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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n 29. 2021

더울 때에 시원한 음식을!

동서양을 왔다 갔다하며 찬 음식만 먹은 날

오늘도 이어진 폭염은 어제보다 심지어 2도가 높은 42도였다. 밤새 자는 동안 한국의 삼베 이불이 그리웠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이미 30도였다. 나는 주섬주섬 마당으로 나가서 화단에 물부터 주었다. 집안에서 수경 재배하는 고구마도 물이 거의 바닥이었다.


남편은 폭염으로 인해 출근하지 않았고, 집안에서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더웠다. 그러니 식욕이 날리 만무하다. 우리는 계속 음료를 마셔댔다. 탄산수와 케피어 음료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 이 케피어 유산균 음료만큼은 편하게 잘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도대체 점심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남편이 말했다. 뭔가 차가운 것으로 마시는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나는 국수 생각이 났다. 담가놓은 나박김치에 국수를 말아서 먹으면 그보다 간편할 수가 없겠다 싶었다. 사실 우리 집에는 사시사철 나박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만들기 쉽고, 먹기도 부담 없으니까 



그래서 급히 물을 끓이면서 그 물에 달걀도 국수와 함께 삶았다. 그렇게 삶으면 달걀이 딱 맞춤으로 익는다. 나는 달걀이 과하게 익어서 노른자 주변에 검은 테두리가 생기는 것이 참 싫다. 식당에서 냉면을 사 먹으면 어쩜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달걀을 과하게 삶는지!


큰 대접에 국수를 씻어서 담고, 그 위에 김칫국물을 부었다. 열무김치 남은 것도 종종 썰어서 얹고, 오이도 휘리릭 채 썰어서 얹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기를 얹었다. 엊그제 해 먹고 남은 안심 스테이크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무 고기나 얹어도 되는데 안심이라니, 저절로 럭셔리해지고 말았다!


큰 대접이 왜 이렇게 작아 보일 까나?


내가 평소에는 찬 음식을 즐기지 않아서 얼음을 넣지 않았지만, 오늘은 얼음이 빠질 수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챙겨서는 아래층 서재로 내려갔다. 2층의 식탁에서는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온도였기 때문이다. 


양식은 국수를 먹을 때에도 소리를 내지 않지만, 이런 국수는 좀 후루룩 거리며 먹어야 제맛이 아니겠는가? 국물까지 완전히 싹쓸이를 했다. 얼음은 신의 한 수였고, 안심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워서 딱 좋았다. 


 



이렇게 먹은 덕에 기운을 내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날이 더우니 집안에만 있다가 갑자기 마당을 확인하고 싶어서 과감히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옆 뜰로 갔는데, 아뿔싸! 평소에 해가 그리 길게 들지 않던 곳이어서 괜찮으리라 싶었던 화분 속의 오이가 완전히 축 늘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얼른 차고로 옮겨준 후 물을 주려니, 호스에 들어있던 물도 너무 뜨거워서 한참을 빼야 한다. 드디어 찬물을 부었더니, 화분 밑으로 뜨거운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이 뿌리 찜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물을 주어서 화분을 식혀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후에 다시 가보니 너무나 다행히도 기력을 거의 회복하였다.


살아나 줘서 고맙다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어도,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여러 가지 밀린 일들을 하였고, 나는 마당에 나가서 해가 지나간 후의 화초 뒤처리들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또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더운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이, 저녁을 cold dinner로 하자고 말했다. 차가운 저녁. 어제 굽고 남은 연어가 있으니 그걸 구워서 사용하겠다고 했다. 나는 남편이 해주는 음식은 무엇이 되었든 다 환영이다. 



그렇게 해서 바비큐에 구운 연어는 양념 후에 다져서 준비되었고, 밭에서 딴 치커리와 루꼴라, 상추를 넣고, 과일과 햄을 곁들인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 평소 사용하는 디너 접시보다 더 큰 접시를 미리 냉장고에 넣어서 차갑게 준비하고, 색색이 재료를 맛스럽게 담아서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더위가 한 풀 꺾인, 그러나 여전히 30도인 밤 시간에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각각의 재료가 화려하게 자신의 맛을 뽐냈고, 차갑고도 감칠맛 나는 와인식초까지 한몫을 제대로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럭셔리한 식당의 야외 테라스에 앉은 척하고 저녁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김치 냉국수


재료:

나박김치

쌀소면

소고기 남은 것, 편육처럼 썰어서 (옵션)

오이, 채 썰어서 약간

달걀


만들기 :

1. 달걀을 깨끗하게 씻어서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쌀소면을 넣고 4분간 삶는다. 

3. 면은 찬물에 씻어서 체에 밭쳐놓는다.

4. 달걀은 찬물에 넣어 두드려 실금을 차례로 내고, 처음 것부터 껍질을 벗기면 잘 벗겨진다.

5. 큰 냉면그릇에 면을 담고 김치 국물과 김치 건더기를 담아준다.

6. 구워 먹고 남은 고기가 있으면 편육으로 썰어서 얹어주면 좋다.

   (홍두깨를 미리 삶았다가, 그 물을 냉면 국물과 섞어주고, 고기는 편을 썰면 가장 좋다)


* 레시피랄 것도 없지만 간략하게 적어보았으니, 참고만 하시길.

* 샐러드는 그야말로 그때그때 있는 것으로 넣었고, 식초를 집에서 담근 것으로 했더니 맛있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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