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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16. 2020

파릇파릇 봄을 먹자, 달래장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

입춘 지나면서 봄이 오기 시작하면 날씨는 여전히 겨울이지만 봄 음식을 먹고 싶어 진다.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모든 음식이 다 장에 나오는 편이지만, 이곳 캐나다에서는 정말 잠깐 나오고 만다. 그래서 지지난주에 달래냉이를 사 와서 맛있게 먹었는데, 뭐가 바쁜지 이제야 허둥지둥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아마 한국에는 아직도 달래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요즘처럼 외식이 불가한 시기에, 집에 담가놓으면 모든 반찬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아주 쉽고 깔끔한 달래장을 소개한다.


달래와 더불어 구입한 냉이도 다 손질해서 대부분 얼리고, 일부는 냉이 된장국을 끓였다. 냉동실에 늘 들어있는 시금치 데친 것과 두부 조금 넣어서 끓였더니 남편이 완전 좋아했다. 이 사람은 진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그것도 막 기교 부린 퓨전보다는 정통 한식을 좋아하니 나와 입맛이 딱 맞는다.


냉이무침, 냉이 전, 냉이 된장국 


그래서 냉이 산 김에, 냉이 무침도 해 먹고, 냉이 전도 부쳐먹고, 아주 봄을 만끽했다. 밀가루를 못 먹는 글루텐 알러지인지라 부침용 가루는 따로 제작하는데 이것은 다음에 소개를 하겠다. 이러다가 또 다른 얘기만 잔뜩 늘어놓고 본론을 저리 갈듯하니 후다닥 달래장으로 넘어가자.




내가 소개하는 달래장은 친정어머니표이다.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을 못 봤는데, 나는 이렇게 한 것이 제일 개운하고 좋다. 더구나 손도 많이 안 가고 깔끔하다. 


우선 달래는 손질을 잘해야 하는데, 사진에서 보면, 뿌리 아래쪽으로 검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곳을 정리해주고, 뿌리 겉쪽에 지저분한 흙이 묻어있다면 껍질을 살짝 벗겨도 좋다,


한국에서는 원래 뭐라도 다듬을라치면 신문지 깔아놓고 앉아서 다듬곤 했는데, 우리 집에는 깔끔이 남편 덕에 집에서 노는 신문지가 없다. 들어오는 대로 다 정리해서 재활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신문지를 찾았더니 낡은 타월을 깔아준다. 키가 작은 내가 싱크대에서 서서 이런 거 다듬으면 나는 팔이 아파 힘들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서 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쩐지 더럽히면 안 될 거 같아서 조심스레 했더니만, 원래 이런 일에 쓰려고 두는 타월이니 안심하고 쓰라고 해서 써봤다. 은근 이거 편하고 감촉도 좋고 괜찮네! 다 하고나면 베란다에 나가서 툭툭 털면 그만이다.



이제 깨끗하게 씻어서 도마에 길쭉하게 놓고 취향에 따라 잘라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게 썰은 게 좋아서 1.5cm ~ 2cm 정도로 썰어주는데, 취향에 따라 더 잘게 썰어도 좋고, 아니면 길쭉하게 썰어도 괜찮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잘게 쫑쫑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썰어서 납작한 유리 용기에 가지런히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간장을 솔솔 뿌려준다. 몇 스푼 이런 거 없다. 왜냐하면 다들 달래의 양이 다를 테니까.



여기서 포인트! 간장을 찰랑찰랑 잠기게 부으면 안 된다. 그러면 짜서 먹기 힘들어진다. 살짝 아래에 깔릴 만큼만 부어준다. 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해두면 실패할 일이 없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다지듯 꾹꾹 눌러서 잠시 둔다. 그러면 어느새 달래가 장을 먹고, 수분이 빠져나와 자박자박 간장에 잠겨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밑에만 잠기게 부었는데, 눌러줬더니 어느새 위까지 간장물이 올라왔다


이제 뒤적이지 말고 그 위에 얌전하게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그리고 그 위에 깨는 좀 듬뿍 뿌려서 고소하게 위쪽을 덮어주면 끝이다. 너무나 간단하다.


다시 꼭꼭 눌러서 냉장고에 넣는다. 그리고 이틀 뒤부터 먹을 수 있다.



이 달래장의 묘미는 절제


살면서 보면 어떤 때는 다다익선이라고 무조건 많이 있으면 좋을 때가 있다. 풍덩 젖도록 흠뻑 적셔주면 좋은 것은 애정 하는 마음 이리라. 하지만 어떤 것은 좀 아끼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과하게 표현하면 지치기도 한다. 오늘 만드는 달래장은 후자에 속한다. 좀 아끼며 절제하는 미덕을 느끼게 하는 레시피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로 딱 필요한 양만큼만 넣어서 만들고, 먹을 때에도 풍덩풍덩 서빙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부터 얌전하게 떠서 작은 그릇에 조금만 담아서 알뜰하게 먹을 때 그 풍미가 더 좋다.


파나 마늘을 넣지 않는다. 참기름도 넣지 않는다. 재료의 절제다. 이런 군더더기들이 들어가면 개운한 맛이 사라진다. 간장도 과하지 않게...


간장이 위에까지 다 차 올라서 고춧가루와 깨까지 촉촉하게 젖어있다.


살짝 떠서 서빙하는데, 달래 향이 너무 좋다. 참기름이 없어서 더욱 달래스러운 맛이다. 남편이 너무나 좋아해서, 상에 올린 게 먹다가 남으면 밥에 부어서 비벼먹고, 그것도 안 되면 그냥 마신다. 버리면 아깝다고... 그래서 오늘 나가서 좀 더 사 오려 했더니, 이제 달래 안 들어온단다. 에효! 한국은 아직 많을 텐데... 진작 더 사올 것을!





달래장 만들기


재료:

달래, 간장, 고춧가루, 깨


만들기:

1. 달래를 손질한다. 뿌리 아래쪽 검은 부분을 제거하고, 뿌리 겉의 지저분한 부분도 벗겨낸다. 

  시든 잎은 제거한다.


2. 깨끗하게 씻어서 도마에 길쭉하게 놓고 취향에 따라 잘라준다. 1.5cm 정도면 적당하다.


3. 납작한 유리용기에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4. 그 위에 간장을 솔솔 뿌려준다. 

    달래가 잠길만큼 부으면 너무 짜다. 바닥에서 반이 넘지 않도록만 부어준다.


5. 그리고 숟가락으로 다지듯 꾹꾹 눌러서 잠시 둔다. 

   어느새 달래가 장을 먹고, 자박자박 간장에 잠겨있으면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6. 그리고 그 위에 깨를 뿌리고 다독여서 냉장고에 넣는다.


7. 완성. 다음날부터 먹을 수 있다.


* 주의!!! *

설탕이나, 파 마늘, 후추, 참기름 등등으로 풍미를 망치지 말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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