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싱 스트리트(2016)
‘음악 영화’라는 장르를 개창한 존 카니 감독의 최신작 <싱 스트리트>는 불우한 환경에 매몰될 뻔한 소년이 사랑 덕분에 꿈을 찾는 과정을 노래하는 성장 영화이다.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 속에 녹여내었다고 고백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철저하게 주인공 ‘코너’에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코너에게 집중된 시선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었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코너는 자신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잡은 소녀 라피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밴드를 급조하여 엉성하게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 속 깊은 곳에 웅크린 복잡한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나가면서 결국 사랑과 꿈 모두를 찾게 된다. 이렇게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당당히 걸어가는 코너를 바라보며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았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용기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일까?
코너는 불우한 가정 환경, 열악한 교육 현장,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당당하게 용기를 냈다. 그렇다면 누구나 코너처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일까? 모두가 코너처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다들 꿈을 쉽게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용기를 안 내는 사람도 있고, 못 내는 사람도 있다'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딛을 준비가 된 사람, 아직 목표를 찾지 못한 사람, 목표는 뚜렷하지만 주어진 환경 때문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 그리고 굳이 목표를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용기는 썩혀두는 것, 요원한 것,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자신의 진심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코너가 학교 폭력을 당해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라피나에게 말을 거는 모습, 자신의 우상들처럼 머리를 염색하고 메이크업까지 한 채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 그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보트 한 척에 몸을 싣고 도전의 땅으로 향하며 미소 짓는 모습...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어느새 코너에게 마음 속으로 존경에 가득 찬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이는 내가 용기를 동경하고 있지만, 스스로 '용기를 안 내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나는 노력하는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모두는 노력을 했다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이라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사실들을 머릿속에만 남겨둔 채 삶 속에서는 용기를 내는 것을 자꾸 미뤄오고 있는 것 같다.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일단 직접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코너가 라피나에게 말을 건넸던 것처럼, 그녀를 위해 가사를 써내려갔던 것처럼, 나도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위해 작은 행동 하나를 먼저 해봐야겠다. 그것이 곧 ‘용기’이고, 그것이 곧 ‘이룸’이 될 테니까. ⓒ라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