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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Feb 27. 2021

나도 클럽하우스 입성

그러나 아직 적응 중

요새 급부상하는 새로운 미디어, 클럽하우스. 세상 물정에 둔한 내 귀에도 들어왔으니 상당히 뜬 매체임에 틀림없다. 입성이라니 참으로 거창하게 들린다. 그런데 정말 성에 들어가는 듯, 가입 절차가 까다롭긴 했다. 처음엔 이름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무슨 클럽? 그랬는데, 이리저리 찾아보니 은근 재미있을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페이스북도 조금 하고, 카페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는 한참 하다가 지금은 접은 상태이고, 인스타그램은 해보려고 해도 잘 적응을 못해서 좀 긁적이다 말은 상태이다. 더 과거로 간다면, 20여 년 전쯤, 개인 홈페이지 대 유행하던 시대에 네띠앙에서 시작해서, 그다음에 독립 홈페이지를 꽤나 오래 운영했었다. 나만의 주소를 가진 홈페이지... 지금은 문을 닫은 상황이지만 그 계정만큼은 아직도 살려놓고 있을 만큼 정이 각별한 곳이다. 그곳에 일기를 정말 오래 썼다. 20년 가까이 된다. 그리고 지금은 브런치 하나에 몰두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나는 하나만도 벅차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형태의 SNS 플랫폼이다. 일론 머스크가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최근 급격하게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으로 소통하고, 트위터는 짧은 글로 소통한다면 클럽하우스는 말로 소통하는 SNS이다. 글도 못 남기고, 사진도 못 나누지만,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공중에서 사라지는 그런 모임이다. 아직 생긴지 얼마 안 되어서 가입자가 많지 않고, 또한 아직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이 가능하다.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야지만 가입이 허용되기때문에 가입자 수가 늘기 힘든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것 때문에 아이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들어가서 활동이름을 마구 바꿀 수도 없고, 지인들을 무한정 초대할 수도 없다. 처음 가입하면 초대장이 단 두장 뿐이기 때문이다. 좀 야박하다 싶어서 살짝 빈정상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어쩌다가 클럽하우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냥 호기심이었다. 클럽하우스는 스타일이 참 많이 다르다. 다른 것들은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페이지를 채워나갔는데, 이것은 오로지 말로만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글을 남기거나 링크 주소를 전송할 수 없다. 자신에 대해 글로 알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프로필 페이지뿐이다. 사진도 오롯이 프로필 사진만 가능하다. 녹음을 하지 않는 한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녹음은 절대 금지되어있다. 


내가 Adam Grant 좋아해서 팔로우 했더니 그가 이야기하는 방이 열리기도 했다!


표정을 볼 수 없는 대화. 그래서 약간은 라디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라디오에 찬조 출연할 수도 있는 그런 구조라고나 할까? 전혀 모르는 이들과 천연덕스럽게 한 방에서 대화를 하고 솔직하게 자기의 실연이야기까지 털어놓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또한 유명인사들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용감하게 그곳에 들어가서 "저도 한 마디 할게요."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곳이다. 이야기를 열심히 듣다가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으면 손을 들 수가 있다. 그러면 대화자로 올라갈 수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딴짓을 하며 듣기만 하고 싶다면 내 마이크를 꺼놓고 청소하거나 바느질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처음 이걸 만나서 느낀 감정은, "아, 미쳤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딱 이거였다. 표현이 좀 과격한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코비드로 실제 만남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갈증이 심하게 되었고, 단순히 인스타나 페이스북, 트위터로는 성이 차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구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사귀는 것이 금지되어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걸 좋아하던 사람들은 많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시간을 빼앗기기로 친다면, 페이스북이나 브런치보다 훨씬 빠르게 잡아먹힌다. 그냥 들으면서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궁금한 마음에 한 바퀴 둘러본다고 하다가 그대로 한두 시간 잡아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초대하신 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여기서는 블러 처리.

처음에 나를 초대해주신 분은 예전에 함께 영어책 북클럽 하던 분이다. 성실한 북클럽 리더여서 함께 하면 편하고 뜻이 잘 맞아 그분과 꽤 여러 편 함께 읽었다. 믿고 찾는 북클럽이라고 할까? 그분이 이걸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의 호기심이 급 상승하여, 급기야 그분의 초대를 받아 들어가게 되었다.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어서 처음에는 약간 폐쇄적으로 느껴지는 모임이긴 하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면 그 안에서는 상당히 오픈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은 처음에 들어가서는 엄청 헤맸다. 사실 지금도 헤매는 중이다. 


가입 직후에 바이오, 즉 개인의 정보를 적는 란부터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서 상당히 고민했다. 직업을 적나? 취미를 적나? 브런치는 어떻게 소개하지? 기타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사진도 이것저것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대략 눈치껏 정착하였다. 하지만 언제든 바꿀 수 있고, 홍보하고 싶은 것도 쓸 수 있는 나만의 게시판 같은 곳이다. 나는 또 언제 바꿀지 모른다.


바이오 아래쪽에 보면, 누가 나를 초대했는지가 돌에 새겨져 있다. 즉, 수정이나 감춤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내가 누군가를 초대할 때에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내가 초대한 사람이 모임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나도 함께 강제 퇴출될 수도 있다. 그 초대장 자체도 처음에는 두장밖에 안 나오므로 그만큼 신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홈페이지는 연결이 안 되어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와는 연동이 된다. 즉, 내 소개를 더 하고 싶다면 인스타 페이지를 잘 꾸밀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 방치되어있는 내 인스타는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어정쩡하게 들어오긴 했는데, 내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내가 활동하는 시간대가 한국으로 치면 자정을 넘긴 시각이므로 더욱 선택의 폭이 좁았고, 나 같은 아줌마가 낄만한 방일까를 고민하게 만들곤 하였다. 


그러니 대부분은 참여자가 아주 많아서 그냥 귀동냥만 해도 되는 곳을 주로 찾아들어갔다. 그래서 이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흘러가는 곳인지 감을 잡으려고 했다.


관심 분야를 찾다 보니 가드닝 클럽이 있었고, 아주 큰 클럽이어서 방도 자주 열렸다. 주 멤버들이 미국인이었고, 자신들의 가드닝 경험을 나누는 곳이었다. 들어가서 내가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고,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듣기만 했는데 그것도 괜찮았다. 그러다 보니 한글로 진행되는 방에도 들어가게 되고, 활동이 늘어나자 처음보다 보여지는 방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가 지난주 어느 날, 처음으로 마이크를 열었다. 주제가 "설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방"이었다. 자신이 설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고 개설한 방이었다. 들어가서 가만히 듣다가 장미꽃 이야기가 나와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고, 얼마 전 밸런타인 때 받았던 꽃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설렘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당시에 남아있던 분들이 이제 서른으로 들어서는 젊은 분들이었다. 그러다가 서른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뜻하지 않게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서른이 될 때 심리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던 터라 그 불안감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책도 권해주고, 나름의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는데, 듣는 분들이 즐겁고 진지하게 들어주어서 어쩐지 보람 있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매일 빠지지 않고 조금씩 기웃거리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나는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활용할까?



방들마다 주제가 있다. 그냥 하소연을 하는 방도 있고, 뭔가를 가르쳐주며 상담을 받는 방도 있다.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방에도 들어가 봤다. 잠시 듣고 있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하지만 방이 마음이 안 들면 조용히 나가면 된다. 방을 열고 이끄는 사람을 모더레이터라고 부르는데, 아무래도 모더레이터가 성격이 좋고 전체 멤버들을 아우르면 주제가 나랑 딱 맞지 않아도 편하게 앉아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바깥에서 방 멤버 보고, 믿을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 앉아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수다를 떠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뭔가 주제가 확실하게 정해져서 그게 나랑 맞는다면 잘 떠들 수 있지만, 그냥 일상 다반사를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구경하고 이야기 듣다가 뻘쭘하게 나오는 일들도 생기게 되고, 그냥 라디오처럼 활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부엌에서 뭔가 하거나, 운전하거나 할 때 그냥 조용히 들으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참관인이 아닌 스피커로 참여하고자 한다면, 아니 내가 방을 연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브런치 독자들이나 내 카페 멤버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내가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데, 함께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덧글로는 어쩐지 말하기 어려운 것들도, 대화로 한다면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올렸던 요리도, 살아가는 얘기도, 궁금했던 것들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 인지?


보다 다양한 주제가 열리길



아직은 초창기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얼리 어답터에 해당된다. 그리고 주제도 아직 그리 다양하지 않다. 꼭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영어로 찾아봐도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는 아직 클럽하우스에서 별로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특히나 한국어 방들은, 내가 참여하는 시간에는 특정 주제보다는 삶을 나누는 이야기가 더 많고, 그러다 보면 뭔가 끼어들기 뻘쭘한 경우도 많은데, 앞으로 더 보편화되면 더 다양한 주제로 방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다음주에는 방을 한 번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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