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있던 건강검진을 빨리 챙겨야지 결심한다.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썰고 있던 통조림 스팸을 내려다본다. 좀 더 건강하게 먹어야지 마음을 다진다.
전염병이든 사고든 천재지변이든,
언제든 재앙이 닥칠 수 있는 험한 시대에 산다. 때론 내가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게
오히려 기적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무사하고 평안한 삶보다 어쩌면 재앙이나 어려움이 더 일반적일 수도 있는 시대를 산다. 우리 모두에게 코로나가 온 것처럼 말이다.
재앙이나 죽음을 좀 더 가까이 염두에 두고,
나는 오늘 나의 일상과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재점검한다.
둘째가 백일도 되기 전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8일간의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무방비 상태로 들어가 8일을 갇혀 있던 입원 생활은 지옥같이 느껴졌다. 아이가 건강해지고 병원만 나갈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퇴원만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일상에 감사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었다.
위가 탈이 나고 몸이 아파 링거를 꽂고 누운 어느 날. 몸만 건강하면, 아니 건강까지는 아니어도 골골대면서라도 그럭저럭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만 있다면 정말 감사하며 몸 돌보고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러나 이런 기억과 이런 결심들은 참 빨리도 잊힌다.
오늘 내가 병원이 아닌 집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몸이 그럭저럭 살만하며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을 만큼 속이 편하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나와 내 가족이 어쨌거나 지금은 암 선고를 받지 않은 채 평범한(그래서 위대한) 일상을 살고 있으니, 불평할 게 뭐가 있겠나. 무슨 불만을 가질 수 있겠나.
투병 중인 지인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아프지 않은 일상에 감사하며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