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착 감기는 맛으로 환상의 밤을 불태우다!
한 때, 나도 술 한 가락 하던 시절도 있었다. 젊었을 때에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술이 아깝다는 원망도 들었는데, 건강이 악화되면서 슬슬 술에 취하게 되었고, 취한 채 귀가하는 것이 불안해졌다. 그러면서 결국은 술을 딱 끊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끊었던 술을 다시 살살 시작해 보니 예전 같지 않아서 재미가 없었다. 속칭 필름이 끊기거나, 그다음 날 컨디션 저조를 경험하면서 술은 결국 내 삶에서 밀려났다. 그런 내가 술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게 될 줄이야!
남편은 애주가이다. 집에서 와인도 직접 담그고, 애플 사이다도 담그고, 우리의 사랑이 싹트게 된 계기가 된 마티니도 즐긴다. 매일 뭔가 맛있는 술 한잔은 꼭 해야 하는 남편. 나도 저녁상에서 그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 좋겠는데, 내 건강은 아직 그걸 그리 받쳐주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좀 그러고 놀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던 막걸리를 만들어서 막걸리 파티를 했다. 아마 벼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작년 여름부터였던 것 같다. 여름철 남편의 큰 딸 생일파티를 한식으로 하면서 구입했던 막걸리가 그 시작이었다. 여기 캐나다에서는 막걸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우선, 이 지역은 막걸리를 슈퍼마켓에서 살 수 없다. 모든 술은 술 전용 매장에 가서 구입해야 한다. 즉, 한인마트에서 살 수 없으므로, 유통기한 짧은 막걸리를 가져다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때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없이 실온 보관 가능한 막걸리만 판매하는데 그 맛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맛있는 막걸리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집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을 벼르다가, 재료인 누룩을 한인 마트에서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첨가물을 살펴보다 보니 밀가루가 들어있었다.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남편에게는 해가 되는 성분인지라, 알면서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더 알아보니, 누룩은 원래 일반적으로 밀가루로 만드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물론 내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쌀누룩도 구할 수 있겠지만 여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가 지난봄 어느 날, 중국 마트에서 둥글게 생긴 쌀 이스트라는 것을 발견했다. 흠! 중국인들은 그것으로 rice wine을 만든다고 했다. 다른 종류의 발효식품 디저트도 만드는 듯했다. 재료는 쌀, 이스트, 물, 이렇게 3가지였다. 그렇다면 이걸로 막걸리를 못 만들 이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구입해 놓고 또 몇 달이 흘렀다. 재미없는 코로나 시대에 막걸리 만들기까지 할 마음의 여유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딸이 오고,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다시금 막걸리에 대한 의욕이 불타올랐다. 딸이 자기 사촌언니와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직접 만들었다는 막걸리를 먹었었는데, 그렇게 맛이 있었고, 다음날 숙취가 없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자가격리가 끝난 어느 날, 나는 진지하게 막걸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리 막막해 보이던 막걸리였지만, 이제는 애플 사이다도 만들어봤고, 포도를 직접 짜서 와인 만드는 과정도 보았고, 식초도 여러 차례 만들면서 발효에 대해서 넉넉히 공부해 뒀던 터라 머릿속에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있었다.
찹쌀을 할까 멥쌀을 할까 하다가, 처음이니 좀 더 찰지게 찹쌀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집에 먹다 남은 찹쌀이 약간 있길래, 장 보러 갔을 때 1kg짜리 한 봉지를 더 사 왔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레시피들을 검색했다. 내가 원하는 쌀 이스트 볼 레시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본 원리를 익힌 후, 그냥 내 마음대로 양을 정해서 하기로 했다.
일단 집에 있던 찹쌀을 모두 넣었다. 1.2kg이었다. 막걸리를 위한 밥 짓기는 전분을 뺀 쌀을 사용하고, 고두밥을 짓거나 찌는 것이 좋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그냥 대충 밥을 지을까 하다가, 처음 하는 것이니 정석을 따르기로 했다.
쌀은 손상되지 않게, 그러나 전분이 잘 제거되도록 100번 씻으라고 되어있었다. 그래서 쌀은 거품기로 씻었다. 사실 이 방법은 내가 참 오래전부터 써왔던 방법이다. 어머니가 이렇게 하시곤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겨울철 찬 물에 손 대기 싫을 때 거품기는 정말 편리하다. 그래서 예전 내 싱크대에는 늘 거품기가 나와서 꽂혀있었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씻었다. 정말 100번은 아니었던 듯. 그렇게 씻은 후, 물에 불려놓고 나가서 장 보고 들어왔다.
이 날 만두도 빚느라 바빴기 때문에 중간중간 상태를 봤다. 한 7시간 불린 듯하다. 이제 다시 체에 밭쳐서 물기를 빼줬다. 물기를 안 빼주면 막걸리가 질척해준다는 멘트를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액체인 막걸리가 어떻게 질척해질 수가 있지? 아무튼 수분을 제거해야 찜 할 때 진밥이 되지 않을 거 같아서 그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체에 걸어놓고 만두를 빚고, 저녁 먹느라 한 시간이 아니라 세 시간은 거른 듯했다.
이제 쪄줄 차례이다. 그냥 고두밥을 지어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 집엔 큼직한 전기밥솥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아래 누룽지가 생길 것이 뻔했다. 그래서 만두를 쪄줬던 찜기에 쌀을 나눠 담아서 쪄줬다. 고실고실하게 쪄주면 된다. 한 시간 정도 쪘다. 솥이 크면 중간에 저어줘서 고루 익혀야 하겠지만, 나눠서 하는 바람에 그냥 한 번에 쪘다.
그리고 그동안 유리 용기를 소독해 줬다. 발효음식을 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용기 소독이다. 발효 역시 균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균이 승리해야 제대로 발효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부패되고 곰팡이가 생긴다. 따라서 열탕 소독은 필수이다. 발효가 되면서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용기는 넉넉한 사이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김치 담으려고 사놨던 7리터짜리 유리병이 있어서 편안하게 그걸로 사용하기로 했다.
밥을 다 찌고 나서 살짝 맛을 보니, 고실고실 밥이 다 된 거 같았다. 이제 펼쳐서 식힐 차례이다. 고두밥이 완성되면, 쟁반 같은 곳에 밥을 펴서 빠르게 식혀준다. 밥이 뜨거우면 이스트 균이 죽기 때문이다. 실온만큼만 식으면 된다. 모든 도구들은 역시 소독을 해줘야 한다. 팔팔 끓는 물을 부어 소독해 주면 잡균이 성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 특이하게 생긴 이스트 볼을 곱게 부서 줬다. 몇 개를 쓸까 고민하다가, 4개를 사용했다. 그리고 사실상 제빵용 이스트는 풍미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처음 하는 것이니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막강한 이스트는 잡균이 성하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다. 2 1/4 티스푼을 넣었는데, 그게 보통 빵 만들 때 들어가는 한 봉지 분량이어서 그냥 쉽게 그렇게 맞췄다.
그래서 두 가지 이스트를 섞어준 후, 그것을 밥과 비벼줬다. 소독한 나무주걱을 추천하지만, 나는 그냥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맨 손으로 고루 비볐다. 은근 씽둥거리면서 안 섞이려고 버티기 때문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치우고 나서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벌써 또 11시가 넘어버렸다. 그래서 얼른 유리병에 담고 보니, 아차! 물을 안 끓여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번 포도 줄기 식초 만들 때에도 그래서 고생했는데, 또 잊었네! 집에 시판 생수가 있다면 그걸 사용해도 되지만, 우리 집은 수돗물을 먹기 때문에, 끓여서 식히거나, 미리 받아 두었다가 사용해야 했다. 일반 수돗물에는 염소 성분이 있어서 발효를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끓여서 식히느라 그만 또 자정을 넘겨버렸다. 그렇게 해서 물은 3리터를 넣었고, 잘 섞어서 따뜻한 서재의 벽난로 옆으로 가져다 놨다. 뚜껑은 살짝만 돌려서 닫았다. 꽉 닫으면 발효 중 폭발할 수 있으므로, 보자기에 고무줄을 씌워두거나, 아니면 나처럼 가볍게 닫아서 공기가 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나는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젓고는 뚜껑 대충 덮고 부랴부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궁금증을 안고 서재로 들어갔다. 밤새 밥이 다 불어서 물을 다 채우고 너무나 빡빡해져 있었다. 그야말로 죽 같았다. 흠! 이거 제대로 되는 거 맞아? 깜빡 잊고 서재 문을 닫지 않아서 온기도 다 새고, 그다지 따뜻하지 않아서 아차 싶었다. 잔뜩 불어난 밥 때문에 섞으려고 해도 주걱이 잘 돌지도 않았다. 그래도 성의껏 저어주었다. 술 발효가 왕성한 시기에는 매일 한두 번씩 저어주는 것은 필수니까, 그냥 마음을 비우고 저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되자, 보기엔 별단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주걱이 쉽게 돌아가면서 잘 저어졌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니 보글보글 발효되는 소리도 들렸다.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매일 그렇게 저어줬다.
7일 밤에 시작해서 10일이 되었다. 밥은 많이 삭았고, 위에 떠 있는 밥알의 입자가 작아지고 있었다.
뚜껑을 열고 귀를 기울이니, 보글보글 하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주걱을 넣어서 저으니 확실히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발효되면서 탄산이 발생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다시 날짜가 지나, 아래는 6일째인 13일 밤에 찍은 모습이다. 쌀알은 거의 퍼졌고, 액체와 확실하게 분리되었다. 나는 밥알이 위로 뜰 줄 알았는데, 그냥 퍼지다가 가라앉았다. 살짝 떠서 맛을 보니, 오오! 막걸리가 되었네! 이미 만족스러운 맛이 되었다. 더 두면 식초가 될지도 모르니 부지런히 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모든 발효에서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초산발효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날은 이미 밤이 늦어서 그다음 날 오전에 데리고 올라와 걸렀다. 하룻밤 새에 밥알은 더 삭은 것 같았다. 큼직한 베 보자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아쉬운 대로 치즈 클로쓰 사놓은 것이 있어서, 그걸 여러 번 겹쳐서 짜냈다. 힘센 남편이!
최대한 짜 내고, 발효한 병에 물을 조금 부어 흔들어 헹궈 섞었다. 그렇게 했더니 1갤런 저그에 딱 맞게 찼다. 대략 4리터 정도 된다. 사실 어디에 담아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때맞춰서 남편이 요렇게 맞춤한 병을 중고장터에서 구입해 오는 바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막걸리 완성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거른 후, 동량의 물을 섞어 희석하고, 맛이 약해지니 다시 설탕을 탄다고 한다. 일단 우리는 단맛을 싫어하니 그렇게 할 일이 없고, 풍미가 약해지는 것도 싫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마시기로 했다. 맛을 보니 술은 약간 독했다. 대략 10도 좀 넘는 느낌이었다. 시판 막걸리가 6도 정도라고 하니, 역시 반반 섞은 것이 맞는가 보다.
거른 후의 막걸리는 어떻게 보관할까?
희석한 후에 설탕을 타서 실온에 두면 다시 당 발효가 일어나면서 부글부글 탄산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일반 병에 넣어두면 폭발하기 쉬울 테고, 그래서 흔히들 냉동보관을 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병에 넣어서, 꽉 채우지 않고 냉동했다가, 냉장실에서 해동해서 먹으면 된다고 하는 글들이 대세였다. 하지만 우리는 희석하지도, 설탕을 넣지도 않을 것이고, 발효용 에어락이 있으니 그걸 씌우면 되기에, 이 유리 항아리가 제격이었다.
전에 애플 사이다 만들 때에도 공개한 이 에어락은 발효된 공기는 밖으로 빼주고, 대신 밖의 공기는 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술이 계속 공기에 노출되면, 산소를 매개로 해서 초산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공기 차단은 필수이다. 그래서 가정에서 술을 제조하려면 이 에어락은 필수품이다.
그날은 바로 먹을 시간이 없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에어락을 위에 채우고, 와인처럼 우리의 막걸리도 숙성되도록 서늘한 방에 모셔두었다.
이제 막걸리의 밤을 불사르자!
그렇게 완성된 막걸리를 그림의 떡으로 모셔두고, 우리는 며칠 다시 바빴다. 아이가 새로 사용하게 될 방을 수리하기 위해서 페인트도 사고, 정원에 멀칭 할 나무칩도 좀 보러 다니고, 나간 김에 서점도 가고, 앤틱 샵도 가고, 그리고 김장까지 하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김장 다음 날, 개봉 박두!
곱게 따라서 청주로 마실 것인가? 잠시 갈등하다가, 아니지! 뒤집어서 쉑쉑! 그리고 개봉하였다! 향긋한 막걸리 향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막걸리에 안주가 빠지면 서운하다. 해물파전과, 그 전날 김장하면서 빼놓은 생굴, 그리고 겉절이 김치. 이러면 완벽하리라.
내가 해물파전을 하는 동안 딸과 남편이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었다. 큼직한 생굴을 흰 접시에 돌려 담았더니, 너무 폼 안 난다며 남편이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생각 난 검정 접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처분해야겠다고 했었는데, 그걸 가져다가 하나 얹어보니 딱 이었다!
중간에 모자라서 김새지 않게 파전은 두장을 넉넉히 부쳐두고, 우리의 막걸리 파티가 시작되었다. 차린 게 많지 않아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메뉴였다. 한국 주점에 가서 안주 두 가지 시킨 수준! 막걸리는 밥공기에 따라서 건배!
굴을 새 김장 김치 겉절이에 싸서 먹는 맛은 막걸리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그렇게 우리의 막걸리 밤은 깊어갔다. 엄청 많이 웃고, 뒤로 가서는 막 횡설수설하고, 그러면서 이 디캔터에 담긴 막걸리를 싹 비웠다. 막걸리는 생각보다 도수가 높아서 이걸로도 취기가 오를 수 있었다. 아, 남편은 다음 날 출근해야 해서 몸을 사리고 많이 마시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맛은 딱 맛있는 술맛이었다. 우리가 희석하지 않아서 도수가 일반 막걸리의 두 배 정도 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맛은 완전히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리고 뒤끝이 없었다. 특히나 딸은 술에 첨가물 들어간 것을 마시면 원래 밤새 완전 고생한다. 과실주인 와인 같은 경우도 시판되는 것들은 화학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백 프로 애 먹는다. 이산화규소, 소르빈산, 아스코르빈산 등등, 놀랍게도 많은 것들이 들어가는데, 뭔지는 몰라도 꼭 속이 뒤집히곤 하는데, 집 막걸리 마신 다음 날에는 방글방글 웃으며 나타났으니 놀라웠다.
그래서 그날은 그렇게 마셨지만, 반 이상이 그대로 남았다. 보관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그 에어락 병에 담에서 계속 두기로 했다. 뭐 숙성되고 맛이 더 깊어지겠지... 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몇 개월 두면, 아래 가라앉은 부분도 정말 찌꺼기처럼 될 것이고, 그쯤 되면 청주로 따라서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술은 점점 더 맑은 모양새가 되어갔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때까지 기다리겠는가!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주일 후에 다시 열어서 끝을 냈다! 반도 훨씬 넘게 남아있었지만, 이번엔 주말을 이용해서 마셨기에 그다음 날에 대한 걱정 없이 남편도 같이 몸 안 사리고 마실 수 있었다.
안주는 첫 번째와 거의 비슷했다. 이 날, 큰 딸네 집에 김치 배달하고 오던 날이었고, 마침 한 마트에서 생굴 세일을 한다기에 들러서 2타스를 구입한 참이었다. 그러니 결국 굴이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번엔 애피타이저로 마셔서, 안주가 되지는 않았다. 배불리 먹고 시작!
나는 남편이 따주는 거 받아먹기만 하는데, 역시 젊은 딸내미는 직접 굴 따 본다고 칼을 잡았다. 아빠는 애정 어린 표정으로 옆에서 열심히 코치를 하고, 결국 흐뭇하게 성공하였다! 자기가 딴 굴은 아빠에게 먹으라고 선물! 하하!
안주는 역시 해물파전이 빠지지 않았고, 전날 먹다 남겨둔 신당동 스타일 떡볶이 남은 것도 데워서 올라왔다.
그리고 해물파전 한 장을 더 부쳐야 했지만, 마침 모둠 해물 사놓은 것이 똑 떨어져서, 그 대신, 김장 김치 썰고 양파 채 썰어, 남은 반죽에 함께 투하하여 김치 부침개를 부쳤다. 같은 반죽으로 했는데, 김치 부침개로도 손색이 없었다! 노릇 바삭한 맛! (그래서 그다음 날 또 해 먹었다는! 이 레시피 짱임!)
술이 길어지니 안주가 더 필요해졌는데, 배는 부르고... 그래서 등장한 마른안주! 냉동실에 모셔둔 마른오징어가 나왔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마른오징어가 금값이다. 그래서 나는 냉동오징어를 사서 손질해서 오븐에서 말린다. 좀 덜마른오징어 같이 해서 얼려두었다가 구우면 나무랄 데 없다.
굴 먹을 때 사용하고 남은 초장에 마요네즈를 섞어서 함께 먹었다!
다 먹고, 마지막에는 딸내미 표 딸기 마카롱으로 안주를 하며 끝을 향해 달렸다. 옆에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맛있는 술과, 맛있는 안주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막걸리 밤이었다. 결국 과음해서, 마지막에는 필름이 끊긴 것은 안 비밀! 집에서 먹을 때 이렇게 취해보지 언제 취해보겠는가! 그러고 그다음 날은 늦잠도 자고! 가끔은 사람이 이럴 때도 있어야지!
여러분도 함께 건배!
찹쌀 또는 쌀 1.2 킬로
쌀 이스트 볼 4개 *
제빵용 이스트 2 1/4 작은술
끓여서 식힌 물 3리터 (실온), 또는 하루 전 날 받아 놓은 물
1. 찹쌀을 거품기로 휘휘 저으면서, 전분이 잘 빠져나오게 여러 번 씻어준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2. 물에 담가 8시간 정도 불린다. (밤에 불려놓고 자도 된다)
3. 찹쌀과 물 3리터가 들어가고 남을만한 큼직한 유리용기를 열탕 소독해서 준비해둔다.
4. 물 3리터를 미리 끓여서 완전히 식힌다.
5. 불린 쌀을 체에 밭쳐 물을 쫙 빼준다. (1시간가량)
6. 찜솥에 면포를 깔고 쌀을 고실고실하게 쪄준다. (그냥 고두밥으로 해도 된다)
7. 밥이 완성되면 얼른 펼쳐놓고 실온이 되도록 식힌다. 손으로 건드려서 차지도 뜨겁지도 않으면 좋다.
8. 이스트 볼을 잘게 부숴서 준비한 이스트와 함께 밥과 고르게 섞어준다. 쟁반에서 편하게 섞는다.
9. 밥을 소독한 용기에 담고, 물을 부어 저어준다. 물은 실온 이어야 한다.
10. 뚜껑을 얹어서 따뜻한 곳에 둔다. 베 보자기를 고무줄로 씌워도 된다.
공기가 통하되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두면 된다.
11. 매일 1회씩 나무주걱으로 저어준다.
12. 발효는 5일~10일 정도 걸린다. 온도와 주변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밥알이 다 삭아서 물과 확실히 분리가 되면 맛을 보고 적당한 시점에 멈춘다.
너무 오래 두면 식초가 되니, 그렇게 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
13. 완성되면 베보자기로 감싸서 꼭 짜낸다.
14. 보관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사나흘 냉장고에 보관 가능하다.
폭발하지 않게 가끔 뚜껑을 열어 김을 빼주는 것이 안전하다.
그 이상 보관하고 싶으면 냉동해도 된다.
아니면, 우리 집처럼 처음부터 에어락 뚜껑을 이용해서 실온에 보관할 수도 있다. **
* 한국에선 이스트볼 대신에 쌀누룩으로 하면 될 듯.
** 한국에서도 에어락 뚜껑을 구입 가능하다
예전에 올렸던 노 밀가루 해물파전 레시피는 여기...
같은 레시피에 김치와 양파 채 썰어 넣으면 김치전으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