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나 라즈베리 같은 것 키우는 것이 한때는 내 로망이었다. 뭐 늘 꿈꾸며 살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네 집에 잠깐 갔었는데, 그 집의 아주 조그만 마당에 딸기가 있었다. 그게 왜 그렇게 이국적이고 신기해 보였는지! 아, 집에서도 딸기를 키울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작년에 남편을 졸라서 딸기 모종을 샀다. 올해에는 마트마다 엄청나게 팔던데, 작년에만 해도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크레이그 리스트 뒤져서, 어딘가에 가서 라즈베리랑 딸기를 사 왔다. 남편 말로는, "딸기를 누가 사? 그냥 옆집에서 얻는 거지." 그만큼 쉽게 번지고, 정말 별거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딸기를 샀다 하니, 이웃집 소닐라가 안타까워 했다. 자기네 집에 많은데 진작 말하지 그랬느냐며, 결국 어머니날에 딸기 바구니를 선물했다. 어머니가 곁에 없는 자신과, 딸이 곁에 없는 나를 생각하며 준다 해서 나를 눈물나게 했던 그 바구니다.
그렇게 집에 모셔온 딸기는 사실 그리 대접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정원의 다른 일들로 바빴고, 어느 순간 한없이 뻗쳐오른 라즈베리는 관리가 안 되어 쓰러지고, 그 앞의 딸기가 온통 뒤덮여 버렸다. 딸기는 달리는 족족 청설모들이 먼저 시식했다. 하도 안 예뻐서 사진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한 달 여 전, 뒤에 텃밭 만들기 시작할 때 모습이다. 아직 라즈베리가 제대로 시작되기 전이었고, 딸기는 겨울을 나고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흔적을 보이고 있었다.
라즈베리는 다 뽑아서 화단이 완성될 때까지 일단 화분에 옮겼고, 딸기는 나눔을 했다. 나는 비록 구매했지만, 다른 이들은 얻어서 키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워낙 잘 번지니까 두 뿌리 정도만 있어도 실컷 키울 수 있으니, 나누기도 만만했다.
그렇게 나눔 하고 남은 딸기는 화분에 옮겨졌다. 그리고 올해는 어떻게 관리할까를 가지고 남편과 여러 가지로 논의를 했다. 작년처럼 바닥을 여기저기 기어 다니게 하지 말고, 통제 가능한 곳에 키워 보자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사실 딸기는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종류의 식물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딸기를 바구니에 매달아서도 키우고, 구멍 난 빨래 바구니에도 키우며, 철 파이프에도 키운다. 그리고 지붕 밑 물받이에도 키우기도 한다. 우리에겐 물받이가 낙점되었다.
마음만 정하고 계속 미루다가 며칠 전, 드디어 물받이를 사 왔다. 온실을 만드느라 목재 사러 가는 김에 산 것이다. 사다 놓고서도 온실 때문에 계속 미뤄졌는데, 온실이 선반 때문에 잠시 중단되면서 이 공중부양 딸기 밭이 후다닥 완성되었다.
우리는 대략의 전략을 세웠다. 사실, 전략은 남편이 세우고, 나한테 희망 높이 등을 물어보았다. 나무 지지대를 만들고, 거기에 물받이 홈통을 설치했다.
그리고는 전격적으로 텃밭에 설치를 했다. 물론 이번에도 라즈베리와 짝을 지어서 설치되었다.
남편은 뚝딱뚝딱 하더니 순식간에 완성을 해버렸다. 나무로 받침이 되어있어서 단단하게 고정되었고, 그 앞에 설치된 홈통 덕에 뒤의 나무는 보이지 않게 정리되었다.
그러면 얼른 딸기를 옮겨 심어야지! 여태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 이제 집을 찾으렴!
이 공중부양 딸기밭의 또 다른 목적은, 라즈베리 지지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뒤로 라즈베리가 보인다. 아래쪽에는 최근 자라고 있는 귀요미 배추 모종들이다. 후다닥 딸기를 옮겨 심고 나니 어찌나 흐뭇하던지!
사실 이렇게 심는 방법이 과연 정말로 효과적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공간의 활용도 하고, 또한 이 자체가 재미나지 않은가! 알미늄 홈통이 너무 뜨거워져서 여름에 딸기가 힘들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검정보다는 흰색으로 선택했다. 나름의 텃밭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려 한다.
여기 매달려있느라 저녁식사가 늦어져서 허둥지둥 부엌으로 올라왔다. 바깥으로 보이는 딸기네 아파트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봐도 봐도 재미있다. 남편도 계속 껄껄 웃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가보았다. 잘 잤니? 공중부양 초능력 딸기들?
밤새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늘어진 녀석 없이 다들 발딱 잘 일어났다. 거름흙을 듬뿍 넣었으니 쑥쑥 성장할 것이다. 일단은 튼튼하게 자리를 잡는 게 우선이니까.
성급하게 핀 딸기꽃, 예쁘다. 꽃은 다 예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써 시작되는 딸기가 보인다. 올해는 청설모의 습격이 얼마나 더 자주 있을지, 새들은 가만히 둘지 모르겠지만, 예쁘게 딸기가 늘어져 달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