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이사오기 전 내가 가장 기대했던 건 무엇일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생소한 경험들도 있겠지만,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한국의 3분의 1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제일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베트남 음식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 갈 때마다 맛보는 쌀국수와 볶음밥들은 너무 맛있었고, 여행으로 방문했을 때도 맛보는 모든 음료와 음식이 마음에 들어 여기 살면 먹을거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그런 기대감은 이사 후 한 달 만에 사라졌다. 길거리 카트부터 고급 식당까지, 곳곳에 식당은 참 많은데 막상 뭘 먹으려고 하면 그들이 만드는 음식 종류가 다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식당을 가도, 저 식당을 가도 전부 면요리였다. 물론 면의 종류가 여러 가지고, 요리에 사용하는 육수와 토핑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면에 섬세하지 못한 나는, 전부 다 똑같은 요리처럼 보였다. 소고기 쌀국수나 닭고기 쌀국수나 둘 다 쌀국수다. 북부에서 유명한 ‘분짜’라는 요리도, 돼지갈비를 넣은 면요리다. 생선살을 넣어 만든 ‘분짜까’도, 어묵 ‘국수’다.
면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국물 요리도 좋아하지만 나는 맨날 면만 먹고살 수는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밥이랑 같이 먹는 반찬 요리와 한국의 부침개 같은 ‘반세오’도 있지만, 고기 종류와 토핑이 살짝 바뀔 뿐이지 그 안에 사용하는 소스의 변화가 없어, 어제와 다른 식당에 가도 입에서 느껴지는 맛에는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렴한 요리를 많이 맛보겠다는 계획과 달리, 외식 횟수는 현저하게 줄였고, 집에서 해 먹는 한식의 빈도가 늘어났다. 나는 문득 베트남 사람들은 면요리가 질리지 않을까, 색다른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베트남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거너는 출근 일주일 만에 그 궁금증이 풀렸다고 했다.
첫째 날, 회사 내에서 밥을 같이 먹는 한 무리가 거너에게 점심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그들을 따라 간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둘째 날, 다른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됐고, 그들을 따라 간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먹었다. 셋째 날에는 다시 처음 밥을 먹은 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첫 번째 날 갔던 똑같은 쌀국숫집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무리의 사람들은 뭘 먹나 했더니, 역시나 두 번째 날 먹었던 똑같은 생선 가게로 들어갔다. 그렇다. 베트남 사람들은 매일 같은 요리를 먹어도 크게 불만이 없었던 것이다. 거너네 사무실에는 그렇게 쌀국수파와 생선요리파 두 메뉴만 있을 뿐 다른 메뉴는 아예 선택권이 없었다. 그걸 알고 난 거너는 나는 매일 같은 요리만 먹을 수 없다며 그때부터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거너가 나서서 다른 것도 먹어보자며 그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집으로 동료들을 이끈 적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맛이 별로라며 좋아하지 않았다. 입맛의 차이야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다른 거라 이해할 수 있는데, 매일 같은 음식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건 비단 베트남뿐만이 아니었다. 거너네 고향에서 성탄절을 보내기 위해 처음 미국을 찾았을 때도, 큰 대도시가 아닌 이상 전부 햄버거, 피자, 핫도그 가게였다. 물론 그들은 그 안에서 각각의 차이를 느끼겠지만, 외국인인 내게는 전부 그냥 같은 햄버거일 뿐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한국은 그래도 타국에 비해 음식 종류가 정말 다양한 편이라고 느꼈는데, 하루는 태국친구가 내게 한국음식은 다 똑같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맵지 않은 건 간장 소스, 매운 건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활용한 소스고, 식재료만 살짝 달라질 뿐 음식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 나도 모르는 한국 요리가 얼마나 많은데, 잠깐 한국에서 유학을 한 사람이 한국은 먹을 게 다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 친구가 한국 음식의 다양성에 대해 부정하는 걸 보고, 내가 베트남 음식과 미국 음식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꼈던 건 외국인의 관점 차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나라별, 지역별로 그 환경에 따라 음식의 발전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말하는 ‘먹을 게 비슷하다’는 건, 어쩌면 ‘내가 먹고 싶은 요리가 없네’라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해외 음식이 맛있어도, 결국은 내가 먹고 자란 음식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고향 음식과 비슷한 걸 찾게 되지만, 타국에 있으니 주변을 둘러보면 다 현지 음식이고, 그래서 내게는 전부 ‘같은 음식’이라고 느껴졌나 보다.
태국인 친구도 한국에 처음 갔을 때는 삼겹살, 삼계탕, 김밥 등 열심히 한식을 먹으려 살다가, 결국은 자기 나라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현지 음식 중 고향 비슷한 음식을 찾기 어려워지니, 한식은 전부 비슷해서 질렸다고 생각해 버린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한식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베트남 음식이 별로 다양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같은 아시아권이고, 음식이 입맛에 맞는 곳이라고 해도, 외국에 살면서 백 프로 음식 고민을 안 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현지 음식에 더 익숙해져서 먹을 게 많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이지만, 생각보다 외국에서 ‘먹고’ 사는 건 장기적으로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하는 부분이기에, 한국 밖에 사는 한 이 문제로 오래도록 고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