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SNS를 하면 생기는 일

by 라봇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어플을 갖고 있고 아이디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 한물간 SNS라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나 특정 조건의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다음 카페’나 ‘카카오 단톡방’을 같은 것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페이스북으로 대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다른 SNS도 많지만, 대다수의 내 현지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1순위로 사용하고 있다. 다낭 지역 커뮤니티, 베트남에서 사는 외국인 모임, 중고 물건 거래 등 전부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집이나 사람을 구할 때도, 지역 사건 사고를 접할 때도 쓰고 있으니, 베트남에서 외국인들에게 페이스북은 거의 필수 어플인 듯하다.


정보 교환 외에, 페이스북 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겪었다. 그것도 낯선 가게에서 말이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와서 며칠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낭에 왔으니 필수 코스인 호이안도 가기로 했고, 친구들은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가서 베트남 전통 요리 교실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안방 비치’에서 더위가 좀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다 호이안 전통 거리로 향했다. 친구 중에는 캐시미어 제품이라면 눈을 반짝이는 친구가 있어서, 각종 목도리와 스카프가 진열되어 있는 가게를 보고 모두 그곳으로 들어갔다.


질 좋은 제품들에 감탄하며 예쁜 머플러를 쓰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가게 주인이 내게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 가게에 방문한 게 오늘이 처음이었고, 가게 주인도 그 어디서도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절 아세요?”

“혹시 오늘 페이스북에 글 쓰지 않았어요? 거기서 당신을 본 것 같아요.”


페이스 북에 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날 아침 나는 다낭과 호이안 커뮤니티에 짤막한 포스팅을 올린 일이 있었다. 그날따라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했는데, 꽤나 높은 숫자가 나와 이에 대해 걱정하는 글이었다. 한국도 미세먼지가 만만치 않지만, 베트남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공기질이 떨어지는 날이 생각보다 많다. 더운 날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보란 듯이 도심에서 폐기물을 태울 때가 있어 그날은 공기질이 평소보다 두 배는 안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에 올렸던 글을 가게 주인이 본 것이다.

“그 글만 보고 어떻게 저를 알아봤어요?”

“페이스북의 사진이요.”

내 페이스북에는 옛날에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저장해 놨는데, 기억력 좋은 그가 그걸 보고 가게에 들어선 나를 알아본 것이다. 심지어 그 사진 속의 나는 지금과 달리, 단발보다도 훨씬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신기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수백 명이 가입되어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별로 눈에 띄는 글을 올리지도 않은 사람의 프로필 사진만 보고, 그걸 기억해 오늘 방문한 손님을 알아보다니. 기억력이 좋은 건 기본이고 눈썰미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물건을 매입, 판매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 얼굴 알아보는데 도가 튼 것 같다며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처음 만난 사람이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해서 놀랐지만, 나를 알아보는 이유를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그는 본래 인도 쪽에 있는 ‘카슈미르’라는 곳 출신이며, 그곳에서 물건을 들여와서 베트남으로 가져와 판매한다고 했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 말을 하게 된 우리는, 그가 추천하는 상품들에 더 관심이 갖고, 결국 내 친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됐다. 그가 영업력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절대 이런 고급 품질의 물건을 이런 가격으로 살 수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첫 방문을 계기로, 나는 그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종종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지냈다. 호이안에 가면 종종 들려 인사를 하곤 했는데, 그는 내 상품을 좋아하는 한국 친구들을 소개해줘서 고마웠다며 내게도 캐시미어 머플러를 하나 선물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아니고, 고작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안면을 튼 것뿐인데 그의 마음 씀씀이에 꽤나 감동해 버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가게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를 도왔다.


이런 인연이 결코 흔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SNS로 불거지는 문제도 많지만 해외살이를 한다면 그 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는 필수인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아는 사람 없이 왔을 때는 SNS로 알게 된 지역 지인들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소중하다. 지금도 그에게서 받은 머플러는 그와의 인연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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