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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의 3가지 비법

살아있는 언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오늘 소개할 내용은, 내가 만든 영상이 아니고 주디 톰슨(Judy Thompson)님의 강연을 퍼온 것이다. 뭔가를 찾으려고 유튜브를 뒤지다가 추천 영상으로 떠올라서 봤는데, 아주 영어공부에만 국한된 특별한 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으며, 영어 공부하는 데에 갈피를 못 잡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공유하면서 한 번 정리해봤다.


https://youtu.be/NcX2AwH3cG8

TEDx의 Judy Thompson 강연: 한글 자막을 띄워볼 수 있다.


한글 자막이 있으니, 영상을 쭉 들어보면 설명을 차근차근 들을 수 있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고개가 갸우뚱 될 수 있기 때문에 풀어서 부가적으로 설명을 적어보았다. 이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강세(Stress)에 유의할 것.

설명을 듣다 보면, 동영상 자막에서 억양(accent)은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번역이 좀 애매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굳이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서 말하는 accent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강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투리를 말한다. 즉, 지역별로 다르게 나오는 발음을 가지고, 남부 악센트라고 하듯이 그런 느낌이다. 사실 인도인들이나 남미인들이나 하는 발음을 들어보면, 우리보다 별로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미국 사람들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즉, 지역색이 있는 발음, 표준 영어가 아닌 발음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 발음, 인도 발음, 프랑스 발음... 등등 지역색 있는 발음을 걱정하지 말고, 강세(stress)를 신경 쓰라는 설명이다.


강세라는 것은 단어의 한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는 것을 말한다. 나도 수업하면서 늘 강조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혀를 굴리느냐, 버터바른 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보다 이 강세가 훨씬 중요하다. 비단 영어뿐만이 아니라, 많은 서구의 언어에서 상당 수 그렇다. 단순히 강세 하나 틀렸을 뿐인데 상대가 전혀 못 알아듣는 일들은 허다하다. 나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30년 전 이탈리아 갔을 때, 슈퍼마켓 찾는다고 경찰관에게 물어보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알아들은 경찰관은, "아! 쑤뻬르마아아아켓" 이라고 말했다. 즉 이탈리아어의 경우, 이 단어의 강세가 ""에 있어야 알아듣는 것이다. 영어도 그렇다. 20년전, 오타와에 호텔방 하나 예약하려고 하다가, 상대가 못 알아들어서 철자까지 불렀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에 관련된 발음 설명 동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몇 년째 미루고 있는지 모른다!)


영상에서 예로 들은 바스티! 스파스티! 스파티! 어떻게 틀리게 말해도 강세가 붙은 발음 ""하나로 모든 것을 알아듣게 해주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우리나라처럼 모/나/리/자 라는 단어에 강세를 바꿔가며 놀이를 하는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강세는 정말 어렵다. 우리 단어는 어디에 강세를 줘서 발음하든 알아듣는 데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는 그게 너무 중요하다 보니, 16살이라고 말하려다가 자칫하면 60살이라고 하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지경이다. 따라서, 단어의 발음을 익힐 때에는 무엇보다도 강세를 어디에 두는지를 꼭 함께 익히고, 잘 따라 하며 습관처럼 입에 붙이기를 추천한다.




2. 연음(Linking)

linking 이라 하면, 연결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관련된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듯이, 단어와 단어를 서로 연결해서 연음처럼 이어지게 발음하는 것을 뜻한다. 글자로 쓰여있는 경우에는 이 링크가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들을 때에는 덩어리져서 발음하기 때문에, 연음을 모르면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개의 단어가 하나처럼 달라붙어서 한 덩어리의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클럽을 이끌어가면서 늘 오디오 북을 많이 들으라고 강조 또 강조를 하는데, 사실 영어뿐만 아니라 세상 그 어느 나라 언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실제 생활에서 또박또박 한 음절씩 잘라서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국어로 친구에게, "너 어제 뭐 했어?"라고 묻는다면, 사실상 그 말을 또박또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은 "너졔머해써?" 정도로 발음하고, 듣는 이는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알아듣는다. 그게 저렇게 발음된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 제대로 하나씩 발음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영상에서 예로 들은 문장을 우리더러 영어로 말해보라 한다면 분명히 또박또박 말할 것이다. Can I have a bit of egg? 라는 문장을 말할 때 우리는 눈에서 사진 찍은 것처럼 "캔 아이 해브 어 빗 오브 에그?" 라고 뇌에서 발음하고자 한다. 하지만 역시 원어민들은 전체를 연음으로 붙여서 발음한다. 그걸 굳이 한국식으로 쓰자면, 이 문장은 거의 이렇게 들린다. "캐나이해버비더벡?" 전체가 한 덩어리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걸 인식하고 이렇게 묶음으로 듣고 발음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사실 이보다 심한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종종 오디오북에서 그 소리가 죽어도 안 들린다는 분들이 있다. 이게 전에 내가 받았던 질문이다. 책을 펴놓고 보면서 들어도 안 들린다고 했다.


"Before I could unpack it, ..." 이 부분 녹음파일이

"Before I couldn't pack it, ... " 이렇게 들린다는 질문이었다.


바로 could unpack 이 두 단어를 붙여서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이걸 구별하지 못한다.


사실상 영어에서 couldn't한 음절로 발음된다. 잘 보면 모음이 한 부분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쿠든" 또는 "쿠든트"라고 읽어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거의 "큰"처럼 들린다.


반면에 원래 문장처럼 could unpack 이라고 하면, 세 음절이 된다. 그래서 "쿠던팩"으로 들리니까 이걸 부정의 couldn't로 생각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즉, 영어에서 연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익히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그것을 익히는 방식은 오디오북을 통해서 관심 있게 듣고, 또 많이 따라 해서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3. 영어식 구문, 즉 전치사구, 동사구 등 숙어 익히기 (Collocations)


북클럽 하면서 가장 많이 질문받는 것 중 하나가,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서 사용하면 안 되나요?"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have lunch"라고 안 하고, "eat lunch"라고 하면 안 되나요?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다.


물론 학습과정에서 의문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영어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한국식으로 단어를 선정해서 그것을 끼워 넣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미련을 못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문법적으로는 맞게 썼지만 듣기에는 어색한 문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아래 문장은, 위 동영상에서 언급한 문장인데, 이렇게 해도 문법적으로는 전혀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Last night, we ate dinner at home. I cooked chicken.

After dinner my husband washed the dishes.


그러나 원어민들은 실제로 저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도 실제로 가끔 남편에게 같은 의미의 문장들을 여러가지로 써놓고 비교해서 물어보면, 다 맞는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당신이라면 뭐라고 할 거야?"라고 다시 물어보면, 그때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온다. 즉, 원어민들도 그 표현을 앞에 들이대면 틀리다고 하지 않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위 문장을 원어민은 이렇게 말한다.


Last night we had dinner at home. I made chicken.

After dinner my husband did the dishes.


구조는 전혀 다르지는 않다. 다만 다른 단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연사는 또 다른 예로, 18살 아들이 저녁식사 마칠 무렵 자신에게 던진 문장을 들었는데, 아들이 엄마의 접시를 보면서 한 말은 "You finished with that?" 이것이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엄마, 식사 다 하셨어요?" 또는 "엄마 그거 안 드실 거예요?" 이런 식으로 표현할 것이다. 이 문장을 한글의 일대일 단어로 해서 만들자면 참 어렵다. 아마 절대로 저 finish를 이용한 문장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사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장들을 숙어로 적어놓고 외우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녹록하게 외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내가 주장하는 것은, 보다 익히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나 실제로 그렇게 쓰이는 문장들을 많이 접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문장을 접할 때 한국어 문장으로 일대일 번역을 하고자 하는데, 그렇게 하면 번역문도 이상하게 밖에 만들 수 없는 데다가, 절대로 영어식으로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문장을 그대로 통째로 받아들이고, "아,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말하는구나!"라며 익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위에 나온 문장인 "You finished with that?" 이것은, 밥 다 먹었냐는 뜻이 될 수도 있고, 뭔가 사용하고 있던 것을 다 썼느냐는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정식으로 문장을 만들자면, "Are you finished with that?" 또는 "Have you finished with that?"인데 줄여서 쓴 것이고, 보통은 이보다 더 줄여서 "Finished with that?"이라고 많이 사용한다. 깔끔쟁이 우리 남편은 늘어놓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뭔가 하고있으면, 따라다니면서 뒷정리를 해주는데, 치우기 전에 반드시 저렇게 물어본다. "이거 다 쓴거야?"


이런 표현 구문은 참 많다. 그리고 일상에서 늘 사용한다. 북클럽 중에서 모르겠는 문장이라고 질문 나오는 문장들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 아니다. 하나씩 떼어서 보면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 쉬워보이는 문장인데,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다. 왜냐하면 그 단어들이 하나로 뭉쳐서 전혀 생각지 못한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 구문이라는 것은 사실 영어에만 국한된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어에도 수도 없이 많다. 우리도 "손 추우니까 장갑 입어." 라고 외국인이 말한다면, 다 알아듣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손 시리니까 장갑 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또한 "식사 먹었어요?" 라고 하지 않고, "식사 하셨어요?" 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굳이 이런 내용을 정리하는 이유는, 영어가 이렇게 어려우니까 틀리지 않게 잘하여야 한다... 내지는 구문을 잘못 사용하려면 말하지 말아라... 라면서 여러분의 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틀려도 자꾸 말하면서 수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원어민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아, 저럴 때에는 저런 표현을 사용하는구나!" 하고 그 표현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영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디오북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에도, 그들이 발음하는 방식을 잘 들어보고, 마치 연극하듯 그들의 음성을 따라 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원어민들은 통상 평균적으로 기본 3000개의 단어들로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영어가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면, 그렇지만 보다 자연스럽게 잘 말하고 싶다면, 이미 알고 있는 기본적 단어들을 좀 더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며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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