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다
브런치를 기웃거린 지 몇 달 되었다. 이런 참신한 세상이 있었다니!
나는 글쓰기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면서 막연한 글쓰기 동경 같은 것이 있었고, 교지에 간단한 시나 산문 정도를 실어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이십 대 때에는 작은 수첩에 짧은 일상을 적곤 하였고, 그 이상 뭔가를 적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초창기, 유행처럼 번져가던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에 나도 발을 담그게 되었고, 그들이 모두 블로그로 떠나갈 때에도 꿋꿋이 버티며 18년간 온라인 일기를 썼다. 그냥 혼잣말처럼 써나가곤 했지만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힘들고 우울할 때에도 글을 적다 보면 내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쳐다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늘 용기를 낼만한 이유를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늘 "그래도 감사한다"였다.
삶이 점차 버거워지면서 일기장을 채우는 것조차 힘들어진 재작년 겨울, 결국 문을 닫으면서 참으로 아파했었다. 18년간의 기록은 내가 아팠을 때나, 행복했을 때나, 뭔가 깨달았을 때나, 언제나 무슨 일이 있거나 나와 함께 했었고, 나를 성장시킨 큰 힘이 되었다. 결국 나는 글을 딱 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꾸준히 개인 카페와 페이스북에서 여러 가지 주제로 계속 글을 써왔다.
그러다가 아픈 일상을 종료하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반려자를 만났고, 나의 인생은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뭔가 다시 새롭게 쓰고 싶던 차에 브런치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기웃기웃 어떤 곳인지 분위기만 살피다가, 작가의 서랍에 조심스럽게 글을 여러 가지 써보기도 하였는데,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거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신혼여행을 가기로 결정이 되면서, 노년의 결혼과 그 황혼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갑자기 브런치 작가에 응모하게 되었다. 망설임도 꽤 있었고, 합격이 쉽지 않다는 소문도 익히 들었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야겠다 싶었지만, 갑자기 바빠진 일상이 내 발목을 잡았고, 이러다가는 이대로 여행 떠나고 또 흐지부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턱에 받친 마음으로 허겁지겁 응모를 하게 되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한두 번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라니까... 게다가 갑자기 딸을 만나러 엘에이에 다녀오게 되고, 생각지 않은 일이 발생해서 정신없이 며칠을 지냈는데, 문득 궁금해서 열어보니 "작가 응모하기"라는 란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축하 이메일이 온 지 닷새가 넘었구나! 나 뭐 하고 있었지?
뭐든 막상 멍석을 깔아놓으면 판을 벌리기 쉽지 않듯이, 당장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뭐부터 할까 하다가, 일단 나를 소개하는 인사글부터 쓰고, 그다음에 차근히 계획하고 목차를 정해야겠다 싶다. 일단 첫 삽을 떴으니, 그 위에 뭔가 세울 수 있겠지? 조용히 혼자 자축하며 스스로에게 힘을 줘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