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임금 산정기간의 공제-
은서야. 지난주에 보낸 편지는 충분히 숙지했는지 모르겠구나.
‘에이, 삼촌. 그 많은 편지 중에서 하나 정도는 안 봐도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생각하면 안 돼. 임금은 모든 이슈가 한 나무의 뿌리와 줄기와 가지처럼 다 연결돼 있단다. 그저 하나를 놓쳤을 뿐인데, 전체를 보지 못할 수 있어. 알겠지?
혹시나 지난번 편지를 읽지 못했다면, 이 편지는 잠깐 내려놓고 그 편지부터 읽고 오렴.
임금에 대한 실무지식은 차근차근 정교하게 설계된 성을 쌓아가듯 공부해야 해. 가운데 듬성듬성 벽돌이 비어있는 부실한 공사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돼 있어. 알겠지?
요즘은 급한 대로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래, 인정해. 사회는 변했어. 누구나 쉽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 하지만, 그것조차도 기본이 탄탄해야 해. 주춧돌이 부실한 건물은 오래갈 수 없어.
네가 교양으로 임금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렴. 적어도 인사팀 직원이나 노동조합 간부는 전문가라는 생각을 해야 해. 회사의 직원들을 위해, 그리고 조합원들을 위해 좀 더 소명의식을 가지고 공부하기를 바란다. 전문가가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전문성을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 그건 너무나 상식적인 명제, 아닐까 싶다.
지난 편지에서는 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 혹은 D.B형 퇴직연금제도에서의 퇴직급여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했지? 그리고 1일 평균임금은 퇴직일 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총액과 그 기간의 총일수로 계산한다고 했어. 기억나지?
오늘은 좀 더 심화학습을 해 보자.
어떤 근로자가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2019년 3월 한 달간 복직해서 근무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그런데, 이 근로자가 2019년 3월 31일까지만 근무하고 4월 1일자로 퇴직을 한 거야. 육아휴직기간을 포함해서 근속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을 지급해야겠지?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하고 말이야.
내가 바로 밑에 이 근로자가 2019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지급받은 임금과 일수를 적어 놓았어. 밑의 표를 이해하기 위해 미리 얘기하면, 육아휴직기간 동안은 사용자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없단다. 국가가 고용보험을 활용해서 급여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야. 원칙적으로 회사가 주는 돈은 없는 거지.
자, 그럼, 이 표를 보고 지난번에 배웠던 지식으로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렴.
어때? 산정할 수 있겠니? 1일 평균임금을 어떻게 산정한다고 했지?
그럼, 차근차근 1일 평균임금을 계산해 보자.
분자에 들어갈 임금총액은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지급된 임금총액이니까, 310만원이 나오겠지? (1월과 2월은 임금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0원이 될 거고, 출장비로 지급된 25만원은 임금이 아니니까, 분자에선 제외해야 해). 그리고 그 기간 중 총일수는 90일이야.
그러면, 1일 평균임금 = (0원+0원+310만원) / (31일+28일+31일) = 34,444원이 나와.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지 않니? 1일 평균임금이 고작 34,444원이라니. 이상하지?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근무를 했으면 매월 월급이 나올 테니까, 1일 평균임금이 훨씬 높게 나올 거야. 그런데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평균임금이 이렇게 낮아지다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거야.
사실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권리야. 근로자의 권리를 사용했다고 해서 1일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겠지? 징계기간 중에 퇴직하는 것처럼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평균임금이 낮아질 수도 있어.
하지만 육아휴직은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경우가 아니야.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비난하며,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렇지 않니?
그래서 우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는 어떤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분자의 임금과 분모의 기간에서 각각 제외하고서 평균임금을 산정하라면서 예외적인 산정방법을 만들어 놓았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아까 육아휴직기간 중 지급된 급여와 총 날짜수를 적은 표로 다시 돌아가 보렴.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3개월 기간 중에 육아휴직기간이 2개월이나 포함돼 있지? 그러면 그 2개월은 제외하고 남아 있는 한 달, 즉 2019년 3월의 기간만을 가지고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하라는 거야. 분자에 포함해야 할 급여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분모에 포함해야 할 총 날짜수에도 포함시키지 않는 거지.
자, 위의 표를 가지고 다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볼까?
1일 평균임금 = 310만 원(1월, 2월은 제외) / 31일(1월, 2월은 제외) = 10만원
어때? 이해하겠니?
우리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는 이런 식으로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되는 기간과 임금을 정해두고 있단다. 그리고 판례에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
근로자의 임금 감소가 예상되는 기간 중 특별히 근로자의 권리행사 보장이 필요하거나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적절하지 않은 몇 가지 경우를 선정하여 이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원칙과 근로자 이익 보호 정신의 조화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대법원 2003.7.25. 선고 2001다12669 판결 참조)
그런데, 평균임금을 위의 방식대로 산정하는 경우가 육아휴직 말고도 또 있단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에 나와 있어.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되는 기간 및 임금 (근로기준법 시행령 2조)>
1. 수습 사용 중인 기간
2.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한 기간 (근로기준법 46조)
3. 출산전후휴가 기간 (근로기준법 74조)
4.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 (근로기준법 78조)
5. 육아휴직 기간(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19조)
6. 쟁의행위기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6호)
7.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또는 「민방위기본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휴직하거나 근로하지 못한 기간. 다만, 그 기간 중 임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업무 외 부상이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휴업한 기간
사유들을 잘 보렴.
모든 사유가 근로자의 권리행사이거나,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사유야.
수습기간은 회사에서 보통 일반 근로자에 비해서 낮은 임금을 지급해. 수습기간은 회사에서 설정한 기간인데, 그것 때문에 평균임금이 낮아지면 불합리하겠지? 그래서 그 기간 동안에 지급된 임금과 기간을 제외하라고 한 거야.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한 기간은 임금의 70%만 지급해(휴업수당이라고 하는 건데, 이건 다른 편지에서 설명할게). 그런데, 그건 회사의 잘못이지, 근로자의 잘못이 아니잖아. 그래서 그 기간도 제외하고 있는 거야.
출산전후휴가기간도 90일 중에 60일은 회사가 통상임금만 지급하고 30일은 아예 회사가 지급하는 임금이 없어. 국가가 고용보험을 활용해서 일부 금액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지. 마찬가지로 이 기간을 포함해서 평균임금을 산정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금액이 산정될 거야. 출산휴가라는 권리를 활용했다고 해서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건, 이상하지? 그래서 예외사유로 만들어 놓았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은 어떨까? 소위 산재 기간이야. 산재 기간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가 지급되겠지만 그건 임금이 아니야. 역시 이 기간을 포함하게 되면, 매우 불리한 평균임금이 나오게 돼. 그 경우 일반적으로 통상임금이라는 임금으로 퇴직금을 산정하게 되지만(통상임금은 다른 편지에서 설명할게), 근로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돼. 그래서 그 기간을 제외하고 있는 거야.
육아휴직기간은 방금 설명한 거니까, 패스할게.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도 있어.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임금이 안 나오는 거지. 그런데 쟁의행위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어.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건 말이 안 되겠지? 그래서 그 기간을 제외하고 있어.
예비군이나 민방위 때문에 회사에 못 나간 기간은 어떨까?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불리하지 않으니까, 산정방식 그대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면 돼. 그런데 만약에 예비군 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분자에 들어갈 임금이 낮아질 수 있어. 국가에 대한 병역의무를 이행하러 간 건데,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오는 건 용납할 수 없지 않겠니? 그래서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면 예비군이나 민방위를 간 기간도 제외하고 있는 거야.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부상이나 질병을 얻어서 회사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을 거야. 보통 병가나 상병휴직 기간이 되겠지. 만약 그러한 휴직에 대해 사용자가 승인했다면,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제외하라는 거야. 병가나 상병휴직기간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매우 작게 지급되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짧지만,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제외되는 기간과 임금을 적어 보았어.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어. 그 기간들이 근속기간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라는 거야.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유지하고 있는 거니까, 근속기간에는 포함시켜야 해. 10년 근속기간 중에 육아휴직기간이 포함돼 있더라도 근속기간은 10년인 거야. 퇴직금은 (30일분 평균임금 x 10년 =) 300일의 평균임금으로 지급해야 해.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건,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에 불과하단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열된 사유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시켜야 해.
예를 들면 개인적인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아서, 그 기간 중 임금이 낮아졌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개인적인 범죄행위로 징계받은 경우를 개인의 권리행사로 보기는 어렵겠지? 그 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임금이 낮아진 건 근로자 자신의 귀책사유니까 말이야. 이 경우에는 1일 평균임금이 낮아지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는 게 판례의 시각이야.
개인적인 범죄로 구속기소되어 직위해제되었던 기간은 위 시행령 제2조 소정의 어느 기간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기간의 일수와 그 기간중에 지급받은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기초에서 제외될 수 없고, 만일 그 기간과 임금을 포함시킴으로 인하여 평균임금 액수가 낮아져 평균임금이 통상 임금을 하회하게 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퇴직금을 계산하였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4.4.12. 선고 92다20309 판결 참조)
어떤 근로자가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바로 4월 1일자로 퇴직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만약에 퇴직일 전 3개월의 기간 중에 육아휴직기간을 제외한 기간이 일부라고 포함돼 있으면, 방금 설명한 것처럼 그 일부의 기간으로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하면 돼.
그런데, 그 3개월 기간 전부가 육아휴직기간인 경우가 발생한 거야. 이런 경우에는 평균임금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 걸까? 기술적으로는 산정이 불가능하지.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시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단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제1항에 따라 평균임금의 계산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 제외되는 기간의 최초일을 평균임금의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로 보아 평균임금을 산정한다. (평균임금산정 특례고시 : 고용노동부고시 제2015-77호)
고용노동부의 고시에 따르면 이 경우에는 2018년 10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 동안 지급받은 임금총액과 그 기간 중의 총 날짜 수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면 되는 거야.
어때? 충분히 산정할 수 있겠지?
1일 평균임금 = [290만원+310만원+310만원=910만원] / [31일+30일+31일=91일] = 10만원
오늘도 평균임금에 관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설명했단다. 기초가 왜 이렇게 어렵냐고?
사실은 기초가 어려운 법이야.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게 그래서 쉽지 않은 거야.
많은 사람들이 기초를 쌓다가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단다.
그리고는 편한 길로 돌아가려고 해. 뭐 그게 사람의 일반적인 마음이야.
하지만, 기초를 잘 쌓아두면 어떤 경우에도 법령을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적용은 쉬운 법이지.
은서야. 지금은 기초를 쌓는 시기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단다.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 나가려무나.
어려울 거야. 그래도 나는 네가 우직하게 정석대로 걸어갔으면 좋겠다. 임금에 대해서도 기술적인 응용에 앞서 이론적인 바탕을 잘 다졌으면 좋겠다.
이제 이딴 편지 그만 읽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 직접 임금을 계산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질 거야. 익숙하지 않은 것은 원래 어렵게 느껴져. 좀 더 익숙해지면, 할만할 거야. 알겠지?
오늘 날씨는 꽤 맑다. 나가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오렴.
사소한 하루의 일상이 우리를 지탱시키는 힘이 되는 법이야. 힘내라. 파이팅!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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