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야. 연말이 되면 성과급 잔치를 하는 회사들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될 거야. 대부분 대기업이지. 그리고 영업실적도 좋은 회사들.
경영성과가 좋아서 성과급을 주는 거니까, 직원들도 행복한 일이야. 좋은 일이지. 맞아.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그 행복한 잔치 자리에서 이따금씩 희미하게 삐져나오는 양극화의 비명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귀뚜라미라는 시가 있어. 가수 안치환이 그 시를 노래로 불렀었지. 매미의 우렁찬 노랫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 귀뚜라미의 애잔한 울음소리. 아무도 귀뚜라미의 타전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 한 번 기회가 되면 들어보렴. 참 좋은 시야. 좋은 노래고.
인사팀에 있으면 인사팀의 시선으로 회사를 보게 되지.
대기업에 있으면 대기업의 논리로 세상을 설명하게 돼.
물론 대기업 직장인들도 고달프고 힘든 세상이야. 하지만 나는 네가 콘크리트 벽의 좁은 틈에서 자기의 온몸으로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가려진 세상을 펼쳐 보렴. 은폐된 현실을 직시하렴. 매트릭스의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자만이 세상을 향해서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테니까.
성과급을 얘기하다 보니까 말이 길어졌다. 나는 그저 매미도 행복하고 귀뚜라미도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짐작했겠지? 오늘은 성과급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해. 다시 감성 모드에서 지식 습득 모드로 전환하고 출발!
오늘은 성과급이 임금인 것인지에 대해서 다뤄볼까 해.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성과급에 대해서 절세하는 방법 혹은 사회보험료를 절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짧게 얘기해 줄게.
1.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
성과급의 다양한 효과와 설계 방법에 대해서는 네가 기회 될 때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책들을 참고하렴. 그런 얘기는 우리의 이야기 주제에서 벗어나는 거니까 생략한다.
이번 편지에서는 성과급을 돈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려고 해. 그러면 이야깃거리가 두 가지로 확 줄어든단다. 첫째. 과연 성과급은 임금인가? 둘째. 성과급은 과세가 되는 것인가?
만약 성과급이 임금이라면 퇴직급여, 그리고 산재보험급여 등이 올라가겠지? 그리고 성과급이 과세가 된다면 소득세나 사회보험료가 올라가게 돼. 회사나 직원들 입장에서 그 두 가지는 다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어.
그럼, 첫 번째의 쟁점으로 들어가 보자꾸나. 성과급은 과연 임금인 걸까?
(1) 불확실한 사유에 따라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회사가 연말에 우수한 실적을 낸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혹은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아서 얼마의 성과급을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성과급의 지급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해마다 회사의 실적 혹은 직원의 개인 실적을 고려해서 전 직원에게 혹은 우수 사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거야. 한 마디로 올해 연말에 성과급이 나올지 안 나올지, 얼마가 나올지를 알 수 없는 거지. 그저 인사팀에서 연말에 기안을 해서 성과급이라는 명목의 돈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야.
이런 경우는 임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정도는 네가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삼촌, 지급의무가 없는 것은 임금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회사에게 지급의무가 없는 거니까, 임금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이야. 맞아. 그런 식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야. 너무 단순한 사례니까, 굳이 여러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판례 하나만 적어 놓을게.
경영의 성과 등 불확실한 사유에 따라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경우는 임금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41217 판결)
(2)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를 정해놓은 개인 성과급
그런데, 회사가 호의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지급기준을 정해놓고서 개인 성과급을 지급한 경우라면 어떨까? 그건 임금인 걸까? 주로 판매직 직원에 대한 판례가 많아. 예를 들어 구두상품권을 10장 판매하면 개별 성과급을 1%, 100장 판매하면 10%의 개별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가 임의로 주는 게 아니라, 취업규칙에 그런 규정이 있는 거야. 그런데, 1장도 판매하지 못하면 개별 성과급은 0원이 되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니? 그런 성과급은 임금이 될 수 있는 걸까?
사실 의견이 좀 갈리고 있긴 해.
개인이 성과를 달성해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임금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아무리 지급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달성해야지만 지급하는 거니까, 지급의무가 없다고 보는 견해야.
열심히 일을 했으면 판매실적이 없더라도 돈을 줘야 하는데, 성과가 없으면 한 푼도 안 주는 거니까, 그건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는 거지. 즉 실적에 따른 대가일 뿐이지, 노동 그 자체에 대한 대가는 아니라는 거야.
근로자 개인의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급은 지급조건과 지급시기가 단체협약 등에 정하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지급조건의 충족 여부는 근로자 개인의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근로제공 자체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임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5.14. 선고 2001다76328 판결)
그런데, 지급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개인 근로에 따른 대가로 지급하고 있고, 지급의무도 있는 거니까, 임금이라는 견해도 있어. 어쨌든 개인이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성과가 나온 것이고,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있는 거니까, 노동의 대가라고 보는 견해지.
포상금은 피고(회사)가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지급시기와 지급액수,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상품권판매는 구두류 제품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피고회사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므로 직원들이 상품권판매를 위하여 하는 영업활동은 결국 피고회사에 대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일부라고 볼 수 있어 포상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5.31. 선고 2000다18127 판결)
그런데, 이렇게 양극화의 길을 치달았던(?) 판례의 입장이 최근에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야. 개인의 실적에 따라 지급금액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지급기준'과 '지급시기'에 따라 지급하고 있는 개별적 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판례를 하나 소개할게. 위에서 소개한 판례와 내용은 대동소이해.
수입자동차를 판매하는 어떤 회사가 있었어. 그런데 그 회사에 인센티브 지급규정이 있는 거야. 판매직 사원이 수입 자동차를 한 대 판매하면 인센티브 얼마, 여섯 대를 판매하면 인센티브 얼마를 매월 지급하겠다는 규정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지. 규정상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거야. 그런데, 판매직 직원이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은 거야. 이건 임금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그래. 법원에서는 이렇게 지급된 개별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이해했어. 회사가 마음대로 주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름의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를 갖추고서 지급하고 있는 거니까, 의무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판매직 사원에게 판매란 매우 매우 중요한 노동이지.
그리고 생각해 보렴. 이런 직원들은 기본급이 낮은 경우가 많아. 이런 인센티브가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소득원이지. 그런데 이런 개별적인 인센티브가 임금이 아니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퇴직금이 뚝 떨어지겠지? 퇴직급여는 임금에 해당하는 금품만 가지고 산정하니까 말이야. 개별적 성과급이 매우 큰 근로자들로서는, 성과급의 임금성이 부정되는 순간 퇴직 후의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거지.
그래서 법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이 문제를 정리한 거야.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를 정해놓고 지급하고 있는 개별적인 성과급은 임금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말이야. 알겠지? 이제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임금성 여부를 파악하려무나.
인센티브 지급규정이나 영업 프로모션 등으로 정한 지급기준과 지급시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왔고, 영업사원들이 차량판매를 위하여 하는 영업활동은 갑 회사에 대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일부라 볼 수 있어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며, 인센티브의 지급이 매월 정기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지급기준 등 요건에 맞는 실적을 달성하였다면 갑 회사로서는 그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며, 인센티브를 일률적으로 임금으로 보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만으로 급여를 지급받기로 한 근로자는 근로를 제공하되 근로의 대상으로서의 임금은 없는 것이 되고 퇴직금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위 인센티브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3149 판결)
(3) 지급조건과 지급대상을 정해놓은 집단 성과급
그런데, 남아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어.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를 정해놓고 지급하는 개별적인 성과급은 임금성을 인정한다고 했잖아. 그러면, 집단적인 성과급은 어떨까?
회사에 집단 성과급에 대한 규정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생산목표를 정해 놓고 그 생산목표를 달성하면 전 직원에게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거야. 거꾸로 얘기하면, 정해 놓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집단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니?
곰곰 생각해 보면 어떤 직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성과는 달성될 수 있어. 혹은 정말로 한 개인이 열심히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성과는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지. 그리고 성과를 달성하지 않으면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거니까, 회사에 지급의무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
그래서 판례는 집단적 성과급은 개별적인 성과급과 다르게 판단해 왔단다. 생산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지는 경우라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고 말이야. 지급의무가 없는 거니까,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거지. 그건 실적에 따른 보상이지, 근로에 따른 대가는 아니라는 거야..
생산실적과 무관하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집단성과급도 임금에 해당하며, 생산실적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퇴직금 산정시 포함해야 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5.9.9. 선고 2004다41217 판결)
즉 집단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서 아예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라면 그 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해 온 거야. 만약에 성과를 달성하지 않더라도 최소한도로 지급하는 금액이 있으면, 그 최소한도의 금액에 대해서만 임금성을 긍정해 온 거지.
그런데, 최근에 공공기관의 판례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가 하나 등장했어.
공공기관은 정부가 경영평가를 해서, 경영평가성과급이란 걸 지급하고 있어. 평가결과가 좋으면 정해진 조건에 따라 많은 금액을 주고, 평가결과가 좋지 않으면 적은 금액을 줘. 최하등급으로 평가되면 그 기관에는 성과급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거야. 요약해서 얘기하면 그 기관의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지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지급된 경영평가성과급을 임금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관평가가 최하위면 지급되는 성과급은 없는데도 말이야. 그래. 이미 예상했겠지?
법원에서는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지는 성과급이라고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고 지급대상과 지급조건이 확정돼 있다면,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봤어. 지급의무가 있다는 얘기는 곧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고 있다는 거지.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경영평가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6157 판결)
조금 간단하게 얘기하면 성과급에 대한 판례법리가 통일돼 가고 있는 것 같아. 과거에는 개별적 성과급과 집단적 성과급의 판례법리가 달랐거든. 그런데 최근에는 지급기준과 지급시기를 정해 놓은 개별 성과급, 지급조건과 지급대상을 정해 놓은 집단 성과급 둘 다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등장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아직 민간기업의 P.S, P.I 등 집단성과급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계속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이란다.
자. 방대한 주제이긴 하지만, 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꾸나.
아. 참. 한 가지가 더 남아 있구나.
2. 성과급의 과세여부
이 주제는 크게 논란이 없어. 성과급이 임금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게 성과급은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이야. 근로소득으로서의 세금은 납부해야 하는 거지.
그런데,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은 어디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래. 바로 사회보험료야. 과거에는 사회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임금이었지만, 이제는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이 중요한 기준이 돼 있어.
성과급을 많이 지급받게 되면 사회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어. 직원들로서는 왠지 폭탄 맞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내가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는 한 가지 팁을 줄게.
경영성과급을 DC형 퇴직연금계좌나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로 적립해주는 방법도 한 번 고민해 보렴.
원래 경영성과급을 근로자에게 바로 지급하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해. 그만큼 사회보험료도 더 내야 하고. 그런데, 만약에 근로자의 DC형 퇴직연금계좌나 IRP계좌로 그 성과급을 적립해 주면, 당장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세무용어로 과세이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나중에 퇴직하면서 인출하면 퇴직소득세만 납부하면 돼. 퇴직소득세는 근로소득세보다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어. 퇴직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서 과세를 하거든.
그리고 퇴직하면서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니까, 세부담이 더 줄어들 수 있고.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DC형 퇴직연금제도, 혹은 DB형과 DC형이 혼합돼 있는 제도,혹은 IRP계좌가 설정이 돼 있어야 해. DB형 퇴직연금만 설정돼 있는 경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지.
의무사항은 아니니까, 한 번 고려해 보렴.
오늘은 나도 편지 쓰는 게 쉽지 않네.
성과급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글을 쓰면서도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휴. 그래. 오늘은 이만 쓸게.
아마도 일을 하다 보면, 확 기운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을 거야. 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직장생활이겠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니?
건강해라. 은서야.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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