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에 관심이 있거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채식을 지향하거나 비건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다. 나 역시도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고기와 생선, 유제품(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 계란을 모두 먹지 않기 위해서는 영양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보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더 건강한 것은 맞다. 그러나 고기를 아예 먹지 않고 완전 비건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각 채소에 어떤 영양소가 있는지 인지하지 않고 먹는다면 오히려 영양소 결핍이 올 수 있다. 이 부분은 실제로 비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육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이기도 하다. 비건식을 하면 단백질이 부족할 것이다, 근육이 빠질 것이다, 영양 결핍이 올 거다 등등. 실제로 비건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영양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특정한 몇 종류의 야채만 섭취하다가 몸이 안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야채가 되었건 고기가 되었건 뭐든 다양하게 먹지 않고 한 종류의 식재료만 먹으면 영양의 결핍이 올 수 있으니 이건 비단 채식을 하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시 세끼 일주일 내내 치킨과 피자만 먹는 사람에게도 영양 불균형이 찾아오고 병이 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 육식인이 아니므로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고,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내가 비건을 실천하면서 느꼈던 몸의 변화와 겪었던 문제, 그리고 그 문제의 극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며, 채식을 맛있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룰 생각이다. 앞으로 다룰 이야기들은 대략적으로 이런 종류의 글이 될 듯 하다.
1. 단백질
비건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주변으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단백질은 어디서 섭취해요?"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야채 중에서 단백질원이 될 수 있는 것은 많다. 대표적으로 콩이 그렇다. 콩과 다양한 야채의 단백질 함량과 완전 단백질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2. 칼슘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우유를 먹지 않는데 칼슘은?"이라는 질문이다. 야채에도 칼슘은 풍부하다. 대표적으로 청경채, 케일 등이 있으며 콩에도 칼슘이 많이 있다.
3. 지방
요즘에는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건을 하면 지방 섭취를 못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역으로 비건을 하는데 왜 살이 찌지? 의문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비건식을 하는 사람들도 살이 찐다. 트러플 오일, 올리브 오일,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가장 간단하게 식용유까지. 모두 다 기름이다. 야채를 많이 먹지만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혹은 살이 찌는 이유는 오일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많이 먹는다면 충분히 지방을 섭취할 수 있기도 하다.
3. 비타민 B12
이건 비건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앞에서 언급한 영양소들보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올 수 있는 결핍 영양소는 비타민 B12이다. 이건 서양 비건들에게 있어서 꽤나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한국인은 비타민 B12 부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에는 비타민B12가 풍부하며 김에도 많으니까. 참고로 육식인들에 비해 채식인들에게 비타민B12가 부족해지는 원인은 비타민 B12가 풍부한 돼지고기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4. 나트륨 부족
이건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른데, 개인적으로 내가 자주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음식을 밖에서 사 먹지 않거나 레토르트 비건 식품(흔히 정크 비건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먹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경우에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조금 짜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트륨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는 게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고, 그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눈가나 입술 주변 근육이 떨리거나 손 끝이 한 번씩 짧은 경련처럼 스스로 튕겨질 때는 것 또한 나트륨 부족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보통 마그네슘 부족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트륨이 부족할 때도 생긴다. 근육이 떨릴 때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처럼 앞으로 내가 채식과 관련해서 쓸 이야기들은 주로 영양과 관련된 것들이 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량하기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육식으로 섭취했던 영양소를 채식으로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 식단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영양학적인 부분을 알지 않으면 비건을 하는 사람들 역시도 건강하게 이 식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막연하게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고기를 먹어야 잘 먹는 것이고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영양에 불균형이 올 것이라고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명백한 한 가지 사실은 고기만으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는 없다는 것이다. 고기를 통해 섭취 가능한 모든 영양소는, 채식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육식은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형성된 미각과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