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만큼의 세상 02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밤 사이 다른 하늘 위를 날아 다른 땅에 내려앉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살던 곳을 잠시 떠나 며칠 지내보겠다 다짐하고 이고 온 짐. 그것에 온통 정신과 육신을 집중한 터라 하룻밤을 보내고 그제야 어찌 내가 여기 발을 딛고 서있나 싶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전혀 모르는 곳에 한걸음 내딛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대부분 의식할 새도 없이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낯선 곳에 서있는 그 순간을 의식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깊이 빠졌거나 무언가를 향해 던지는 시선에만 충실했을 때이다.
이날은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나의 모든 의도를 담아 한걸음 내딛기로 한 날이었다. 낯선 것에 대한 긴장이 기대감과 교묘히 썩여 있는 순간만큼 사람을 들떠있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의식하고 다른 곳을 향해 한걸음 내밀고 다른 세계를 살며시 열어 보는 것,
그리고 일상이 아니었던 것들을 일상인 듯 태연히 받아들이는 것,
마음속 애써 무심한 척하는 것과 기대감이 차 오르는 것을 교묘히 즐기는 것,
이런 것들이 여행의 맛이다.
나그네가 되고 그 일상에 잠시 젖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