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지역의 명물, BC Spot Prawns 배달 온 날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에 가면 랍스터를 먹어야 하고, 서부 비씨주에 오면 이 스팟 프론(spot prawn)을 먹어봐야 한다. 이 새우는 밴쿠버 섬과 내륙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점박이 큰새우라는 뜻인데, 머리 바로 아래에 하나, 꼬리 끝쪽에 하나, 하얀 점이 있는 아주 큰 새우이다. 일 년에 딱 요맘때만 한두 달 반짝 잡힌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이 새우를 항구 쪽에서 바로 배에서 내리자마자 팔기 때문에 몇몇 지역에서 아주 인기 있게 팔린다.
이 점박이 새우는, 미대륙 연안 태평양 바닷가의 7가지 새우 종류 중에서 사이즈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 2년간은 수컷으로 자라다가 나머지 2년은 암컷으로 살아가는 특이한 생물이다. 그래서 큰 암컷은 길이가 23cm까지 나간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에는 갈색에 가까운 붉은빛이 돌고, 익히면 분홍색이 된다. 맛은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우리는 매년 이 새우를 듬뿍 사서 먹고, 남은 것은 냉동했다가 일 년간 아껴가며 먹는다. 원래 사 먹던 회사는 Skipper Otto 였는데, 올해는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1파운드(450g)에 $18이니, 1킬로에 한 3만 5천 원 정도 되는 셈이다.
항구에 바로 가서 어부에게 직접 사기도 하는데, 허탕을 치지 않으려면 우리처럼 예약했다가 먹을 수 있다. 이 업체에서 구입하면, 배달을 해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무려 $25로 가격이 올라간다. 그래서 멀어도 굳이 항구까지 픽업을 간다. 그런데 이번에 주문하는 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있어서 남편이 그쪽 직원과 주거니 받거니 메일을 나누더니만, 픽업 비용으로 배달을 해주겠다고 했다. 얼씨구나! 거의 한 시간을 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양할 일이 아니지.
그래서 어제 배달을 받았다. 캐나다 공휴일 빅토리아 데이여서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맘 편하게 받을 수 있었다. 5분 거리에 진입했다고 문자가 와서 나가 있다가 바로 받았다.
이렇게 트럭에 싣고 오는데, 살아있는 새우를 그 자리에서 바로 무게를 달아서 준다. 우리는 아이스박스를 들고나가서 받아왔다. 배달비도 안 냈으니 팁을 챙겨주는 남편.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새우는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아주 짤막하게 움직임 구경하자면...
새우는 받자마자 손질에 들어가야 한다. 바다에서 바로 냉동한 새우라면 모를까, 이렇게 생새우를 받으면, 죽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새우는 죽는 순간 머리에서 살 쪽으로 효소가 흘러들어가 살이 물러지기 때문이다. 즉, 아차 하는 순간 새우 살의 탱글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 새우를 잡아서 즉시 머리를 떼거나, 아니면 산채로 바로 익히거나 둘 줄 하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싱크대에 쏟아놓고 남편이 머리를 떼었다. 머리와 몸통이 닿은 부분을 바짝 잡아서 빠르게 비틀어 떼어야 한다. 일단 이렇게 잘라 놓고 나면, 얼음을 채워서 먹기 전까지 보관할 수 있다. 만일 더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소금물을 만들어서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담아 냉동하면 일 년간 생생하게 먹을 수 있다. 물 1리터에 소금 한 큰 술 넣어서 소금물을 준비해뒀다가, 손질한 새우를 통에 담고 부어주면 된다.
떼어낸 머리도 유용하다. 일부는 새우 육수를 만들어 두면 유용하다. 나중에 비스크(bisque)나 차우더(chowder) 만들 때에 사용하면 국물 맛이 일품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소분해서 얼려두고 사용한다. 또 일부는 그대로 얼린다. 그러면 각종 국물요리에 하나씩 넣어서 사용하면 모든 국물이 다 럭셔리 해진다. 된장찌개에도 해물탕에도, 종류를 거의 가리지 않고 다 사용할 수 있다.
또, 이 새우 머리만 모아서 오븐에 구워 먹거나 튀김옷 씌워서 튀겨먹으면 진짜 맛있다. 오븐구이는 수염이 바삭바삭 새우깡 맛이 난다. 튀김은 말해 뭐하겠는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데 새우 머리 튀김은 정말 맛있다. 우리는 밀가루를 못 먹으니, 글루텐프리 가루에다가 타피오카 가루를 반반 섞어서, 달걀흰자와 물로 질게 반죽하여 튀겼다.
새우 머리를 애벌 튀겨서 냉동하려고 부지런히 튀기고 있는데, 남편이 배가 고파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튀김은 일단 반만 하고, 본격 식사 준비로 돌입했다.
일단, 머리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뒀던 녀석들은 한국식으로 소금구이를 했다. 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소금을 넉넉히 두르고 바비큐 가스불에 구웠다. 작년엔 종이호일을 둘렀는데, 금방 타버려서 그냥 쿠킹호일을 사용했다. 미리 팬에 기름을 좀 두르면 종이호일이 찢어지지 않고 좋다 하는데 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다. 팔딱팔딱 뛰어서 가지런히 놓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엔 간단히 그렇게만 먹을까 하다가, 이왕 먹는 것, 다채롭게 먹어보자 하고는 4가지 방법으로 상을 차렸다.
뚜껑 덮어 8분간 구운 새우 소금구이. 머리까지 같이 조리하는 것이 남편에겐 이색적이라 느껴졌다. 머리도 먹는다는 것이 생소했는데, 먹어보더니, "랍스터처럼 먹으면 되는 것이구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새우 소금구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살아있는 새우를 바로 데려왔을 때 꼭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생새우 회 아니겠는가! 껍질을 벗겨서 상에 올리면 좋겠지만, 그러면 시간이 걸릴 테니 그대로 헹궈서 상 위에 올라왔다.
사실 너무 달콤하고 맛있어서 소스가 따로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와사비 간장 소스를 곁들여주면 좋다.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이었다. 새우가 이렇게 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남편이 가장 즐겨먹던 방식은 데쳐 먹는 것이다. 팔팔 끓는 물에 투하해서, 딱 1분만 데친다. 물이 다시 끓기 시작하면 바로 꺼내면 된다. 그리고 녹인 버터를 찍어 먹는다. 살이 탱글 하면서 풍미가 가득 느껴지는 맛이다.
그리고 부지런히 튀긴 새우 머리 튀김, 배 부르니 몇 개만 맛보기로 담았다. 튀김은 무조건 맛있다. 바삭바삭, 고소고소... 껍데기도 딱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부서진다.
꼬리 껍질을 벗길 때에는 이런 가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우리는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하나 까서 먹고 나서 "음~" 하고 신음 소리 한 번 내고, 또 다른 맛을 골라 먹고 다시, "음~" 하고...
먹는 중간의 사진은 없다. 손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싹 다 먹고 나니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 정말 새우만 가지고 배를 채웠다.
먹는 것이라면 대충이 없는 우리 부부다 보니, 이렇게 제철 음식을 또 하나 배불리 먹고 저장까지 했다. 우리는 상당히 엥겔지수가 높다. 그래도 평소에 외식을 안 하고 전부 집에서 해 먹기 때문에, 비싼 음식을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먹는 이야기로 결론이 났다는!
아, 그리고! 남은 새우 껍데기는 텃밭 밑으로 들어갔다! 바닷 생물이 거름으로는 짱 아니겠는가! 아직 심지 않은 토마토를 위하여 텃밭을 파고 제일 밑에 넣어줬다. 그리고 냄새 때문에 동물이 꼬일까 봐 그 위에 커피가루까지 한 번 뿌려주었다. 이로서 우리는 새우를 텃밭과 나눠 먹는 셈이다. 결국 그 수확물을 또 우리가 먹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