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과일과 야채들은 대체로 예쁘고 잘 생겼다. 이 말인 즉, 자유분방하게 자라거나 크기가 유난히 작은 채소들, 또는 하자는 없지만 작은 흠집이 있는 것들은 마트에서 진열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썩지 않고 싱싱한 데다가 먹을 수 있음에도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약 1/3 가량이 된다고 한다. 이 작물들을 키우기 위해 사용된 농부들의 노동력, 물, 비료 등이 함께 버려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욱 중요한 문제는 폐기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또한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농장에서 버려지는 식품만 12억 톤으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15.3%이며, 농장 단계에서 식품을 폐기함으로써 나오는 탄소는 22억 톤(전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4%)라고 한다.
어글리어스는 적당한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못 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야채들을 구해서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어글리어스를 알게 된 것은 꽤 된 일이고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 바로 구독을 하고 싶었지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장 먼저 각종 야채의 손질법과 조리법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데 기껏 사놓고 못 먹는 것은 아닐까? 요리해 먹을 시간이 별로 없는데 냉장고에서 썩어가면 어떡하지? 내가 싫어하는 채소가 오면? 등등의 걱정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해 보지 않고 고민만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일단 첫 구독을 해봐야 내가 이것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1-2인분, 2주에 한 번으로 배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야채들을 받고 먹자마자 3-4인분, 2주에 한 번 배송으로 변경했다. 야채를 감당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처음의 고민이 무색하게 현재 16회째 구독 중이다.
가장 큰 장점은 배송될 야채 목록을 미리 알려준다는 것, 그리고 야채가 집에 많이 남아 있으면 배송을 한 주 씩 미룰 수 다는 것. 어글리어스를 구독하기 전에는 주로 먹는 야채만 먹었기 때문에 낯선 야채나 못 먹는 채소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절대 못 먹겠다 싶은 야채를 미리 선택해서 최대 5가지를 제외할 수 있다. 이제는 오히려 낯선 채소들이 배송 올 때 조금 기대되어서 제외시켜 놓았던 야채 몇 가지를 다시 받는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가지, 애호박을 별로 안 좋아했지만 어글리어스 구독 덕분에 이 야채들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전에는 몰랐던 '치콘'의 맛도 알 수 있었다. 맛있더라.
어글리어스는 야채를 배송해 주면서 이 야채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조리해 먹으면 되는지 레시피까지 함께 배송해 준다. 나는 요리를 즐겨하는 편도 아니고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이 채소들을 조리해 먹지 못할까 봐 고민이 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어글리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 또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로컬 푸드를 소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로컬 푸드란, 장거리 운송과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지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의미한다.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게 왜 중요한가? 혹은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것이 왜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는가? 이와 관련된 문제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할 테지만 화학 비료, 농약, 살충제를 사용하는 기업식 재배가 우리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만 미리 밝혀두도록 하겠다.
단순히 야채를 소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생산된 야채를 먹느냐이다. 어글리어스는 친환경 또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로컬 푸드를 배송해 준다는 점에서 보다 환경에 기여할 수 있고 지역 농가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구독해 보고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으니, 관심은 있으나 고민을 하고 있던 분들이라면 일단 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아래는 어글리어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