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서 숙소 호스트를 해봤습니다

by 라봇


베트남에서 구한 첫 번째 집은 장점을 매우 찾기 힘든 완전체 같은 집이었는데, 이곳의 하나뿐인 유일한 장점이 평수가 넓고 방이 세 개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 두 개는 남자친구와 내가 각자의 방으로 쓰고, 나머지 하나를 공유 숙소인 에어비앤비에 올려 용돈벌이를 해보고자 했다. 어떻게든 이 집의 쓸모 가치를 만들어서, 거지 같은 집을 골랐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방에 침대는 이미 있었기 때문에, 침구류와 샴푸, 수건 등 세면도구를 준비했다. 그리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 올렸다. 숙박비는 시세에 맞게 저렴하게 했다.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방 하나를 내놓는 것이었고,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집이었기에, 1박에 12~15 달러로 했다. 이 가격에 물, 전기요금을 포함하면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빈 방을 놀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가격이 저렴해서일까. 올리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첫 손님이 왔다. 다낭에 직장을 얻어, 장기간 살 생각으로 오는 미국인 커플이었는데, 계약할 집을 찾기 전까지 머물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 커플이 우리 집에 머무르고, 첫 번째 리뷰가 생기자 그 뒤를 이어 네 건의 예약이 더 들어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들은 놀랍게도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데리고 동남아 전체를 여행하는 캐나다 커플이었다. 딱 봐도 너무나 어려 보이는 커플, 심지어 여자는 대학생이었다.

서양에서는 결혼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 커플도 그런 경우였다. 혼자 하기도 힘든 동남아 투어를, 적은 예산을 가지고 갓난아기랑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였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특히 동남아는 적은 예산으로 여행하면 습하고 더운 날씨에, 벌레 때문에 몸도 힘들고 치안도 보장 못 한다. 이런 곳에 면역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아기를 데리고 여행할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이건 문화 차이인지 생각 차이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커플이었다.


베트남 내에서도 기차를 타고 지방과 지방을 이동한다고 했다. 잠시만 앉아도 등허리가 아파오는 그런 불편한 좌석을 반나절씩 타고 말이다. 우리 집에 와서도 다낭 여행을 위해 오토바이 하나를 빌려서 셋이서 타고 다녔다. 남자가 운전을 하고, 여자는 아기를 앉고 뒤에 타고.

물론 베트남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다. 한 오토바이에 세네 명이 타고 다니는 것도 흔하게 봤으니까.

그래도 현지인도 아닌 두 사람이, 사이즈가 없어 헬멧도 못 씌우는 아기를 안고, 교통 지옥에서 오토바이를 몰다니.. 나라면 절대 못할 짓이다.


당사자들은 괜찮다고 잘만 다니는데, 나 혼자 괜히 아기가 안쓰러웠다. '10분만 서 있어도 피부가 타 들어갈 것 같은 날씨에 아기가 발진이라도 나는 건 아닐까, 여기 위생이 좋지 않은데 저 아기 뱃속은 괜찮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관광을 하고 들어오는 그들을 보면 너무나 멀쩡했다. 아기는 크게 우는 일도 없이 배시시 잘만 웃고 있었다.

다운로드.jpg 우리 집에 찾아온 아기 손님


세상에 100명의 부모가 있다면, 100개의 양육 방식이 있겠지만, 그들을 보니 내가 아이를 과보호해서 키우는 문화에서 자란 것인가 하는 의문점도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난 돌도 안 된 아기를 안고 오토바이는 못 탈 것 같다.

이들은 우리 집에서 3일 정도 머무르다 베트남의 남쪽 지방으로 다시 여행을 떠났다. 부디 남은 여행도 세 사람 모두 건강히 즐겼기를 바라본다.


사실 나는 그들을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 아이디를 지워버렸다.

날씨가 더운 탓에 손님들은 외출할 때를 포함해서 24시간 에어컨을 켜 두는데, 그들이 쓴 전기세와 물세 때문에 남는 돈보다 내가 쓰게 되는 돈이 더 많았고, 장기 거주를 원하는 한국인 장년층 부부가 예약도 전에 미리 찾아와서 매트를 더 사놔라, 주방에 조미료가 부족하다 등등 지시하고 간섭하는 통에, 숙소 호스팅이 재미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른 방을 쓰더라도, 역시 한 집에서 낯선 사람과 같이 지낸다는 건, 생각보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비록 짧게 마무리된 공유 숙소 호스팅이긴 하지만, 나한테는 매우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었다. 한국에만 있었다면, 집도 절도 없는 내가 감히 어떻게 숙소 호스팅에 도전해 볼 수 있었겠으며, 걷지도 못하는 애기를 데리고 동남아를 떠도는 육아 방식을 볼 수 있었겠는가.

세상 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 세계 이곳저곳을 직접 가보는 방법도 있지만, 세상의 이곳저곳이 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오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걸 안 해봤으면 못 만났을 사람들과 못 겪었을 경험을 했기에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걸로 이 집의 쓸모 가치는 퉁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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