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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11. 2019

세상 쉬운 무설탕 나박김치

외국인들도 쉽께 따라 만드는 실패 전무 레시피

내가 지금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늘 맛있는 서양식 식사를 해주는 그에게 어떤 한국 음식을 맛 보여줄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나박김치였다. 한국 김치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김치를 담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캐나다 그의 집에는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김치에는 젓갈이 기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잠시 머무르는 그의 집에 젓갈을 사놓기는 좀 그렇다 싶었다. 그리고 매운 것을 잘 못 먹기도 하지만 고춧가루도 없었고, 역시 소량을 구입하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나박김치. 그의 집에 있던 케이얀 가루를 고춧가루 대신 사용하고, 야채 종류를 구입해서 간단하게 나박김치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서로 수줍어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과정샷 같은 것은 하나도 못 찍었고, 간신히 나박김치 말이 국수 사진 한 장 건졌다. (달걀이라도 반으로 잘랐으면 훨씬 보기 좋았을 텐데!)


밀가루를 못 먹는 남편과 나를 이어준 또 하나의 다리는 쌀소면이었다. 내가 선물한 쌀소면을 빌미로 서로 연락을 하게 되었으니까. 국수를 좋아하는 그에게 쌀소면은 진정한 국수의 맛 그 자체였고, 거기에 나박김치를 얹으니 완전 시원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등극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의 집에 머물면서 남겨놓은 나박김치는 내가 떠난 이후 그가 나를 그리면서 먹는 음식이 되었고, 무려 석 달간 아껴 아껴 먹었다고 했다. 눈물의 나박김치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집에는 이 나박김치 떨어질 날이 없다. 


당시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나박김치를 담으려고 보니 무더위로 한국 야채값이 폭등하여 캐나다를 그리워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만들면서 대략의 과정샷을 찍었고 활동하는 카페에 올렸는데, 다들 맛있어 보인다고 할뿐 따라만들 생각을 안 했다. 정말 쉬운데 어쩐지 번거롭다고 여겨졌던것 같다. 그러던 차에 몇몇 카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고, 막상 먹어보고 나더니 마음이 동하여, 다들 그날로 돌아가서 나박김치를 한 통씩 만들었다! 


그리고 캐나다 와서 살면서, 나의 옛 다정한 바느질 친구들인 캐나다 할머니들과 다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야기 도중 발효식품 이야기가 나왔고, 한국의 김치에 호기심을 갖길래, 너무나 쉬운 나박김치 이야기를 했더니 가르쳐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빈말이려니 했는데, 재차 확인 전화가 왔다. 그래서 얼떨결에 나박김치 특강을 하게 되었다. 


전날 한인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네 명이 만들 것을 사니 재료 구입도 편했다. 나눠서 조금씩 사용하면 되니까. 배도 한 개 사서 4등분으로 나눠 사용하고, 배추도...  


내가 도착하니 모두 흥분상태였다. 모두 베테랑 요리 실력자들인지라 자기만의 취향이 확실하게 있었다. 어떻게 잘라야 하느냐고 물으면서도 결국은 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랐다. 큰 덩어리 싫다고 모두 잘게 썰기도 하고, 나는 생강을 좋아하니 많이 넣겠다고도 하고, 고춧가루도 취향껏 다들 마음대로 넣었다.

우리집 냉장고가 좁아서 아이스박스에 담아놨다 가져감  /   분주한 손놀림들.
모두 기분이 좋아 열심히 만들고 또 사진도 찍고 이 자체로 놀이였다.
고춧가루와 소금까지 넣고 까불기 직전 단계

신기하게도 나박김치는 이미 물 부어서 섞고 나면 그 자체로도 먹을만한 맛이 된다. 이미 김치의 향이 돌면서 먹고 싶어 지는 것이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고, 그 이후에도 종종 만들어 먹는다며, 아직도 종종 재료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곤 한다. 


자, 수다는 여기까지 풀고, 그러면 그 쉬운 만드는 법을 한 번 적어보자. (상세 레시피 재료는 글 맨 밑에 요약)




먼저 를 결을 따라 나박나박 썰어준다. 결을 따라 썰어야 나중에 흐느적거리거나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아래 사진처럼 먼저 높이에 맞춰서 토막을 낸 후, 세로로 결을 살려서 썰어주면 된다.  배추도 무와 같은 사이즈로 썰어준다.

마늘도 납작납작 썰고, 생강도 마찬가지로 썰어준다. 단, 먹을 때 실수로 생강을 씹고 싶지 않다면 큼직하게 썰어서 국물 맛만 냈다가 나중에 피해서 먹어도 된다. 양파는 가늘게 채 썰어준다. 풋고추도 성큼성큼 썰어 넣는다. 빨간 고추가 있으면 한두 개 썰어 넣으면 색이 예뻐서 좋다. (저 당시에는 금값이어서 생략했다)


는 4 등분해서 씨를 빼낸 후 납작납작 썬다. 무처럼 얇게 썰지 않아도 된다. 쪽파는 길쭉하게 (무 길이 정도나 살짝 더 길게) 써는 것이 보통인데, 나는 씹히는 게 싫어서 지저분해 보여도 그냥 잘게 썰어 넣는다. 취향에 따라 썰면 된다.


이제 모든 재료를 김치 통에 넣고, 위에다가 소금 한 숟가락과 고춧가루를 뿌린다. 살짝 빨간 물을 들인다는 기분으로 뿌려주면 되는데, 고춧가루 양은 개인 취향껏 넣어주면 된다. 자신 없으면 한 숟가락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통을 들고 고루 섞이게 살살 까불어준다. 작은 통에 너무 많이 담으면 튀어나오려고 해서 난처한데,  그렇다고 해서 숟가락으로 막 저으면 야채에 상처가 나기 쉬우니, 되도록이면 까불어주고, 안 되겠다 싶으면 손으로 살살 섞어줘도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싱그러운 냄새가 나면서 반쯤 완성한 기분이 든다. 나도 쉬고 야채도 쉬라고 한 10분 정도 그대로 놔둔다. 


그러고 나서 을 자작하게 부어준다. 물을 붓고 나서 소금을 넉넉히 두세 숟가락 넣어주고 잘 섞은 후 간을 본다. 서둘러 간을 보면 소금이 녹지 않아서 실수하는 수가 있으니 약간 시간차를 두면 좋다. 


모든 김치는 익으면서 싱거워지므로 원하는 맛보다 짜야한다. 안 그러면 익는 과정에서 상하기도 하고, 다 익고 나면 싱거워서 먹기 나쁘기도 하다. 즉, 간을 봐서 딱 좋다 싶을 때 소금을 한 숟가락 더 넣어주면 좋다.



이제 뚜껑을 살짝 얹어서 실온에 둔다. 밀봉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익으면서 공기가 부풀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서 반나절에서 이틀 정도 두고, 익는 듯한 냄새가 나면 냉장고로 옮긴다. 아래 모습이 하루 지나서 배추가 살짝 풀 죽은 모습이다.



사실 나박김치는 완성 후 다음날부터 먹어도 상관없다. 이미 맛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는 넉넉히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우리 남편처럼 석 달씩 먹어도 즐길 수 있다. 다만 유산균이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김치도 그렇게 오래 두고 먹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두 달 분량으로 만들어서 자주 해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나박김치는 밥상 위에서 메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상에 오를 수 있어서 좋다. 맛이 지배적이지 않으면서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그대로 국수를 말아먹어도 좋고, 고기를 먹을 때 옆에 곁들여도 좋다.


아래는 여름에 해먹은 물냉면이다. 사태로 육수를 내서 식히고 기름을 건진 후, 고기는 납작하게 썰고, 국물은 나박김치 국물과 섞어서 메밀국수에 얹으니 어느 식당 평양냉면 부럽지 않았다. 


이제 추석 명절도 시작하는 마당에, 손이 많이 가는 다른 것 시작하기 전에 후딱 만들어놓으면 명절 내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나도 여행 전에 만들어 먹다 남은 것 얼른 다 먹고 상큼하게 새로 만들고 싶다.





나박김치 만들기 요약정리


재료:

알배기 배추 1/2~1통

작은 무 반개

쪽파 서너 줄기

양파 1개

배 1/2쪽

마늘 1통

생강 한쪽

풋고추/붉은고추 서너 개

고춧가루 약간, 소금 넉넉히


만들기:

1. 무는 결을 따라서 나박나박 썬다. (본문 사진 참조)

2.  배추를 네모지게 적당히 깍둑 썬다. 무와 비슷한 사이즈로.

3. 양파는 최대한 날씬하게 채를 썰고, 

   마늘과 생강도 납작납작하게 편을 썬다.

   배도 씨를 빼고 무와 비슷한 사이즈로 썬다.

  고추는 성큼성큼 썰고, 쪽파도 취향에 따라 길쭉하게 또는 잘게 썬다.

4. 모두 김치통에 담고, 고춧가루 약간과 소금을 한 숟가락 듬뿍 끼얹어준다.

   그리고 통을 들고 살살 까불어서 섞어준다. 

5. 한 십분 정도 쉬게 두었다가 여기에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6. 다시 소금을 넉넉히 두세 스푼 넣어 잘 섞어준다.(소금이 녹을 때까지)

   간을 보되, "간 딱 좋다!" 그럴 때, 한 숟가락 듬뿍 더 넣어서 섞어준다.

   익으면서 싱거워진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싱거우면 익기 전에 상한다)

7. 뚜껑을 얹듯이 살짝 덮어두고 만 하루 또는 이틀.. 날씨에 따라서... 익혔다가 냉장고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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