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는 마음...
오늘은 캐나다 어머니날이었다. 이곳에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하지만, 이벤트 좋아하는 우리지만 이 날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 단지 토요일이고, 남편은 데크에 설치할 나무 화분을 만들려고 목재를 나가서 사 왔을 뿐...
그리고 오늘 뭐 할 거냐고 묻는 내 질문에 껄껄 웃었다. 내가 현관 앞에 걸 퓨시아(Fucsia) 꽃바구니를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는, 새로 열린 꽃 장터로 나섰다. 임시로 설치된 장터였는데, 예쁜 꽃이 잔뜩 있었고, 손님도 많아 붐볐다.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꽃바구니를 보고서 넉넉히 구입하자 하였고, 새삼스럽게 어머니날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웃어댔다.
집에 오자마자 줄을 손을 봐서 바로 집 앞에 걸어주니 기분이 좋다. 이 꽃은 마치 발레리나들이 춤 추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리고 벌새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러고 나서 남편은 곧장 목재 작업을 하러 삼나무 향이 가득한 차고로 나갔다. 나는 뒷산 쪽을 둘러보고, 어제 심어놓은 꽃나무가 잘 있는지, 루핀에 또 달팽이가 붙어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텃밭의 새싹을 솎아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꽃다발을 들고 뒷뜰로 나타났다!
딸이 어버이날 기념으로 꽃다발을 보내온 것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꽃집에 주문을 해서 날짜 맞춰 도착하게 한 것이었다. 꽃다발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이는 특별히 카네이션이 많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주문을 해서 카드까지 함께 보냈다. 물론, 카드 글씨는 꽃집에서 쓴 것이고 딸의 필체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카드를 읽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얼른 꽃다발을 들고 올라와서 화병을 고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연신 말했다. "내가 본 카네이션 꽃다발 중에서 단연 최고야!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꽃에 조예가 깊은 남편이기에 더욱 감동했다. 그리고, 딸이 내준 숙제를 찾기 시작했다.
떠나면서 준비해둔 깜짝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힌트에 따라서 냉동실을 뒤지다가 우리는 카드를 발견했고, 구워서 냉동해놓은 마카롱을 찾아냈다. 이벤트 놓치지 않은 우리 식구들에게 이런 놀이는 더욱 큰 기쁨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안 그래도 엊그제 딸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면서 나름 감상에 젖었었는데, 자기는 어린이가 아니어서 선물이 필요 없다더니, 이렇게 우리를 또 감동시키는구나.
딸아이가 엄마에게 남겨놓고 간 카드에는 한참 성숙해진 딸의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있었다. 자기가 엄마를 부엉이라 별명을 붙여놓고서, 날아가는 것은 왜 항상 자긴지 모르겠다고... "지금 보내는 이 힘들었던 시간들이, 그래도 나중에는 역시 돌아보며, 그래도 그때 일이 참 잘 풀렸던 것 같다고 또 말하게 될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보면서, 아이는 계속 자라고 있고,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싶다.
자기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 그리고 사랑을 받을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 아니 어른으로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