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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26. 2021

온실을 짓다!

좁은 장소를 최대한 살려서 입식으로 지은 온실

달걀 껍데기 및 각종 꼬마 화분에 모종을 만들고 있는지 한 달이 되어오니 남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렀다. 원래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각기 다른 크기의 화분들이 거실과 부엌을 점령하고 있으니 더없이 어수선한 것이다.


안 그래도 작년부터 우리도 온실 짓자 말을 했는데, 남편이 사고도 나고, 여러 가지로 바빠서 이리저리 미루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나는 이쪽으로 영 젬병이라 모든 일은 남편이 다 한다. 설계도 남편이, 재단도 남편이, 드릴도 남편이... 나는 가끔 잡아달라는 거 있으면 붙잡아주고, 선반 높이 얼만하게 할까 뭐 이런 거 같이 의논하고, 그게 전부다.


우선, 자리를 결정해야 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거였다. 결국은 가장 잘 안 쓰는 공간이 선택되었다. 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대충 쌓아두는 곳이다. 최근까지는 지난겨울에 구입한 나무칩 멀치가 쌓여있었다. 뒤쪽으로는 이웃집 담장이 있고, 그 앞에 작년에 블랙베리를 심었던 곳. 그 블랙베리를 포기하기로 했다. 



당시에 만병초 나무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더니, 무성하게 자란 블랙베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해가 별로 들지 않아서 결실이 잘 생기기 어려운 위치이기도 했다. 결국 아쉬움을 안고 블랙베리를 다 뽑아내고 그쪽 화단을 없앴다.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푸른 천막지는 멀칭용 나무칩이나 거름흙 등을 쌓아놓고 덮어 두는 용도이므로 역시 나무칩들을 덮고 있었고, 한쪽에는 비료 만드는 통이 있고... 그리고 저 뒤는 이웃집의 담벼락 너머인데, 각종 잡동사니를 쌓아놓아서 보기 흉한 것들이 우리 마당에서 다 보인다. 그래서 저쪽을 다 가리기로 했다. 


두 주일 전 일요일, 우리는 드디어 목재를 사 왔다. 그리고 만들기 시작! 자르고 잇고를 반복하는 남편... 나는 그동안 땅을 고르게 만드는 일을 했다. 멀칭용 나무칩을 걷어낸 후에도 지형이 상당히 바르지 않아서 대충이라도 평평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다. 



손 빠른 남편의 움직임에 따라 순식간에 삼면의 틀이 완성되었다. 틀을 짤 때에는, 지난번에 만들어놓은 텃밭이 유용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올라온 상태이기 때문에, 올려놓고 작업하기 딱 좋았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 비닐을 치기 시작해서, 해가 저물 무렵에는 3면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앞쪽은 문이 달려야 해서 모양이 살짝 다르고 키도 큰데, 얘는 좀 더 공을 들여 야하기 때문에, 일단 미뤄두고 철수하였다. 대신 밤중에도 안전하게 잘 서있으라고 대각선으로 고정을 시켜두었다.


주중에는 아무래도 일의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퇴근 후에 저녁시간에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날에는 앞면을 달았다. 30cm가 더 긴 앞면. 이렇게 지붕이 기울어진 모양이 되어야 비가 와도 고이지 않고 뒤쪽으로 흘러내린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상당히 근사해 보였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나머지 부분에도 비닐 커버를 씌우는 것이었다. 새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 쪽으로 비닐을 덮어야 할지 등을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아래 왼쪽 사진처럼 비닐을 덮고 흐뭇하게 잠이 들었는데, 그다음 날 남편이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지저분해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잠시 후에 보니 겉으로 너 줄거리는 것들을 싹 다 정리해서 깔끔한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문을 작업했다. 문에 비닐을 씌우고, 문틀을 정비하여 드디어 문을 달았다.


왼쪽: 너울너울 비닐이 난리 굿 / 오른쪽 비닐을 눌러서 정리 완료. 문에도 비닐 완료.


사실 남편은 원래 이것저것 잘 만든다. 지난번에 침대도 만들었지만, 밖에 보트를 보관하는 커다란 창고도 만들었고, 우리 집 데크도 남편이 만든 것이다. 나무를 가지고 잘라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것 같다. 


주중에 조금씩 하던 작업은 금요일이 되자 여기까지 이르렀다. 겉이 다 완성이 된 것이다. 남편 성격에 맞게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남편은 야외 측간 같다고 껄껄 웃었다. 우리 세대에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모두 야외에 화장실을 가진 적이 있었던 것이라 바로 공감!


저 안의 첫 번째 선반이 달린 모습이 마치 벤치처럼 보인다. 물론 앉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졌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는 모종들을 방 안으로 나르지 않고, 안에다가 넣어 둔 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 사치스러운 기분이라니!  지붕 위쪽의 높은 부분은 한번 더 깎아서 비닐을 씌웠을 때 날카로워 뚫리지 않게 디테일한 터치까지 넣었다. 겉에 눌러준 나무들은 비닐을 고정하는 안전장치이다.

오른쪽 사진 아래쪽에 작은 화분들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주말이 왔다. 주말은 장도 봐야 하고 집안일들도 해야 하느라 바쁘지만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선반을 달았다. 



일단 기본이 되는 맨 아래 선반을 달았는데, 아주 예뻤다. 그런데 전체를 다 나무 선반으로 할 경우, 층별로 빛 투과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나머지 부분은 일단 선반 틀만 먼저 짰다. 그리고 선반은 무엇으로 할지는 다시 고민하기로...


나무 선반이 예뻐서 벤치 하고 싶은 마음!


예쁘기는 나무가 제일 예쁠 텐데, 온실이니 어둡지 말아야 하는 것이 포인트여서 아쉽다. 이제 재료가 똑 떨어져서 여기서 스톱. 그리고 주말이 다시 끝났다.



아직 전체 선반이 미완성이지만 약간의 모종이 들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당시에 날씨가 더워서 모종이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긴 했다. 최저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다들 잘 버틸 수 있다. 그래도 옮겨 심어서 아직 비실비실한 녀석들은 밤에 온실 안에 모셔 두었다. 


반대쪽에서 보니 뭔가 웅장한 건물 같다며 좋아함


이 상태로 큰 진도를 못 나가고 일주일을 다시 보냈다. 막간을 이용해서 손잡이와 빗장을 먼저 달아줬다. 누가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문의 들뜸을 방지하고, 혹여라도 바람에 날려 문이 열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 빗장이 필요했다.



여기까지 하고 나자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온실은 바로 사용이 되기 시작했다. 손잡이와 빗장이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남편은 퇴근길에 모자란 목재를 사다가 짬짬이 선반 받침을 마저 완성했다. 그리고 우리는 선반의 소재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나무로 선반 전체를 다 하면 빛이 고루 퍼지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유리로 하면 좋겠지만 자르는 것도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낙점된 것은 와이어 메쉬. 흙을 고르는 체를 만들고 남은 것이 있어서 설치해봤더니 괜찮은 것 같아서 그걸로 가기로 결정했다. 


막상 한 칸 설치하고 나니 약하지 않고 괜찮았다.


결국 다시 토요일이 오고, 나머지 와이어를 사다가 일요일에 설치를 했다. 원래는 종일 비가 온다고 예보되었었는데, 막상 낮에는 그냥 흐릴 뿐 비가 오지 않았고, 그다지 춥지 않아서 일 할만했다. 나는 마당의 잔디를 뽑고, 몇 가지 씨를 더 뿌리고, 뒷산 쪽도 정리하고... 들락날락하는 동안 남편은 묵묵히 선반용 매쉬를 자르고 이었다. 중간에는 스테이플러가 고장 나서 급히 가서 새로 사 오는 일까지 발생!


그렇게 해서 드디어 완성! 딱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나왔다!


남편은 철망으로 한 것이 깔끔하지 않다고 불만이 남아있었지만, 나는 그냥 입이 떡 벌어지게 좋았다. 어떻게 더 깔끔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햇빛이 다 투과되면서도 힘도 충분히 받게 탄탄하게 설치되었다.


저녁이 되어 철수할 무렵, 자, 얘들아, 모두 들어가렴! 이렇게 흐뭇할 수가! 다들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고, 빛의 투과도 상당히 좋았다. 



이렇게 해서 완성! 남편, 오늘 발 뻗고 주무실 듯! 복도 많은 나는, 보기만 해도 배 부르다! 이제 마르고 닳도록 사용해주마! 모종도 삽목도 다 이곳을 거쳐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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