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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n 17. 2021

지켜보고 있다!

매의 눈으로...

가드닝을 하다 보면, 식물을 잘 골라서 예쁘게 심고 가꾸는 것도 좋지만, 가든을 꾸미는 것도 또한 즐거움이다. 물론 꽃이나 식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잘 정돈된 화단의 주변들이 장단을 맞춰줘야 예쁜 정원이 된다.


그러다 보니 또 여기저기 손대야 할 데가 많다.


정원의 흙이 끝나고, 시멘트 바닥이 시작되는 부분의 경계선은 예쁘지 않은 구역에 속한다. 비가 오면 빗물이 넘쳐 흙이 반대쪽 턱으로 넘어가면 지저분해지는데, 물 빠짐 구역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에 한 뼘 정도만큼 땅을 파고 거기게 자갈돌을 채웠었다. 하지만 일 년에 지나면서 거기에 다시 흙이 차고 지저분해져서 얼마 전에 그곳을 다 파내고 다시 자갈을 채웠다. 



정리가 다 되고 나니 깔끔하고 기분이 좋다. 겨울 동안 잔디가 죽은 곳들은 잔디 씨를 새로 뿌려주었으니 더욱 보기 좋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텃밭에 지지대도 설치했다. 쑥쑥 자라는 식물들이 타고 올라가야 할 지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에, 콩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틀을 짜서 세웠다.



그러고 나서 그간 미루던 장식을 드디어 달았다. 크리스마스 때 내가 구입해서 남편에게 선물한 새 모양의 쇠 장식품이다. 결코 우리가 돈 주고 구입하지는 않을 물건이지만, 선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때 선물 받고 남편이 무척 좋아했는데, 어디에 설치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반년 가까이 흐르고 말았던 것이다.


하나는 남편을 상징하는 독수리, 또 하나는 나를 상징하는 부엉이를 선택했기에 두 마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 날은 작정하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대 보고 하다가 드디어 설치를 완료하였다.


부엉이는 소나무에 꽂았더니, 멀리 있는 하늘을 비추며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독수리는 텃밭의 지지대에 설치하였다. 부엉이보다 훨씬 큰데, 사진을 이렇게 찍고 나니 더 작아 보인다. 뒤쪽의 푸른 잎들에 비춰 보이는 모습이 당당하다. 이제 우리 텃밭은 이 두 포식자 새들이 지켜보고 있다. 해충들, 아무도 얼씬하지 말아라!


이층 데크에서 보다 마당에서 볼 때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장식품은 비를 맞으면 천천히 녹이 슬 것이고, 그렇게 붉게 물드는 모습이 더욱 멋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식사를 데크에 앉아서 하는데, 까마귀가 한 마리 날아오더니, 나무에 앉아서 우리의 컬렉션에 한몫을 해주었다. 누가 누구를 지켜보는 것일까?


너도 우리의 장식품이 되어주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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