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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04. 2020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버섯볶음

소고기 반 마리 들인 기념으로 스테이크 먹다

서양요리는 남편이 주로 하고, 한식은 내가 주로 하지만, 그렇다고 각각 혼자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주관할 때에는 내가 돕고, 내가 주관할 때에는 남편이 돕는다. 마늘도 까고, 무채도 썰고... 남편이 하는 양식요리에 내가 참여할 때에는, 곁들이 채소 볶음이나 샐러드 등이 주로 가능한데, 휘리릭 하는 성격인 나는, 여러 색 야채를 한꺼번에 넣고 볶을 때가 많다. 반면, 깔끔한 성격의 남편은 색을 나눠서 따로 찌거나, 삶거나, 볶아서 각각의 색을 섞이지 않게 서빙하는 편이다.


남편은 눈으로 보는 색감과 코로 맡는 향미와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모두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차리는 상은 언제나 색의 조화를 이루고, 먹기도 전에 이미 보기에도 아름답다.


나 같으면 귀찮아서 브로콜리와 당근을 같이 넣고 볶았을 텐데!


최근에 소고기를 반마리 들였다.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우리 집은 고기를 마리 단위로 산다, 돼지고기는 한 마리, 소고기는 반마리로 농장에 주문해서 구입하면, 이미 부위별로 딱 먹기 좋게 개별 포장해서 급속 냉동해서 나온다. 우리는 오늘 메뉴를 뭘로 할지 아침에 생각하고, 한 덩어리를 꺼내서 해동하면 식사 재료 준비 완료이다.


우리가 사 먹는 소고기는 풀 먹여서 방목한 소이다.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으로 자랐다. 소가 풀을 먹을 때 트림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그대로 땅으로 들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에, 이런 소를 먹으면 친환경적이라고 한다. 육식이 환경을 해치는 이유는 공장식 사육을 하고, 그들에게 맞지 않는 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고기 맛이 일품이고, 옛날 고기 맛이 난다. 워낙 큰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목돈이 들기는 하지만, 개별 가격으로 따지면 마트보다 저렴하다. 한식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이지만, 서양식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이기 때문에 고기 없는 상차림은 거의 없다. (물론 채식주의자의 경우는 다른 이야기지만!)


이렇게 구입하는 소고기는 정말 맛있는데, 문제는 소를 잘 키워놓고 어느 정육점에 맡기느냐에 따라서 잘라주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히 미리 부위를 이렇게 저렇게 부탁했는데도 엉뚱하게 잘라오는 경우도 있고, 포장에 적힌 이름이 엉뚱한 경우도 많다.


이번에 일 년 만에 소를 구입하면서 우리는 또 새로운 기대를 했다. 남편의 친구가 추천한 곳이었기에 더 신뢰가 있기도 했다. 소를 주문해 놓으면, 소를 잡을 때 연락이 온다. 그러면 프라임 립 스테이크, 텐더로인 스테이크, 등등에다가 뼈도 받을 것인지, 내장도 받을 것인지 등등 세부적인 주문서를 함께 넣는다. 푸줏간에서 소를 잡으면, 걸어두어 피를 빼고 숙성하고 손질해서 맞는 크기로 잘라 냉동이 완료되면 다시 연락이 온다. 고기 찾아가라고... 그렇게 해서 지난달에 고기를 찾으러 갔다.


우리가 간 농장은 Barnston Island라는 작은 섬 안에 있었다.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리가 없는 섬이다. 그래서 그곳에 가려면 무료 페리를 타야 하는데, 이 페리가 근사한 페리는 당연히 아니고, 차 서너 대가 실리는 큰 널빤지 같은 바지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때로는 줄이 길어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옆에 달린 꼬마 배가 이 바지선을 이동하게 만들어준다. 바로 보이는 저 건너편이어서 가깝지만 이 바지선 없이는 갈 수 없는 곳.
한가로운 섬 풍경 / 바지선 타고 다시 섬을 떠나는 길


우리는 그렇게 소풍처럼 그곳에 가서 유쾌한 주인장을 만났고, 고기를 잔뜩 받아서 신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고기 사러 가는 날은 오는 길에 아무 데도 들르지 않는다. 빨리 냉동고에 넣어야 하니까 말이다. 물론, 집안의 냉동고는 미리 잘 비워둬야 한다. 고기가 다 안 들어가면 낭패지 않겠는가!


차에 한 가득 실려있는 소고기 꾸러미들


그런데 이번 고기 쇼핑은 낭패였다. 고기가 정말 엉뚱한 부위가 온 것이다. 특히나 남편이 사랑해서 꼭 있어야 하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가 없었다. 고기는 자르기에 따라서 그 부위가 나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엉뚱한 것들이 많이 있었고, 로스트 용으로 잘라진 덩어리도 너무 큰 단위로 썰려있어서, 우리 세 식구가 한 번에 구워 먹기에 적당한 양이 아니었다.


남편은 잠시 고민하였으나 결국 목장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하다가 처음 받았던 주문서와 비교해보고는 수긍하게 되었다. 결국 다시 새 소를 잡아서 교환해 주겠다고 했다. 미안하니 15% 할인을 해주고, 배달도 해주겠다고 해서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잘 된 처리였지만, 우리는 냉동실에 소 반마리를 쟁여놓고도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소고기 똑 떨어졌는데, 고기가 준비되길 기다리며 그렇게 한 달을 지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고기를 다시 받았다. 이번엔 완벽했어야 했는데, 여전히 프라임 립 스테이크가 빠져있었다. 하지만 프라임 립 로스트가 있어서, 그냥 그걸 썰어서 스테이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클레임을 걸진 않았다. 내장도 달라고 했는데, 역시 까먹은 농장주인은 그 다음날 다시 와서 내장을 주고 갔다. 우리도 미안한 마음에 달걀을 4타스 구입했다.


소고기 소동은 그렇게 끝났으니, 우리는 이제 새 소고기 맛을 봐야 했다. 이번 고기가 맛이 어떤지 궁금해서 처음에는 급한 대로 다짐육으로 마파두부를 해 먹었지만, 그래도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날은 크리스마스 전 대림절 첫 번째 초인 희망의 초(Candle of hope)를 켜는 날이었다. 우리는 종교인이 아니긴 하지만, 서양에서 크리스마스는 큰 명절이기 때문에 다른 아무것도 안 해도 어쨌든 이 날은 초를 켜고,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축하하기 위해서 뉴욕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그냥 핑계다!




이상으로 서론을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스테이크를 바베큐 그릴로 구울 것이다. 나는 마침 집에 사다 놓은 버섯을 담당하기로 했다. 스테이크 위에 버터로 볶은 버섯이 올라가면 정말 맛있다. 그리고 남편은 곁들일 다른 야채들도 함께 준비했다. 물론, 색이 섞이지 않게!



우선, 고기는 미리 실온에 꺼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맛있게 구워진다. 음! 이 뉴욕 스테이크는 좀 기름이 적어 보인다. 원래 고기는 기름 맛인데 말이다! 하지만 풀을 먹여 키운 것은 공장소처럼 마블링이 훌륭하지 않다. 그 대신 깊은 맛이 난다. 탐스러운 빨간 고기이다.


적색 양배추는 네모지게 썰어서 찐다. 너무 익어서 뭉개지지 않되, 날 것 같은 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익히면 된다. 개인 취향마다 다르니 적당히 익히면 된다. 맛을 보고 결정한다. 우리 집은 알덴테 스파게티 정도로 하는데, 물이 끓기 시작한 후 대략 10분 정도면 된다. 다 익으면 밑의 물을 따라버리고, 거기에 양배추를 넣은 후, 버터와 소금, 후추로 마사지해줄 것이다.


양파는 반으로 썰어서, 물을 자박하게 깔은 코닝 냄비에 담고, 버터 얹고, 소금, 후추, 다진 마늘, 스모크드 파프리카를 뿌려서 뚜껑을 덮고 전자레인지에 중간 강도로 돌린다. 한 10~15분 정도 걸린다. 부드러워지고 매운맛이 사라지되, 너무 익어서 주저앉지는 말아야 한다.


완성되면 이런 모양이 된다.


남편이 이 모든 것을 하는 동안 나는 고작 이 버섯을 조리할 것이다. 양송이가 아니고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영어로는 cremini mushroom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버섯도 괜찮고 양송이도 괜찮다. 갈색 나는 얘가 좀 더 풍미가 있고 탄탄해서 맛있긴 하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물로 휘리릭 씻지만, 오늘은 찜 같은 느낌이 들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물을 묻히지 않고, 솔로 흙만 털어냈다.


버섯이 작으면 반으로 썰지만, 이번 버섯은 사이즈가 커서 4등분 했다. 버섯은 익으면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더 잘게 썰면 지저분해보인다. 아래 사진에는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1 파운드를 사서 조금 쓰고 남았으니, 대략 400g 정도 될 것이다.  조리시간은 10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준비해놓고, 서빙 10분 전까지 기다린다.



이제 팬을 불에 올려서 예열을 하고, 올리브유를 두 큰 술 정도 둘러준 후, 버섯을 투하하였다. 불은 중강 불로 사용했다. 지금 이 과정은, 버섯을 노릇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따라서 불이 약하면 안 된다. 줄리아 차일드 선생님이 영화 줄리 & 줄리아에서 "버섯이 북적이게 하지 마세요!" 그랬는데, 그만 북적이게 되고 말았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얼마나 더 한산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두 겹이 되지는 않도록 하자. 딱 한층만 깔아준다.


이렇게 버섯을 투하하고 나서는, 올리브유가 버섯에 고루 묻도록 대충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고 4분을 익힌다. 탈까 봐 불안하면, 프라이팬 째로 몇 번 흔들어주면 좋다. 쉐킷 쉐킷! 그러나 휘젓지 않고 꾹 참는다.  그렇게 다루다간 버섯이 다 부서진다. 그동안 심심하니까 마늘과 파슬리를 다져놓는다.



자, 불안이 극도로 달할 즈음 4분이 완료되면 한 번 휘리릭 저어준다. 팬에 닿는 부분이 바뀌도록 해주는 것이다. 급하면 손으로라도 뒤집어주는 내 성격! 그러고 다시 그렇게 브라운 한다. 이렇게 뜨거운 온도로 겉면을 그슬려주면, 겉이 캐러맬화 되면서 더 달큰한 맛이 난다. 스팀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버섯볶음이지 버섯찜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자, 이제 버섯의 겉면을 브라운하는 타임이 지났다. 불을 중약불로 낮춰주고,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이제부터는 저어도 된다. 태우지 말고 고루 익히면서, 마늘과 버터의 풍미가 버섯에 어우러지게 해 준다. 대략 3~4분 정도면 된다.



이제 불을 끄고, 파슬리를 넣어 섞어준 후, 스테이크 위에 따끈할 때 서빙한다.


파슬리가 모자라서 조금만 넣었다!


스테이크는 어디 있을까? 이미 바베큐로 앞뒤 지글지글 구워진 후, 1분 정도 레스팅 시간을 갖는 중이다.


스테이크는 소금과 후추로 시즈닝 하여 준비했다가, 바베큐가 달궈지면, 한 면을 2분씩 굽고 뒤집어 주고, 이렇게 4회 한다. 그러면 그릴 마크가 격자무늬로 예쁘게 생긴다. 고기가 두꺼우면 6회 할 수도 있다. 익히는 정도는 개인별로 다르니, 취향에 맞추면 된다. 우리처럼 하면 미디엄 정도 나온다. 바베큐가 없는 경우에는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얹어서, 모든 면을 지지듯 익혀줘도 된다. 지금 우리 집은 늘 바베큐로 익히지만, 예전에 내가 한국 살 때에는 고든 램지 방식으로 해서 팬에다가 익혔다.


중요한 것은 익힌 이후에,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뜨거울 때 바로 자르면 그대로 육즙이 다 새어 나오기 때문에, 접시에 일단 옮기고, 버터를 얹은 후, 쿠킹포일을 덮어서 1분가량 진정시키면서 다른 것들을 마무리하고, 먼저 플레이팅 한다.


레스팅이 끝나서 서빙을 시작하는 시점


자 이렇게, 양배추를 담고, 양파를 얹는다. 양파 냄비에 자작하게 생긴 육수는 양파 위에 끼얹어준다. 그리고 고기를 얹는다.


버섯이 그 위로 올라간다. 이러면 완료!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기념하기 위해서 빨간색 식탁보를 깔고, 초록색 냅킨을 사용했다. 그리고 아직 버틀링하지도 않은 와인을 디캔터에 담아와서 건배!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딸기 마카롱과 초코 젤라또에 허니 크랜베리를 얹어서 마무리!



이렇게 우리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시작되었다!




Sautéed mushrooms

서양식 버섯볶음 (3인분)


재료:

올리브 오일 2큰술

양송이버섯 400g, 씻어서 4등분 한다. 작으면 2등분.

소금 적당히

후추 약간

버터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 파슬리 1큰술 (옵션)


만들기:

1. 큰 팬에 중강 불로 달군 후, 올리브 오일을 둘러주고, 버섯을 넣는다.


2.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고, 기름이 고루 코팅되게 저어준 후, 그대로 4분간 굽는다.


3. 한번 저어주고, 다시 2분간 젓지 않고 굽는다.


4. 불을 중약불로 낮춘 후, 버터와 마늘을 넣고, 한 번씩 뒤집어 주면서 굽는다.

    버섯이 고루 익고, 마늘의 풍미가 나올 때까지 3~4분 정도면 적당하다.


5. 불을 끄고 파슬리를 넣어 섞은 후 서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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