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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10. 2020

나도 화초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평생 안 하던 것에 새로이 도전을!

나는 좀 집요한 데가 있다. 뭐든 시작하면 아주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다. 살면서 무모한 도전도 많이 했고, 엉뚱한 시도도 많이 했는데,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아주 작정을 하고 집중한다. 


패러글라이딩에 빠졌을 때에는 빌려 쓰는 장비로 성이 차지 않아서 없는 살림에 통장을 털어 내 체형에 맞는 장비를 장만하기도 했다. 두 발이 공중에 떴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때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포켓볼 당구에 빠졌을 때에는 책과 비디오를 장만해서 공부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팔을 흔들며 감을 익혔고, 아침이면 당구장에 가서 혼자 당구 연습을 했다. 당시 내 직업이 학원강사였기에 오전 시간은 한가했고, 당구장은 그 시간 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감을 다 잃은 지금도 폼만은 국가대표라며 웃는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시작한 퀼트는 결국 아이 낳고 나서 계속하면서 공부를 이어가서, 15년간 퀼트 강사를 하며 수강생들과 전시회도 13회나 하면서 내 인생에 가장 큰 한 부분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빠졌던 것은 탱고였는데, 마음같이 움직여주지 않는 몸 때문에 애를 먹다가 결국은 자유수강권을 등록해서 매일 하루 두 타임씩 강의를 들었다. 하루에 3시간을 내리 춰도 지치지 않는 나를 보고 다들 혀를 내둘렀다. 어느 정도 감이 잡혀가서, 맹훈련해서 대회에라도 나가볼까 하던 즈음에 그만두고 캐나다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뭔가에 몰두할 새가 없었는데, 결국은 남편이 좋아하는 가드닝(이라고 쓰고 농사라고 읽는다)에 함께 빠져들게 되었다.


역시나 그 버릇 어디 가겠는가! 처음에는 그저 실내에서 화분에 허브나 몇 개 키우자고 시작되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농사에 호기심이 발동되면서, 인터넷에서 각종 원예 관련 정보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먹거리 키우기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그리운 야채를 키워먹자는 마음에 고추와 깻잎을 들여놓았던 작년을 떠올려서 올해에는 거기에 상추와 곰취, 곤드레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라즈베리와 딸기를 사고,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던 단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정말 텃밭을 꾸미기 시작했다. 가지와 오이, 호박도 심고, 야채 키우기를 넘어서 꽃에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나의 일과는 온통 밭일에 관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급기야 장미묘목을 잔뜩 사들고 들어왔다.


그냥 사다가 심고 물이나 주는 소극적 마인드가 아니라 흙에 대해 공부하고 비료에 대해 공부하면서 점점 더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되고 말았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이용해서 퇴비를 만들고,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작년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갈아서 밭 위에 덮어주기도 한다. 흙이 산성인지 알칼리인지 테스트하고, 각 식물에 맞는 재배법을 구분해서 정리하였다. 어떻게 번식시키는지도 관심이 많아졌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신비로운 기분을 갖게 한다. 고작 화초 키우기가 무슨 도전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화분이든 내 손에 들어오면 다 죽는다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졌던 내가 그 시절을 뒤로하고 식물계의 금손이 되고자 하는 것은 나로서는 참으로 비장한 도전이다. 그리고 완전히 방치되어있던 우리 집 뒷마당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 또한 내게는 아주 큰 모험이다.


움직이며 교감하는 애완동물만이 키우는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조용하다고만 생각했던 식물이 풍성하게 몸집을 키워가고 꽃과 열매를 만들어내며 더 많은 교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길가에 스쳐 지나가던 이름 모르던 나무들도 이제는 모두 나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작은 풀꽃과도 사랑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렇게 나처럼 새롭게 눈을 뜨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모은 정보들을 가지런히 모아서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뭐든 시작한다면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도전을 꿈꾸게 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세상에서 내 자식이 가장 이쁘듯, 내가 키운 식물이 가장 아름답고 맛있다는 진리를 실감하며, 내년 이맘때에는 완전히 새로워진 정원을 공개하겠노라고 과감히 도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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