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스 Mar 26. 2022

0.002  한걸음 열어보기

한 평만큼의 세상 02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밤 사이 다른 하늘 위를 날아 다른 땅에 내려앉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살던 곳을 잠시 떠나 며칠 지내보겠다 다짐하고 이고 온 짐. 그것에 온통 정신과 육신을 집중한 터라 하룻밤을 보내고 그제야 어찌 내가 여기 발을 딛고 서있나 싶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전혀 모르는 곳에 한걸음 내딛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대부분 의식할 새도 없이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낯선 곳에 서있는 그 순간을 의식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깊이 빠졌거나 무언가를 향해 던지는 시선에만 충실했을 때이다.  


이날은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나의 모든 의도를 담아 한걸음 내딛기로 한 날이었다. 낯선 것에 대한 긴장이 기대감과 교묘히 썩여 있는 순간만큼 사람을 들떠있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의식하고 다른 곳을 향해 한걸음 내밀고 다른 세계를 살며시 열어 보는 것,  

그리고 일상이 아니었던 것들을 일상인 듯 태연히 받아들이는 것,

마음속 애써 무심한 척하는 것과 기대감이 차 오르는 것을 교묘히 즐기는 것,  


이런 것들이 여행의 맛이다.


나그네가 되고 그 일상에 잠시 젖어보기로 했다.



파리 뷔트 쇼몽 근처 한 아파트 출입 승강기를 타고 나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001 일상의거주성을높일까 vs 나그네의일상을누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