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찾아보자고~
정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모기에 물리는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소매가 짧아지니 팔을 열심히 물렸고, 몸을 수그리고 일을 하였더니, 상의가 짧아서 끌려 올라가면서 바지 입은 라인 바로 위를 주르륵 물렸다. 머리를 틀어 올렸더니 또 목을 왕창 물렸다. 나는 무슨 모기 자석 같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팔을 긁적긁적 긁고 있노라니 남편이 옆에서 혀를 끌끌 찬다. 남편은 모기 물려도 그렇게 붓지 않는데 나는 심하게 붓고 많이 가렵다. 체질이 그런 거 같다.
그래도 도대체 뭐를 쓰면 모기가 안 붙을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모기 쫓는 화학약품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체질상 그런 거 쓰면 알러지 반응이 쉽게 올라오니 엄두가 안 난다. 로션도 못 바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지 싶다. 라벤더 오일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있어서 그걸 옷에 좀 묻혀봤는데도 전혀 효과를 못 봤다.
그래서 뭐 좀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것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에는 무슨 초음파 나오는 방식으로 되어서 목에 거는 게 있었던 것 같았는데..." 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맞다, 집에도 동물 퇴치하는 초음파 설치하는 것이랑 마찬가지겠네 하면서, 그러면 좀 검색해보면 나오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면 더 물리기 전에 미루지 말고, 당장 알아보고 구하자는 말을 하는 남편. 그가 사용한 문장은 이거였다.
Let's get on it, pronto!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너무나 영어 같지 않은 단어 pronto이다. 원래 이태리어에서 온 단어인데, 영어에서 끌어다가 캐주얼하게 사용한다. 빨리 당장 뭔가 하고자 할 때 쓰는 표현인데, 아마도 이태리인 습성이 한국인들과 비슷해서 인 것 같다. 한국인들의 대표 단어라면 "빨리빨리"라고 알려져 있듯이, 이태리 사람들은 이 pronto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지체하지 말고 당장 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게 영어의 일상에도 들어온 것이다.
Let's get out of here pronto.
여기서 지체 없이 나가자.
I should call my mother pronto, before I forget.
어머니께 당장 전화를 드려야겠어, 잊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You'd better come home pronto.
당장 집으로 오는 게 좋을걸!
그러면 우리는 당장 모기 퇴치제를 구입했을까? 하하, 현실은 그게 쉽지 않다. 당장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했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고, 결국은 남편이 서재에 가지고 있던 에센셜 오일을 꺼내왔다.
patchouli oil인데, 검색해보니, 벌레 퇴치용으로 잘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좀 찍어서 옷에 묻혀봤는데, 상당히 냄새가 강했다. 라벤더 오일과는 차원이 다른 강한 향이었고, 오늘 하루 이 향을 풍기며 마당일을 했는데 물리지 않았다. 뭐, 하루 써보고 효과가 정말 좋다고 주장하기는 무리겠지만, 당분간 애용해볼 생각이다. 향이 마음이 들어서 일석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