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24. 2020

한국식 아보카도 애피타이저

간식으로도 맛있게 아보카도 먹는 쉬운 방법

나는 아보카도를 너무나 좋아한다. 미국에 살던 한 20여 년 전부터 좋아했으니 정말 오래전부터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구하기도 힘들었고,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던 시절이다. 이제는 아보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구색 없는 그릇으로 차린 엉터리 식단

옛날에 아보카도는 주로 즉석김밥용으로 사용했다. 달걀지단 부치고, 날치알과 데친 꼬마 새우, 단무지, 오이 등등을 준비하고, 거기에 아보카도 썰어서 얹으면 럭셔리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해서 김에 밥 얹고 와사비 간장 찍어서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다. 간단하게 싸가지고 근처 소풍 가서 풀밭에 앉아서 먹어도 좋았고, 집에서도 쭉 늘어놓고 밥 한 공기씩 담아주면 식구들이 알아서 싸 먹으니 편리했다.


10년전 딸과 잠시 밴쿠버 와 있던 시기에 차린 첫 밥상도 이 아보카도 김밥이었다. 구색맞지 않는 재료였지만, 이것저것 대략 차려놓고 먹으며, 아, 드디어 자리를 잡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더니 아보카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친구가 한 번은 자기 집에 선물로 과일 바구니가 들어왔는데, 그 안에 아보카도가 있다고, 이거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왔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숙성된 상태를 아는 법과 자르는 법 등을 알려줬었다.


그렇게 특별한 경우에만 먹던 아보카도는 한국에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고, 아보카도가 들어간 캘리포니아롤이 유행을 타기도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저탄고지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더욱 주목받는 과일이 된 거 같다. 하지만 과일이라고 하기엔 달콤하지 않고, 야채라고 하기엔 분명 열매에 해당되는, 여전히 오묘한 음식이긴 하다.


한 때에는 어린이 책에 아보카도 씨에서 싹 틔우기가 나온 것을 보고, 아이와 함께 심어서 화초로 키운 적도 있었다.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몰라서 참 볼품없게 키웠는데, 엄청나게 키가 자라서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냥 놔두면 30미터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가정에서는 그렇게 키우지 못한다. 열매도 맺지 못한다. 그러려면 밖에 땅에 심어야 하는데, 한국은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열대과일은 아보카도는 마당에서 키울 수가 없다. 그저 위쪽을 계속 잘라주면서 관상용으로 키우는 수밖에...

왼쪽은 처음 싹 나서 신기했던 때 / 그게 계속 자라서 천장을 찌르던 시절,




아보카도를 먹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나는 그냥 반 뚝 잘라서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만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뭔가 가미해서 먹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다가 코비드 확산되기 전에 캐나다 친구들 모임에 갔는데, 집주인이 식전 애피타이저로 아보카도를 내놓았는데 정말 손이 안 가면서도 개운하고 맛있게 잘 먹어서 소개를 해본다.


사실 뭐 비법이랄 것도 없다. 바로 이거다.


간장과 레몬, 식초, 참기름, 깨를 뿌려서 깍둑 썰기한 아보카도 위에 뿌리기. 그런데 입 안에 들어가면 달달한 느낌으로 입 안에서 살살 녹더라. 몇 명 같이 모여서 식전에 간식처럼 먹기 정말 딱 좋다. 쪽파를 송송 썰어서 위에 같이 뿌려줘서 좀 더 씹는 감을 추가했다.


물론, 집에 혼자 있고, 그냥 설거지 최소화해서 먹고 싶다면, 소스 만들어놨던 걸로 이렇게 무성의하게 뿌려서 먹어도 된다. 게으름의 극치라 볼 수 있을 듯.

귀차니즘의 종결자! 


그럼, 이왕 아보카도 이야기 나온 김에, 아보카도 어떻게 여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한 소개를 해보자면, 우선, 아보카도를 구입했을 때 초록색이 나면서 단단하다면 아직 먹을 때가 안 된 것이다.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이다. 따라서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눌리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나야 한다. 즉, 그러기 전까지는 실온에 보관하다가, 부드러워지는 순간 냉장고에 넣고 며칠 내에 먹으면 된다. 부드러워졌는데도 계속 실온에 보관하면 곯아서 색도 변하고 맛도 냄새도 이상해진다. 


아보카도는 보통 세로로 칼집을 넣어서 씨를 중심으로 잘라낸다. 씨를 제거할 때에는 칼로 씨를 찍어내면 된다. 만일 반쪽만 먹는다면, 단면에 레몬즙을 발라준 후 랩으로 싸서 냉장 보관하면 다음날까지 변색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씨를 빼낸 아보카도는 그대로 껍질을 까서 도마에서 썰어도 되고, 만일 도마 꺼내기가 귀찮다면, 위 사진처럼 안쪽으로 칼집을 낸 후에 숟가락으로 얌전히 퍼 내도 된다. 깍둑썰기나 슬라이스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푸성귀 가득한 샐러드에 얹는다면, 럭셔리한 분위기를 낵 수 있다. 


아래 샐러드는 며칠 전 점심이다. 남편이 집에서 만들었던 연어캔 마지막 남은 것을 쏟아 넣고 만들었기에 더욱 럭셔리한 샐러드가 되었다.


가정식 연어캔




아보카도 간장소스 애피타이저


재료:

2:2:5:1 = 레몬즙:식초:간장:참기름


만들기:

이 비율로 소스를 만들어서, 깍둑썰기 한 아보카도 위에 뿌려준다.

깨를 위에다 솔솔 뿌려주면 완성.

취향에 따라 쪽파나 다른 재료를 뿌려도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