단다.      


학술연구및연구비지급운영규칙에 규정된 지급기준과는 달리 의학연구비가 실적에 따른 실비변상조로 지급되어 온 것이 아니고 병원의 과장급 의사 전원에게 매년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되어 왔다면 의학연구비는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의 일부이다.(대법원 1994.9.13. 선고 94다21580 판결)   


알겠지? 비용이라고 이름을 쓰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는 건 아니란다. 임금으로 본 사례도 얼마든지 있어.      


4. 해고예고수당은 임금이 아니란다 손해보상적 성격의 금품       


근로기준법에서는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30일 전까지 해고를 미리 예고하도록 하고 있어. 만약에 30일 전까지 해고예고를 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 그걸 보통 해고예고수당이라고 해. (해고예고제도의 예외도 있지만, 그건 네가 기회 될 때, 살펴보도록 하렴)     


만약에 회사에서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서 30일분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그 수당은 임금인 걸까? 그렇지는 않아. 그 수당은 노동의 대가가 아닌 거니까. 30일 동안 노동을 해서 지급하는 수당이 아닌 거잖아. 그 돈은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차원의 금품인 거지. 

만약에 어떤 직원이 산재를 당해서 회사가 보상조로 주는 금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품은 노동의 대가라 아니라 손해보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거야. 

그런 금품도 임금이 아니란다.      




어때? 이제 슬슬 임금이라고 하는 주제가 손에 잡히고 있지? 인사팀에서 근무할라치면 임금이라는 주제를 손에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 회사를 위해서도, 직원들을 위해서도. 


너의 지식 하나로 노동의 대가가 공중에 흩어진다고 생각해 보렴. 삼촌의 말에 반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복잡한 임금을 어떻게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냐고 말이야. 그래, 맞아. 설령 임금을 잘못 계산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겠니? 이렇게 임금이라는 놈을 누더기로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 전체의 잘못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판례의 태도는 착실히 공부해서 네 것으로 만들어 놓아야 해. 일단 엎질러진 물이지만, 인생은 흘러가고 있으니까. 네 잘못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말이야.

      

오늘도 네게 무거운 돌멩이 하나 머리에 얹어 주고 떠나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그게 또 인사팀 직원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일해 보렴. 나는 그걸 소명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엄청난 부담이었지. 결국은 그 부담을 스스로 내려놓고 말았지만. 

그래. 


회사의 한가운데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인건비의 바다는 무척 깊고, 넓고, 냉정할 거야. 


그 바닷속에서 한가롭게 노를 저을 수는 없겠지. 무조건 인건비를 절감하라는 회사의 목소리는 큰 파도처럼 네게 밀려올 거야. 

그래도 초심을 잃지 말기를.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란다. 

오늘도 너라는 존재 그 자체를 기억하면서, 이 편지를 보낸다. 사랑한다. 은서야.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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