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feel obligated.
영어로 대화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단어 대 단어로 번역해서 말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물론 아주 쉬운 표현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건 사과야 = This is an apple.
굳이 "이것은 하나의 사과이다."라고까지 비약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 충분히 적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단어를 사용하여 더욱 적절한 의미로 와 닿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남편이 아주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가끔 내가 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만들기도 하는데, 생소한 음식을 권할 때 꼭 이렇게 말하곤 한다.
"Don't feel obligated."
직역을 하자면, "의무감을 느끼지 마"라는 뜻이 되겠고, 사실 이렇게 번역해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한국식으로 하면 딱 그 느낌인 것이다.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이거다. 꼭 생소한 요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설탕과 탄수화물을 즐기지 않는 나 이기에, 예쁜 칵테일을 만들고 나서 건네주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남편이 예쁘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말하면 난 늘 웃음이 터진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하던 대로 했는데 그 맛이 안 날 때에도 쓰고,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서 사용할 때에도 있다. 실제로 남편은 음식을 할 때, 단순히 맛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중요시하는 타입이라서, 접시 위에 음식이 예쁘게 놓이고, 색과 양이 균형 맞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면 쉽게 접시를 가득 채우게 되기 쉽고,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기도 하는 것이다.
큼직하고 두꺼운 스테이크에 각종 야채와 으깬 감자가 놓이면 정말 맛있다. 처음 받아서는 "맙소사,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진짜로 다 먹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마른 편이지만 진짜 잘 먹는다)
물론 먹는 것에만 쓰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무감을 갖지 말라는 얘기니까, 다른 선물 같은 것에도 해당될 수 있다. 상대가 좋아할 거 같아서 준비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는 여지를 남겨줄 수 있다. 내가 신혼초에 사준 츄리닝 바지는 남편에게 그다지 흡족하게 맞지 않았다. 집에서도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편에게 좀 편히 입으라고 구입했지만, 키는 190cm나 되지만 마른 편이다 보니, XL로 사면 품이 너무 크고, M 정도로 사면 길이가 짧아지기 쉽기 때문에 옷 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럴 때에도 건네주며 역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Don't feel obligated."
그러면 남편은 내게 이렇게 대답한다.
"Flick!" ( 이 설명은 다음 시간에~)
즉, 요약정리하면,
누군가에게 뭔가를 건넬 때, 음식을 권할 때처럼,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그것이 정말 호의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면, 마지못해 받아서 오히려 상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그럴 때 사용하면 딱 좋은 표현이다.
(삽화는 딸이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