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또 멀리서 챙겨주는 사람들
코비드 19로 인한 갑작스러운 국경 폐쇄로 딸아이와 생이별 한지 한 달이 넘었다. 그 사이에 딸 생일도 지나가고, 어린이 날도 지나가고, 어버이날도 또 이렇게 지나갔다. 날들을 챙기는 것이 무슨 그리 의미가 있겠느냐만 서도, 아이 생일에 함께 해주지 못한 것은 정말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이모가 미리 떡케이크 맞춰놓고 불러서 챙겨주고, 아이가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촌언니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선물 폭격을 보냈었다. 특히나 남편이 신경을 많이 썼다. 꽃배달도 보내고, 선물과 카드도 써서 한국으로 부쳤는데, 그것으로도 마음이 부족한지 아이 필요한 물건 사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포장 따로 해서 보내고, 생일 축하 문자 넣어주고 eCard 따로 또 보내고... 마음으로 많이 아끼고 있다는 것을 계속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차피 이제 어린이가 아니니 어린이날은 챙기지 않았고, 그날은 아이가 일이 많은 날이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대학원 갈 준비 한다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영어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인데, 아이들이 잘 따라서 재미있게 수업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버이날은 사실 기대도 안 했다. 한국 행사이고 캐나다에는 없는 날이니까 그냥 맹숭맹숭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저녁때 다 되어서 꽃배달이 왔다. 한국인 꽃집 아저씨가 한국식으로 가슴에 꽂는 코르사주로 만들어서 배달을 왔다. 원래 오전에 배달해달라고 진작에 예약해놨는데 캐나다 어머니날과 겹쳐서 밀렸던 것 같다고 나중에 말했다. 마음씀이 예쁜 딸과 마음씀이 예쁜 남편이랑 사는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남편에게 한국식 어버이날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일부러 꽃다발이 아닌 코사지로 보낸 딸의 의도까지 함께 전해줬다. 아마 평생 처음 받아보는 어버이날 코사지겠지, 여기는 그런 행사가 없으니까...
그리고 이틀 후 일요일은 캐나다의 Mother's Day 였다. 베란다에서 화초를 손 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나무 자르던 남편이 현관에 나가보란다. 어리둥절해서 나가보니 이런 선물이 놓여있었다!
이웃집 여인 Sonila가 가져다 놓은 선물이었다. 민트와 레몬밤 잎으로 장식한 꽃 한 송이와 찻잔에 놓여있는 화초, 집에서 만든 립밤, 내가 좋아하는 흰 꽃과 딸기 화분... 풍성하기도 하구나! Happy Mother's Day라는 편지와 함께 배달된 이 예쁜 것들을 보고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마침 마당에서 노는 그 집 아이더러 엄마를 불러달라고 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는데 미안해서 어쩌냐고 했더니, 절대 아니라며, 자기는 엄마가 없고, 나는 딸과 떨어져 있어서 준비했다고 말하는데 서로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평소 같으면 다정하게 안아줄 텐데, 코비드 19 때문에 포옹 금지여서 이럴 때 참 안 좋구나! 자기 어제 샀다는 화초도 보여주더니, 마당에 핀 라일락도 따서 건네준다. 꽃을 워낙 좋아하는 여인이어서 마당이 꽃으로 넘친다.
늘 상냥하게 웃는 그녀와 이웃이어서 좋다. 우리가 여행이라도 가면 우리 집 화초까지 챙겨서 물 주고, 우편물도 보관해주고, 꽃 예쁘다 하면 당장 뿌리째 뽑아서 건네주기도 하는 그녀.
집에 들어와서 꽃다발 열어, 그 안에 있던 허브들 꺼내서 차 끓이고, 꽃은 물꽂이 하고 생각에 잠긴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표현할수록 진해진다는 것.
───
저녁때, 아끼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마음이 힘들어서 참 많이 고생했는데, 이제 깨달음이 온 것 같다며, 세상이 감사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늘 마음이 쓰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얼마나 고맙던지! 그동안 자기 하는 말 들어줘서 고맙다고, 기쁜 소식 알려주고 싶어서 연락했다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모두들 다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내가 아는 이들이든 모르는 이들이든,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다 행복하면 좋겠다. 길어지는 코비드 사태로 많이들 우울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서도 다들 서로 사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