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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꾸 May 28. 2018

당신은 명화이자, 액자입니다

영화::원더(2016)

 명필이 붓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명화는 액자를 가리지 않는다. 작품 본연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활활 타오르기 때문에, 그것을 담아 놓은 액자가 아무리 허름하더라도 감동과 경탄을 자아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액자 자체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안에 담긴 모든 그림을 '명작'으로 만들어주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원더>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멋진 '명화'이자 다른 명화들을 담아내는 '액자'라는 사실을 뭉클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를 갖게 된 어기. 이 작은 소년에게 주어진 알은 그가 즐겨 쓰는 헬멧처럼 유독 단단해 보인다. 줄곧 홈스쿨링을 받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평범한 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기는 이미 예견되어 있던 상처들을 받는다. 마치 소년이 탄생하던 순간 신의 축복이 이 소년을 무심히 비껴갔다고 느껴질 정도 큰 상처들을. 그래서 스크린 안팎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는 신에 대한 야속함이 남는다. 

명화를 알아보지 못하는 야속한 눈빛들

 하지만 신이 그려낸 어기라는 작품은 '명화'였다. 다만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붓터치로 그려 냈을 뿐. 신은 자신의 다른 작품들과 똑같이 어기를 사랑했다. 다른 이들이 어기라는 명화를 쉽게 알아보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어기를 돋보이게 해줄 수많은 '액자'들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액자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어느 명화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로 졸작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어기에게, '세상 누가 뭐라해도 너는 걸작이다'라고 이야기해주는 가족들. 이처럼 훌륭한 액자들 속에 걸려있을 때, 어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또한 이러한 가족들의 노력은 어기의 삶에 녹아 들어 어기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로 인해 어기는 진정한 친구라는 다른 훌륭한 액자들도 얻을 수 있었다.  

친구라는 이름의 따뜻한 액자

 신이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내었든,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명화이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이라는 다른 그림들을 더욱 빛내줄 수 있는 멋진 액자가 될 수 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눈부시게 담아내는 액자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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