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를 읽은 후에
한 인간이 살았고
생의 어떤 순간
그 사람은 완전히 혼자였다.
_아무튼, 메모 /154쪽
나와 이야기를 마친 마지막 순간
그는 한 장의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사형당한 조선인 스물세 명의 명단이었다. _아무튼, 메모 /157~158쪽
세계 그 어디에도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살 길을 고민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고국은 스스로도 갈 길이 복잡한 신생 독립국이었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그들에게 무관심한 강력한 힘에 둘러싸인 채 철저하게 '혼자'였다.
조선인 전범 백마흔 아홉 명 중 스물세 명은 조국을 해방시킨 연합국에 의해 사형당했다. 그동안 천황, 731부대 책임자, 강제징용의 기획자 누구도 전범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철저히 혼자였던 그들은 당시 역사가 필요로 했던 것, 정의 실현을 위한 엑스트라 역할을 하다가 죽은 뒤 이내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망각 속으로 들어갔다.
_아무튼, 메모 / 153,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