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사고 싶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립출판물은 일반 서적에 비해 얇고 작은 책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1만 원 이상의 값.
책만 볼일이지 나는 한 번씩 휘릭 뒤집어 가격을 확인하곤 한 번 망설인다.
문득, 마음을 훅 뚫고 들어오는한마디 말.
"책값이 너무 싸지 않아요?!"
교수님은 대학원 공부를 하며 만났다.
전공 수업은 아니었다만
'문화론'이 필수 과목이었기에
빡쎄다는 소문이 자자한 이분의 강의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일단 교수님은 수업에 필요한 책들을 모두 '사서' 볼 것을 권하셨다. 전공 책도 아닌데 이걸 꼭 사야 하나 불만이었지만, 소수 인원이 듣는 대학원 수업이라 뻔히 들여다보이니 살 수밖에 없었다. 책도 가벼운 책은 거의 없었다. '총 균 쇠' 이런류의 굵직하고 밀도 높은 교양서들을 꽤 거금을 들여 잔뜩 구입했다. 미리 읽어가고 질문을 만들어가고 발제를 준비하기도 해야 하니, 밑줄치며 포스트잇 붙여가며 메모해가며 알뜰하게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책 읽는 법을 배웠다.
수업이 진행되던 어느 날, 교수님은 경이로운 표정을 지그시 지으며 진심 어린 눈길로 한 말씀을 던지셨다.
"책값이 너무 싸지 않아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늘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그 수업에서 샀던 책들은 더 비쌌고 말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책에 담긴 그 지식과 통찰을 스스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책 값이 (종이값이 아닌!) 너무 싼 것이 맞다.
교수님은 진심으로 책값이 너무 싸다고 생각하셨다. 여러 권의 책을 탑을 쌓아 손수 들고 다니시던 모습. 교수님은 정말 '학자'였다. 이토록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토록 책을 성실한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