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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May 15. 2020

책값이 너~무 싸지 않아요?!

절정의 통찰을 만 원 돈에 사다니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독립 서점에 찾아갔다. 지나가다 들른 것도 아니고 애써 찾아갔으니

책을 적어도 한 권은 사 들고 올 작정이었다.


두런두런 둘러보니,

하나둘 사고 싶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립출판물은 일반 서적에 비해 얇고 작은 책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1만 원 이상의 값.

책만 볼일이지 나는 한 번씩 휘릭 뒤집어 가격을 확인하곤 한 번 망설인다.



문득, 마음을 훅 뚫고 들어오는 한마디 말.


 "책값이 너무 싸지 않아요?!"


교수님은 대학원 공부를 하며 만났다.

전공 수업은 아니었다만

'문화론'이 필수 과목이었기에

빡쎄다는 소문이 자자한 이분의 강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일단 교수님은 수업에 필요한 책들을 모두 '사서' 볼 것을 권하셨다. 전공 책도 아닌데 이걸 꼭 사야 하나 불만이었지만, 소수 인원이 듣는 대학원 수업이라 뻔히 들여다보이니 살 수밖에 없었다. 책도 가벼운 책은 거의 없었다. '총 균 쇠' 이런 류의 굵직하고 밀도 높은 교양서들을 꽤 거금을 들여 잔뜩 구입했다. 미리 읽어가고 질문을 만들어가고 발제를 준비하기도 해야 하니, 밑줄 치며 포스트잇 붙여가며 메모해가며 알뜰하게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책 읽는 법을 배웠다.


수업이 진행되던 어느 날, 교수님은 경이로운 표정을 지그시 지으며 진심 어린 눈길로 한 말씀을 던지셨다.

"책값이 너무 싸지 않아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늘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그 수업에서 샀던 책들은 더 비쌌고 말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책에 담긴 그 지식과 통찰을 스스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책 값이 (종이값이 아닌!) 너무 싼 것이 맞다.


교수님은 진심으로 책값이 너무 싸다고 생각하셨다. 여러 권의 책을 탑을 쌓아 손수 들고 다니시던 모습. 교수님은 정말 '학자'였다. 이토록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토록 책을 성실한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문득 들려온 과거 어느 한 날의 목소리에

나는 거침없이 세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기꺼이 아니 오히려 감사까지 해가며

값을 치렀다.


한 사람의 수고와 노고와 절정의 통찰을

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살 수 있다니,

감사고 감격이다.

교수님과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그 시간을 추억하며, 너무 값이 싼 이 책들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책 값이 너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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