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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19. 2020

집에서 만든 라드

시간이 걸리지만 어렵지 않은 요리 재료

오랜만에 라드를 만들었다.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의욕이 넘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돼지비계를 사다가 만드느라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아마 저탄 고지 시작하던 첫해였으리라. 


기름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그동안 좋은 기름으로 알려져 왔던 식물성 식용유들이 사실은 진짜 몸에 나쁜 것이고, 동물성 지방이 오히려 영양가 있고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물성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둔갑한 액체형 일반 식용유들은 그 추출과정이 상당히 불량하다. 


티브이 먹거리 엑스파일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적이 있다.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포도씨유, 현미유 이런 것들은 압착한다고 해서 기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머릿속에서 굴려보아도 그러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름들은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추출되는다, 이때 헥산(n-hexane)을 사용한다. 


잠깐, 여기서 헥산이 뭔지 알아보자.

n-Hexane is a chemical made from crude oil. Pure n-Hexane is a colorless liquid with a slightly disagreeable odor. It is highly flammable, and its vapors can be explosive. Pure n-Hexane is used in laboratories. Most of the n-Hexane used in industry is mixed with similar chemicals called solvents. Inhaling n-hexane causes nerve damage and paralysis of the arms and legs.

n-헥산은 석유 원유에서 추출된 화학물질이다. 순수 헥산은 색이 없는 액체로 약간의 불쾌한 냄새가 있다. 가연성이 높아 증기만으로도 폭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산업용 헥산은 용매(솔벤트)라 불리는 유사한 화학물질과 함께 혼합되어있다. n-헥산을 흡입하면 팔과 다리의 신경 손상과 마비가 발생하게 된다.


어려운 말들이 섞여있지만, 분명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아래 예로 들은, 미국 독성물질 질병등록국 보고서(https://www.atsdr.cdc.gov/ToxProfiles/tp.asp?id=393&tid=68)에 따르면 헥산에 노출된 홍콩의 한 인쇄 공장 근무자들에게서 말초신경병증(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짐)이 발생해 헥산이 신경에 독성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56명 중 20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났으면 상당히 높은 숫자이다. 

An outbreak of peripheral neuropathy in an offset printing factory in Hong Kong provides information on possible sensitive indicators of n-hexane neurotoxicity (Chang et al.1993). In this incident, 20 of 56 employees developed peripheral neuropathy after exposure to solvents containing n-hexane.


그밖에도 난소의 손상이라든지 더 다양한 보고가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 생략하고, 식용유 추출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 내용은 내가 유추한 방법이 아니라 먹거리 엑스파일 154화에서 방송되었던 내용이다.
  

콩기름을 예로 들어, 먼저 콩을 건조한 후 분말 형태로 간다. 접촉면이 넓어져서 더 많은 기름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말에 헥산을 넣어 콩의 지방을 녹여낸다. 이 과정에서 헥산이 점점 노랗게 변하면서 우리와 친숙한 식용유의 색을 띠게 된다. 이후, 정제 과정을 통해서 헥산을 증발시키고, 탈산을 위해서 가성소다를 넣는다. 가성소다는 주방세제나 비누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 그러고 나서 물을 넣어서 세척하고, 그 물을 기름과 분리해내는 과정에서 솜과 산성백토를 넣는다. 그리고 고온의 열처리로 나머지 불순물을 제거하여 탈취한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과정들을 거치는데, 왜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만 할까? 왜냐하면 전통적 압착 방식으로는 도저히 그 많은 양의 기름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콩에서 식용유를 압착식으로 뽑아낸다면 겨우 25ml를 뽑아내기 위해서 4.6kg의 콩이 필요하지만, 이런 헥산 과정을 거치면 단 150g의 콩으로도 같은 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처리 과정을 거쳐서 헥산을 제거하지만, 헥산은 여전히 식용유에 남아있다. 그래서 늘 이런데에는 권고치가 있고, 우리나라 헥산 잔류 양의 기준은 5ppm이며, 판매되는 식용유는 그 수치 이하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용유가 그리 많지 않더라도, 주변에 모르게 사용되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는 물론이거니와 화장품이나 영양제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무슨 기름을 먹어야 좋을까?


보다 확실한 이야기를 위해서 전문가 의사 선생님의 영상을 빌려와 봤다. 영어로 되어있지만, 설정에서 자막을 선택한 후, 자동번역을 골라주면, 어설프지만 한글자막을 이용해서 감상할 수 있다.



영상이 너무 길어서 건너뛰고 싶다면, 그냥 내가 간단히 설명하는 내용만 읽어도 이해가 될 것이다. 일단, 화학적으로 추출된 종류의 모든 기름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의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으로 치자만, 대표적으로 조리 시에는 비정제 코코넛 오일이 좋고, 샐러드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좋다. 새로이 등극한 아보카도 오일은 발연점이 높아서 조리 시에 적합하다. 나는 마요네즈 만들 때에도 이 아보카도 오일을 사용한다. 들기름이나 참기름 등도 압착유에 해당되는데 심하게 태우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동물성 오일들은 대체적으로 다 좋다. 버터와 기버터가 있고, 라드유, 우지, 덕팻, 구스팻 등등을 사용하면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기 좋다. 


예전 건강지침에서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은 건강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었다. 우선 첫 번째로, 우리가 콜레스테롤 음식을 많이 먹어서 몸에 해를 끼칠만한 콜레스테롤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지방을 전혀 먹지 않아도, 몸에서 필요하다면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열심히 생산해낸다. 콜레스테롤은 세포 구성 및 뇌에 절대 중요한 성분이며, 혈관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불 끄러 온 소방수들인 것이다. 콜레스테롤 억제제를 먹는 것은, 길이 막힌다고 소방차를 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물론 길이 막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위 박사님 말씀대로, 건강한 지방을 먹는다면, LDL뿐만 아니라 HDL도 함께 높이기 때문에 실상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고, 제대로 흡수함으로써 치매예방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포화지방산이 왜 좋은가?

옛날에 식물성이어서 마가린이 버터보다 몸에 좋다고 하면서 크게 유행했던 것을 내 나이 또래 이상의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것은 트랜스지방이라고 이름 붙여지면서 우리의 식탁에서 쫓겨났다. 위에서 언급한 헥산의 문제가 아니어도 식물성 기름은 GMO가 대부분이며, 오메가6가 많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다가불포화지방산이라는 점을 함께 알아두어야 한다.


이름도 어려운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도대체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해서 여러 가지가 섞여서 불안정하다는 말이다. 즉, 산패되기 쉽고, 가열 시 트랜스 지방으로 쉽게 변한다는 이야기다. 


위의 표를 보면 분홍색이나 보라색다가불포화지방산이고, 녹색이 단일불포화지방산, 그리고 청색이 포화지방산이다. 놀랍게도 코코넛 오일이 동물성 기름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포화지방산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 새로이 건강오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름은 코코넛 오일이다. 조리할 때에는 고열에 안정적인 아보카도 오일을 선호하고, 풍미로 따지자면, 버터와 거위, 오리기름이 진짜 맛있다. 물론 샐러드에는 역시 올리브 오일이 최고다.




라드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기름의 종류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우리 남편의 표현대로, "단추가 눌러졌기" 때문이다. 이 단추를 누르면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런 단추 말이다.


동물성 지방은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풍미가 특히나 좋은데, 이 역시, 동물의 모든 성분이 지방에 모여있기 때문에 건강한 동물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외식에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 대신 풀 먹여 키운 소를 먹고, 방목한 유기농 돼지를 주문해 먹는 것이다. 가끔 먹는 통닭도, 크리스마스 때 먹는 거위도 그래서 좋은 품질로 선택한다. 고기는 영양도 맛도 모두 지방에 녹아있다. 옥수수 사료만 먹여서 키운 고기의 지방에는 오메가6가 잔뜩 들어있다. 반면 목초 사육한 소에는 오메가3가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게다가 한번 먹어보면 맛이 얼마나 다른지 놀라울 지경이다. 


지난번에 돼지를 주문하면서, 부위를 어떻게 줄지에 대해서 판매인과 통화를 나누었는데, 그때, "라드도 줄까?"라고 묻어왔다. 어떤 돼지인 줄 아는 상황인지라 라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냉큼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라드용 비계가 냉동실에 들어있기에, 며칠 전 고기 꺼내오면서 함께 꺼내왔다.


라드 만들기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고, 나중에 기름 설거지를 해야 하만,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므로 거기에 맡기기로 하고 실시하였다.


그럼 시작해볼까?



비계에는 핏물이 없는 게 좋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나중에 재료를 빨리 상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 살점이 있으면 떼어내준다. 그리고 돼지껍데기가 붙어있다면 가능하면 제거를 해주는 것이 덜 튄다. 꼭 아주 잘게 썰어줘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기름이 더 쉽게 나오겠지. 그러나 이런 준비과정을 너무 스트레스받으며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이미 깨끗하게 준비가 되어서 우리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 해도 되지만, 나는 깊숙한 솥을 준비했다. 이미 1.5킬로가 넘는 분량이기도 했거니와, 기름이 사방에 튀는 것을 막아주는 데에는 깊은 솥이 좋다. (참고로 나는 깨도 깊은 데다가 볶는다)  이제 물을 적당히 부어준다. 꼭 잠길 필요는 없다. 아래 한 반 정도 차면 충분하다. 



물을 넣는 이유는 지방이 전체적으로 뜨거워지기 전에 타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우지 않을 만큼의 물을 부어주면 된다. 계량 같은 것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나는 혹시 기름이 튀면 청소가 난처할 거 같아서, 휴대용 버너를 사용하였고, 베란다에 신문지를 깔고 작업하였다. 그러나 역시 깊은 솥을 사용한 덕분에 거의 튀는 것 없이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불을 높여서 시작하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준다. 중간중간 뒤적여준다. 수증기가 빠르게 증발하는 것이 보일 것이다. 물은 어차피 다 증발해서 없어질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수증기가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기름이 메꾸기 시작한다. 



증발이 끝나면 기름이 완료된 것이다. 어느 정도의 갈변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번에 약간 시간을 넘긴 거 같다. 모기가 하도 물어대서 잠시 두고 들어왔다가 깜빡하였다.  


완성이 되면 체에 밭쳐준다. 색이 노르스름하고 밑에 찌꺼기도 좀 있는 것이 정상이다.


체로 거른 건더기는 사실 그대로 먹어도 된다.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으면 맛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름을 좋아해서 무척 즐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김치볶음밥 같은 거 해 먹을 때 넣으면 맛있으니 버릴 필요는 없다. 



기름의 찌꺼기가 거슬리면 커피 필터 같은 것으로 받쳐서 깨끗하게 해도 된다. 그러나 다 걸러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조심스럽게 위에부터 따라냈다. 1컵짜리 유리병에 담았더니 5개가 나왔다. 마지막 병에는 찌꺼기도 따라왔으니 그것을 제일 먼저 먹으면 된다. 



이렇게 노란 액체가 식고 나면 하얀색이 된다. 그러면 이름표를 붙여서 냉장고 뒤쪽에 보관해 두고 하나씩 꺼내 먹으면 된다. 이렇게 잔뜩 쟁여놓으니 든든하구나!



라드로 파이 크러스트 꼭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냉동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파이지가 끝나면 꼭 도전해보리라!




유기농 라드 만들기


재료:

유기농 비계


만들기:

1. 비계에서 껍질이나 살 부분을 도려내고, 자그마하게 썰어준다.

2. 물을 아래쪽이 충분히 깔릴 만큼 넣은 후 끓이기 시작한다.

3.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준다. 종종 저어준다. (계속 젓고 있을 필요는 없다)

4. 수증기가 모두 증발되고, 비계가 쫄아들고 노릇노릇해지면 불에서 내려서 체에 걸러준다.

5. 유리병에 담아 밀봉하고, 냉장 보관하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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