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기도 하여라
한국에서도 마트에서 두릅을 사 먹을 때면, 가격이 비싸서 망설이곤 했었다. 향긋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두릅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무를 썽둥 잘라서 함께 파는 모습이 이상하기도 했고, 때론 가시가 많은 제법 자란 잎이 섞여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한 번도 실제로 두릅이 어떻게 나는지 알아보려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텃밭 가꾸기 동호회에서 두릅이 갑자기 나타났다. 두릅나무에서 채취를 했다는 이야기에 눈이 번쩍해서 두리번두리번! 그랬더니 동호회 회장님이 두릅나무가 많다며 판매를 하신다고 했다. 오호! 두릅이 나무에서 나는구나!
그러고는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도대체 이 나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그러나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흉하게 벌거벗은 나무들이었다. 검색창에 나열된 나무는 모두 벌거숭이였기에 나는 정말 의아했다. 채취하지 않는 시기에는 분명히 푸르른 모습도 있어야 성장을 할 텐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물론 나는 먹기 위해서도 두릅을 키우고 싶지만, 보기에도 좋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디 심을지 결정하려 해도 그 성숙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야 하는데, 나는 도대체 아무 그림도 그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나무이니 정상적인 모습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나도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아스파라거스도 구매하고 싶다고 일전에 연락한 적이 있었고, 더불어 돌나물과 쑥까지 다 구입하고 싶었다. 우리 집 텃밭이 한국의 밥상을 채워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워낙 나눔을 서로 잘하는 동호회인 데다가, 회장님 인심이 넉넉하여, 씨앗도 나눔 해주신다고 해서 기대에 차서 약속을 잡고, 드디어 회장님 댁을 방문했다.
입구부터 커다란 밭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들어서자마자 있는 꽃밭도 참으로 예뻤다. 초면인지라 사진을 찍겠다는 소리도 못하여 예쁜 화단 사진을 건지지 못한 것이 글을 쓰는 지금 아쉽구나. 상상을 넘어서는 넓은 공간에 여러 개의 온실이 있었고, 닭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두릅나무는...
이렇게 자라 있었다. 길게 자라는 이 나무의 끝에 싹이 달리는데, 그것이 바로 두릅인 것이다. 그래서 가지마다 끝에 싹이 달리기 때문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도 많은 양을 수확하기는 힘들어서 가격이 비싼 것이었다. 회장님 댁에는 이렇게 많이 있으니 수확이 가능한 것이고... 이왕 온 김에 두릅을 좀 가져가라며 새로 돋아 오른 싹들을 잘라서 한가득 담아주셨다. 역시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시는!
그래서 나무도 이 중에 튼실한 녀석으로 하나 골라 달라고 부탁해서 한 그루 구입했다. 원래 목적은 아스파라거스를 사는 것이었는데, 나는 여기에 더 마음이 팔리고 말았다. 물론 아스파라거스도 샀다. 그리고 간 김에 돌나물과 쑥도 사 왔다.
인심 좋은 회장님은 씨앗도 챙겨주시고, 홀스래디쉬도 주셨다. 그리고 이름 모를 꽃도 왕창 뽑아 주셨다. 노란 꽃이 예쁘게 필 거라고 하셨다. 나중에 꽃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어려운 이름이었다! 학명 말고 쉽게 불리는 이름이 yellow loosetrife인데, 이 역시 한국에서는 생소한 꽃이다.
집에 오니 한아름이었다. 다 펼쳐놓고 하나씩 정리를 했다. 노랑 루스트라이프는 아직 꽃이 어떤 모양인지 모르니 화분에 다독여 심었다. 상당히 잘 번지는 꽃인 듯 하니 자리를 잘 골라서 풍성하게 꽃 피우게 하고 싶다.
쑥과 돌나물은 마당 여기저기 후미진 곳에 심었다. 나무 밑 잡초들이 잘 자라는 곳에서 잡초 대신 자라주기 바란다. 특히 돌나물은 다육식물 종류여서 돌 사이에서도 자라면 예쁠 것 같아, 지금 약간 다른 종류의 다육식물 자라는 옆에 꽂아주었다.
아스파라거스는 화단을 새로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미뤄두고, 날뿌리로 놓여있는 두릅을 먼저 심었다. 어디에 심어야 하는가를 고민했는데, 원래 산에서 자라는 종류이니 뒷산 입구에다가 심기로 했다. 그곳에는 사실 흙이 마땅치 않아서 땅을 많이 파서 돌을 골라냈다. 그리고 거름이 좋은 흙을 넣어줬다. 물빠짐 좋은 모래흙을 좀 섞고 싶었는데, 아직 구하지 못해서 그냥 거름흙으로 해결했다. 우리 집에 지금 있는 유일한 흙이다. 에고고!
두릅나무는 가시가 많아서 맨손으로는 잡지도 못한다. 그래서 비닐로 둘둘 말아 포장을 해주셨기에 나도 그대로 들어다가 심었다. 뿌리를 잘라서 따로 심으면 또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은 그냥 자리 잡기에도 바쁠 거 같아서 그대로 심기로 했다.
심어 놓고 나니, 덩그러니 뻘쭘해 보이는구나. 아직 아무 볼품이 없으니, 남편도 무슨 나무가 이러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래 가지 나오라고 위쪽은 뎅겅 자른 데다가 가시는 잔뜩 돋아있으니 그리 예뻐 보이지 않을 수밖에...!
그래도 저녁때에는 회장님이 직접 따서 나눠주신 두릅순을 데쳐서 반찬으로 먹었다. 8시가 넘도록 마당에서 일하느라 저녁이 늦었고 반찬도 단출했지만, 처음 먹어보는 두릅순이 향기롭다는 데에 남편도 동의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이로서 볼품 약한 나무가 약간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궁금함을 못 참고 구글에서 두릅나무를 영어로 검색해봤다. Angelic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놀랍게도 구글에서 찾으니, 한국 웹사이트같이 볼품없는 벌거숭이 사진은 눈 씻고 찾아볼 길이 없고, 풍성한 잎에 흰 꽃이 가득 달린 나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음! 처음에는 먹고 싶은 마음에 탐을 냈던 나무였지만, 이 모습을 보니 아름답게 키워보고 싶어졌다. 나무야 나무야 예쁘게 자라렴! 나는 또 멀리 미래를 기약한다.
성질 급한 내가 가드닝 하면서 배운 것은, 당장은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기다리면 결실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이 먹어서도 미래를 꿈꾸는 즐거움이 여기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