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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Jul 08. 2020

주변 사람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나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한 동안은 뜸~하더니,

오래간만에 지인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졌다.


아...

허걱 하는 놀람과 안타까움.

혹시라도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앞선 걱정.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한 번 좀 만날 걸 하는 뒤늦은 후회.


그리고 하나 더해지는 마음은

나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당사자한테는 무례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내게는 부끄러운 마음이고

그러나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솔직한 마음이다.




너무나 건강했던  사람이다.

존경할 만큼 곧고 굳은 신앙이 있었고,

성실한 삶과 노동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사업체도 있었다.


이 제대로 된 삶에, 꽤 괜찮은 삶에

혈액암이라는 재앙이 덮쳐 버렸으니,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이 일이 잘 지나가기를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삶을 아니 더 진보된 삶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응원할 뿐이다.


어쨌거나,

누군가의 이  안타까운 소식은

나의 삶을 새롭게 한 번 리셋해 주는 효력을 발휘한다.


미루고 있던 건강검진을 빨리 챙겨야지 결심한다.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썰고 있던 통조림 스팸을 내려다본다. 좀 더 건강하게 먹어야지 마음을 다진다.

 

전염병이든 사고든 천재지변이든,

언제든 재앙이 닥칠 수 있는 험한 시대에 산다. 때론 내가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게

오히려 기적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무사하고 평안한 삶보다 어쩌면 재앙이나 어려움이 더 일반적일 수도 있는 시대를 산다. 우리 모두에게 코로나가 온 것처럼 말이다.

재앙이나 죽음을 좀 더 가까이 염두에 두고,

나는 오늘 나의 일상과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재점검한다.




둘째가 백일도 되기 전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8일간의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무방비 상태로 들어가 8일을 갇혀 있던 입원 생활은 지옥같이 느껴졌다. 아이가 건강해지고 병원만 나갈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퇴원만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일상에 감사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었다.  


 

위가 탈이 나고 몸이 아파  링거를 꽂고 누운 어느 날. 몸만 건강하면, 아니 건강까지는 아니어도 골골대면서라도 그럭저럭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만 있다면 정말 감사하며 몸 돌보고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러나 이런 기억과 이런 결심들은 참 빨리도 잊힌다.



오늘 내가 병원이 아닌 집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몸이 그럭저럭 살만하며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을 만큼 속이 편하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나와 내 가족이 어쨌거나 지금은 암 선고를 받지 않은 채 평범한(그래서 위대한) 일상을 살고 있으니, 불평할 게 뭐가 있겠나. 무슨 불만을 가질 수 있겠나.



투병 중인 지인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아프지 않은 일상에 감사하며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살고.


오늘은, 반드시 그래야겠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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