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족,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하룻밤 자고 난 후 바로 하는 소리는 간밤에 너무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는 얘기다. 나의 베트남살이 얘기를 하며, 몇 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이곳에서의 소음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물론 베트남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도 있지만, 길에 사는 개들이 짖어 대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더운 나라 여행을 좀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날이 더워 그런지 길에 사는 개들은 낮 시간에는 나무 그늘이건 차 밑이건, 어디든 조금이라도 뙤약볕이 덜 한 장소를 찾아 벌렁 누워 잠을 잔다. 그리고 밤이 되어 해가 들어가면 그때부터 넘치는 에너지로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옆 동네 개들과 패싸움을 하기도 하고, 먹이 활동에 나서면서 밤새 우렁찬 목소리로 짖는다. 자연스레 동남아 길 개들은 야행성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리 동네는 특히나 길 개들이 많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를 따로 모아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 지나다니는 길바닥에 그대로 쏟아부어, 그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개들과 벌레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바다 파티를 즐기고 서로 몸싸움을 즐기는 개들의 소리로 조용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길 개들에 비해 길 고양이는 잘 보이질 않았다. 물론 고양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개를 열 번 본다면 고양이를 마주치는 일은 두 번 남짓이었다. 문득 이유가 궁금해져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마 잡아 먹혔기 때문이란다.
“고양이가 잡아 먹히다니? 누구한테?”
“사람한테.”
내가 있는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라 보기 힘들지만, 타 지역, 특히 베트남 북부에서는 고양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고양이 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다는 얘기는 가히 충격이었다. 나는 주변 어른들로 인해 고양이를 일종의 신묘한 동물이라 여기기도 했다. 어릴 때 어른들이 운전하다 실수로 길고양이를 죽였을 때는 그를 위해 제사까지 지내는 걸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양이 고기는 더더욱 생각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몇몇 국가에 고양이 요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내가 있는 베트남에서 현재까지도 고양이 고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베트남에서 고양이 고기를 먹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게 된 이유와 같은 것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다른 고기는 먹지 못 할 만큼 가난했던 베트남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사냥해서 먹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고양이를 특정 시기에 먹으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쥐들이 창궐하자 정부에서 고양이 고기 금식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고, 그 마저도 2020년에 관련 지침이 취소되어 버젓이 고양이 도살장과 고양이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식용으로 쓰이는 고양이는 베트남에서만 1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현지 친구 말로는 중부와 남부에서는 즐겨 먹지 않지만, 고양이 고기 소비가 더 큰 북부 지방 사람들이 이쪽으로 와서 길고양이들을 잡아 데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도 길 고양이 수가 많지 않은 거라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먹는 독특한 고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쥐도 잡아먹었다. 쥐들은 사람들에게 병균과 세균을 옮기는 온상으로 알고 있던 내게, 쥐를 먹는다는 것도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도시에 사는 쥐들은 위생 문제로 먹지 않고, 농촌에서 논 밭에 사는 쥐들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3 모작이 가능한 베트남에서는 수확 시기가 끝나면 땅 밑에 사는 쥐들을 더 찾기 쉬워지기 때문에, 그때 쥐사냥을 나선다. 농작물을 먹고 자라 건강 상태가 좋은 지, 거짓말 조금도 안 보태고 내 팔뚝보다 큰 쥐들이 올라온다. 이렇게 잡은 쥐들은 보양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꽤 비싸게 팔 수 있어, 특정 시기마다 농촌에서는 쥐몰이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쥐고기를 먹는 방법은, 그대로 통구이를 해서 먹기도 하고 양념 구이, 볶음 요리, 카레, 튀김 등 다양한데 그중에서 제일 인상 깊은 요리는 ‘새끼 쥐 회요리’였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 ‘회’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사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갓 태어난 새끼 쥐를 살아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다. 논밭에서 쥐를 잡다 보면 새끼 쥐가 몰려 있는 둥지 같은 것도 함께 찾을 수 있는데, 갓 태어나 눈도 못 뜬 새끼 쥐들을 달걀이나 양념장에 찍어 그대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작은 크기의 새끼 쥐라지만 굳이 왜 요리도 안 하고 살아있는 걸 그대로 먹는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워,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동물을 먹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뭘 먹고 뭘 먹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고, 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 논쟁거리가 된다. 때문에 고양이 고기를 먹건, 쥐를 생으로 잡아먹건, 그것이 그들의 문화라면 존중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식용으로 다뤄지는 동물들은 죽기 전까지 물건 취급 당하다 불쌍하고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는 데 있다. 아직 동물 복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이곳에서는 키우는 개도 어둡고 좁은 창고에 묶어 두고 키우는 사람도 있는데, 식용용 동물을 잘 대우해 줄리 만무하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베트남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쓰는 걸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에서는 베트남 최초로 개, 고양이 식용을 금지했다. 단순히 무엇을 ‘못 먹게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보다, 동물을 무작위로 포획, 학대, 도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과 굉장히 다르다고 느낀 이색 요리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 이면의 논쟁거리는 막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머리로는 고양이 고기와 쥐고기를 먹는 베트남 문화를 존중한다면서도, 은근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고기를 먹는 다니, 베트남은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먹는 고기는 좀 다르더라도, 불법 포획, 동물 학대,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 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베트남의 식문화를 내가 함부로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남의 문제를 보고 지적하려다 되려 내 치부를 마주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