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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Apr 01. 2019

13. 일용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나요?

-일용근로자의 정의와 평균임금의 산정-

김춘수의 ‘꽃’이란 시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가끔씩 이 낭만적인 시를 법적으로 생각해 보곤 한단다.

이름을 불렀을 때, 의미 없는 한 존재가 의미 있는 ‘꽃’이 돼.

법적으로도 마찬가지야. 어떤 존재나 개념에 대해 법적인 정의가 내려질 때, 의미 있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단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중요한 것만큼, 법률관계에서는 어떤 개념의 정의가 중요해. 그래서 지금까지 임금의 정의, 평균임금의 정의를 살펴보면서 실제 퇴직금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어.      


1. 일용근로자의 정의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사용하는 법적 개념들이 여럿 존재한단다. 

그중 하나가 일용근로자야. 일용근로자는 여러 법률에서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야. 근로기준법에서도 등장하고, 각각의 사회보험법에서도 등장해. 그리고 소득세법에서도 등장하지. 

그런데, 각 법률을 자세히 읽다 보면, 일용근로자의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법조문이 등장하고 있어. 그래, 이해는 해. 굳이 일용근로자의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을 거야. 일용근로자는 하루 단위의 계약으로 채용되는 근로자라고 하는 것을 누군들 모르겠니?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일용근로자와는 다소 다른 식으로 정의하고 있기도 하단다. 

고용보험법에서는 "일용근로자"란 1개월 미만 동안 고용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어.(고용보험법 제2조 제6호). 

국민연금법에서는 일용근로자나 1개월 미만의 기한을 정하여 사용되는 근로자는 국민연금법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일용근로자와 1개월 미만의 기한을 정하여 사용되는 근로자를 달리 보고 있어.(국민연금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소득세법에서는 일용근로자를 근로계약에 따라 동일한 고용주에게 3월 이상 계속하여 고용되어 있지 아니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단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3호 참조)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일용근로자가 누구인지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단다.      




어때? 이쯤 되면 일용근로자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지지 않니? 

물론 개개의 법률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거니까, 일용근로자의 정의와 적용범위가 다를 수 있어. 이해해. 하지만, 모든 법률은 어느 정도의 통일성을 갖추고 있어야 해. 법을 실제로 적용해야 하는 현장에서 혼란스러워한다면, 일용근로자의 정의와 적용범위도 국회와 행정당국에서 좀 더 고민을 해서 보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실제 현장에서는 거시적인 철학보다는 디테일한 조사 하나를 두고서도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신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하지 않니?      


일용근로자에 대한 이런 방대한 내용을 한 편지에 다 몰아서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어차피 나중에 사회보험에 대해서는 따로 편지를 보낼 일이 있을 거야. 

그래서 이번 편지는 일용근로자의 퇴직금 산정에 대해서만 설명하려고 해. 알겠지? 너무 지레 겁먹지 말기를 바란다.      


2. 일용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을 위한 평균임금      


(1) 일용근로자에게도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나?      


일용근로자에게도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할까? 

아마 조금 모순적인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 거야. 

일용근로자는 하루 단위의 계약으로 채용되는 근로자인데,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으니까 말이야.(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조항 참조)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거지.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꾸나. 만약에 정말로 일용근로자라면 매일 계약관계는 단절되고 있을 테니까, 계속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 되는 경우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계약서에는 일용직 근로계약이라고 돼 있는데, 계속 계약이 반복되는 경우에도 일용근로자라고 판단해야 하는 걸까?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할게. 


첫 번째 사례. 1주에 2-3일을 경륜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었는데, 형식상으로는 일용계약직으로 계약을 체결했어. 그리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 온 거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까?     


두 번째 사례. 방송국에서 외부제작요원으로 근무하는 일용직 근로자가 있었어. 

그런데 이 근로자가 프로그램 제작기간에 대해서만 일용직으로 근무를 한 거야. 보통은 한 프로그램 제작이 끝나면, 15일 이내에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 그리고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 기간에 대해서 또 일용직으로 계약을 한 거지. 

그 경우에도 1년 동안 일용직으로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걸까?  

너도 이제 노동법의 특성을 파악했겠지? 


노동법은 형식을 보지 않고 실질을 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야.  


형식적으로 일용근로자라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로서는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상의 직원에 준하여 일용관계가 계속된 기간을 계속 근로년수로 계산하여 그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반드시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하여야만 근로자의 상근성, 계속성, 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계속 근로한 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거야. 계속 근로로 인정하기 위해서 매주 5일 이상을 근무해야 할 필요는 없어. 매주 2, 3일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근로로 인정할 수 있는 거지. 

일용근로자로 매주 5일을 근무하지 않더라도, 1년 이상을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렴. 다만, 1주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은 돼야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도 유념하렴. 

 
 (2) 일용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      


그렇다면 일용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평균임금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 걸까? 

산재보험 급여를 지급할 때, 통상근로계수라는 제도가 있어. 근로계약관계가 3개월이 안 되는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산재보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일당에 통상근로계수(73/100)를 곱해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거지. 그런데, 산재보험은 이번 편지의 주된 부분은 아니니까, 생략할게.       


일용근로자의 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한 평균임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도록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산재보험급여를 산정하기 위한 것 외에는 특별한 고시를 두고 있지는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하면 돼. 즉 퇴직일 전 3개월 동안에 그 일용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평균임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이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액으로 해서 퇴직금을 계산해야 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통상임금에 대한 편지도 보낼 테니까, 그때 통상임금의 의미를 파악해 보렴.      


3. 건설업 일용근로자의 퇴직공제제도


그런데, 일용근로자가 계속 1년 이상을 근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래서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일용근로자가 사망을 하거나 퇴직을 하게 되면 퇴직금이라는 안전장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일용근로자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업종이 건설업이라고 할 수 있지.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니니까, 한 사업장에서 계속 1년 이상을 일하기가 쉽지 않지. 그래서 이 업종에서는 퇴직공제제도를 마련해서,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공사를 하면 반드시 퇴직공제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단다. 

바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라고 하는 거야.    


<출처 : 건설근로자공제회 홈페이지 (www.cwma.or.kr)>     


건설일용근로자에 대해 건설사업주가 근로일수에 따른 공제부금을 건설근로자 공제회에 납부하면, 나중에 적립일수가 252일 이상이 된 해당 근로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할 때,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퇴직공제금을 지급해. 크지는 않지만, 나름의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직, 일용근로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단다. 그런데, 한 편지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해버리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만 줄인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사회보험을 얘기할 때, 다시 일용근로자가 등장하게 될 거야. 그때 좀 더 상세하게 나눠보자꾸나. 

은서야. 아마 인사팀에서는 주로 회사의 정규직을 위한 제도를 짜게 될 거야. 하지만, 회사에서 일용근로자를 채용할 때, 그리고 그들을 대할 때,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을 대하는 너와 회사의 태도에 신과 악마가 숨어 있다는 것을... 

하루하루 힘겹게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너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가 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늘 기억하며, 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오늘은 이만. 안녕.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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