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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전업주부
13화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날
찢청은 자유다
by
조인
Aug 31. 2019
찢청. 찢어진 청바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날엔
마음에도 술술 바람이 들어 온다.
내가 젊다고 느낀다.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속는다.
뚫린 구멍.
너덜너덜 뿜어져 나온 실밥들.
나는 왠지 모르게 숨통이 트인다.
그래서일까, 찢청을 입은 날에는 절로 다리까지 꼬아진다.
틀어진 골반 걱정 따위, 하루는 그냥 잊는다.
찢청은 내게 마법의 바지다.
나이가 들어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옷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 이 찢청은 입을만하다며 꽉 붙잡고 있다.
점잖을 빼야 하는 자리라면 입고 나가지 못하지만
자유로운 날에는 즐겨 입는다.
아이들이 손을 넣어 구멍이 자꾸 넓어진다는 게 단점이긴하다.
나는 이 찢청의 마법을 대물림하고자
아이들한테도 찢어진 청바지를 찾아 사입힌다.
옷도 삶도 딱히 일탈을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름 반듯하고 단조로운 나의 일상에서
일탈하듯 즐기는 찢청의 청량감이 좋다.
언제까지 입을 수 있을까.
70이 넘은 연기자 윤여정 씨가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색한 기색 하나 없는 자연스러움에
나는 완전히 반해 버렸다.
나이 70에 청바지가 어울리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젊게 늙고 싶다.
그날을 위해 오늘 나는 어떤 시간들을 쌓아야 할까.
주부로서의 고민 말고, 엄마로서의 고민도 말고, 70에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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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삶의 호환. 글이 고여 글을 씁니다. 지금은 아마도 혹독한 '마흔앓이'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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