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누리는 청소 서비스

by 라봇

한국에서 본가에 살 적에는 바닥에 쌓인 먼지가 발바닥에 붙어도 아랑곳 안 할 정도로 청소에 둔감한 사람이었다. 춥다고 환기도 잘 안 하고, 설거지 거리도 싱크대 위 가득 쌓일 때까지 미루다가 한 번에 하는 게으른 사람이었는데, 베트남에서는 벌레집에 살다 보니 위생에 아주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음식 냄새를 풍기면 벌레가 몰려들 것 같은 불안감에 거의 강박적으로 설거지를 했고, 옥상까지 있는 3층집을 매일 빗자루질에 마대자루로 쓸고 닦았다. 청소 요령도 없는 탓에, 집 전체를 한 번 쓸고 닦으면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체력이 다 소진되어, 청소만 하는데 하루가 다 갈 지경이었다. 게다가 벌레들과도 사투를 벌여야 했기에 두 배 더 힘들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갑작스레 나타난 벌레나 그 시체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초 긴장 상태에서 청소를 하다 보니 정신력 게이지가 매일 요동을 쳤다. 벌레집을 잘못 선택한 스스로의 업보라 여기며 다 감내하기에는 청소가 심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베트남에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우리 상태로는 도우미를 쓰기는커녕 내가 도우미가 되어야 할 판이었지만, 청소로 매일 소진하는 에너지를 다른 일에 나눠 쓰는 게 나중을 위해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금의 일부를 써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베트남인들이 많이 쓰는 페이스 북을 통해, 나중에는 베트남에서 자주 쓰이는 가사도우미 앱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앱을 주로 활용했다. 요리, 청소, 세탁, 다리미질 등 다양한 분야의 가사 일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그 전문가들을 매칭시켜 주는 플랫폼 회사였다. 집 위치와 방 개수, 화장실 개수 등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니 바로 가능한 사람들과 매칭이 되었다.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금액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1시간당 보통 2~3천 원이니 개인적으로 구하는 것보다 금액도 훨씬 저렴했다. 처음에는 필요할 때마다 앱을 통해 매칭되는 사람에게 맡겼다가, 어느 날 이불 정리와 가구 위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먼지는 다 청소해 주는 분이 온 후, 그분에게만 매주 와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청소하면 겨우 겨우 사람 살기 괜찮은 환경을 만드는 정도였다면, 이 분이 오면 집안 전체가 다 반짝거렸으며, 내 정신력을 갉아먹는 벌레 시체를 마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행복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갑자기 당일 취소를 하고 안 올 때가 있었는데, 이건 베트남 사람 특징인 건지 만나본 모든 가사 도우미들이 하는 행동이었다. 갑자기 안 오는 일이 있더라도, 이 가사 도우미 앱 덕분에 나는 청소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


바닥 청소 외에 이 앱을 통해 해결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에어컨 청소다. 어느 날부턴가 거너와 나 둘 다 기침을 많이 하고 가슴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증상을 보면 감기도 아닌 것 같아 병원에 가기도 애매했다. 더워서 종일 에어컨을 틀 때부터 증상이 나왔다는 점 때문에 에어컨이 의심되기는 했지만, 천장 바로 밑에 달려있는 벽 에어컨에,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우리가 건드렸다가는, 사람이 다치거나 에어컨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터였다. 마침 앱에 에어컨 청소 서비스도 있어서 신청해 봤더니, 약속된 날짜에 세 명의 장정이 등장했다. 에어컨을 뗄 수 없어서, 한 명이 의자 위에 올라가 커버만 떼고 고압 청소기로 안을 세척했고, 그 세척한 물은 미리 달아놓은 비닐 호스를 통해 준비해 둔 대야로 흘러갔다. 예상은 했지만 블랙홀 보다도 검은 구정물이 필터에서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몇 년 묵은 필터인지, 이게 이무기였다면 곧 하늘로 승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묵히고 묵힌 먼지들이었다.

플랫폼 회사에서는 통역까지 해줬다. 에어컨 청소를 마무리하던 업자들이, 고장 난 부품을 발견했다. 나에게 '원하면 고쳐줄 수 있는데 수리비가 얼마 정도 든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알아들을 턱이 없는 내가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자, 회사에 연락하더니 그들이 내게 영어로 문자를 보내왔다. 눈앞에 사람을 두고 문자로 다른 이와 소통할 수밖에 없는 내 언어 능력이 좀 안타깝기는 했어도 이런 통역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그냥 더러운 에어컨 공기 마셔가면서 더러운 집에서 꾸역꾸역 살다 폐병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을 통해 해결한 집안일 중 하나는 바로 이불 빨래다. 옥상에 놓여있는 세탁기는 족히 50년은 되어 보이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브랜드와 디자인의 옛날 세탁기였다. 시작 버튼을 누를 때마다 구십 살 먹은 노인의 둔탁한 뼈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때로는 물이 새어 나와 옥상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동은 하기에 군말 없이 그 세탁기를 썼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극세사 이불은 부피가 만만치 않아, 이 낡고 작은 세탁기에 넣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불을 오토바이에 싣고 빨래방을 찾아야 하나, 이 이불은 오토바이에 어떻게 실어야 하나 고민할 때 다낭에 픽업 서비스를 해 주는 빨래방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페이스북으로 집주소를 남기면, 배달원이 집으로 와서 빨래를 가져갔다가 다 되면 직접 갖다 주는 서비스였다. 심지어 메시지로 소통하는 사람은 영어도 가능했다. 이 얼마나 편리한지고…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베트남도 각종 배달서비스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앱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러니 나 같은 외국인도 이런 서비스까지 이용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인이 봤을 때 아직은 편리한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은 나라다. 단순히 인프라를 넘어 사회적 시스템이나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이 거쳤던 발전 과정을, 현재 몇 단계씩 뛰어넘으며 발전하는 국가라는 말이 여실히 와닿을 때가 있다. 열 가지 중, 여덟 가지가 단점으로 꼽혀도 그만큼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게 눈에 보여서 기대감도 열의 여덟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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