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맛있게 간을 보면서 하는 것
요리채널이나 블로그를 보다보면 아주 쉽게 만나는 표현이 있다. 바로, 황금비율! 양념장 황금비율, 김치양념 황금비율, 장아찌 황금비율, 피클 황금비율... 모든 레시피에는 황금비율의 양념장이 들어가는데, 집집마다 간장 맛이 다르고, 고추가루의 맵기가 다르고, 식초의 신 정도가 다르고, 된장의 염도와 풍미가 다른데 어떻게 황금비율이 가능할까 나는 그것이 늘 궁금하다.
나는 하물며 빵을 만들때에도 레시피에 있는 정량을 그냥 넣지 않고, 눈으로 봐 가면서 가감을 한다. 밀가루의 마른 정도가 다르기때문에 수분을 먹는 양도 다르기때문이다.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같은 회사의 밀가루여도 제분한지 얼마나 되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최근에 딸 보러 간다고 송편을 만들 때에도 나는 컵 계량을 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을 팔팔 끓여서 조금씩 부어서 반죽해가면서 추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쌀가루의 질기가 다르기때문에 되는대로 믿고 부었다가 만일 너무 질으면 그 다음에는 회복이 불가하다.
물론 계량을 엄청나게 중요시 여겨야하는 레시피들도 있다. 마카롱 같은 것을 만들때에는 저울을 놓고 재 가면서 만들지 않으면 마카롱 발이 올라오지 않거나 크랙이 가기도 한다. 나처럼 설탕 팍 깎는 사람도 마카롱에는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리는 거의 계량을 하는 일이 없다. 바닐라 1 작은술이라고 레시피에 적어도 나는 계량하지 않고 그냥 살짝 붓는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게으름도 추가되어있다. 매번 계량스푼과 계량컵을 씻어가며 사용하기 번거롭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요리의 상태흫 봐 가면서 요리를 하면 어떤 상황에서 뭘 만들더라도 두려움없이 접근할 수 있으며, 이러이러한 재료를 넣으면 대충 이런 음식이 나오겠다 하는 감이 생긴다.
한식은 더 하다. 평생 먹어 온 음식이 한식이니 맛이 어때야한다는 정도는 다 알고 있기때문에, 양념장을 섞어가면서 중간 중간 맛을 본다. 아래 사진은 집에서 만드는 깻잎인데 때에 따라 재료도 달라지고 양념장도 달라진다. 큰 멸치를 내장을 빼고 살짝 구워서 함께 넣고, 간장, 고춧가루, 파마늘, 참기름, 깨, 후추가루 넣어서 맛 보고 끼얹어주면 된다. 짠 정도는 콕 찍어서 먹어보면 된다. 농도와 색과 맛... 내가 아는 맛으로 만든다.
된장 찌개는 된장을 풀어보고 맛을 보며 가감하고, 맛이 약하면 고추를 한개 따서 넣고, 없으면 고추장을 넣어주기도 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눈치껏 만들면 냉장고를 비우기도 쉽다.
그래서 레시피는 참고도구이다. 대략의 모양과 맛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안내서이지만, 결국 들어가는 양은 내가 정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는 실패 경험도 있었지만, 정량을 재서 한다고 해서 꼭 성공을 했던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속 편하게 음식을 하는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외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말 일년에 서너번 하면 많이 하는 것이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기념일도 다 집에서 차린다. 생각만해도 피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가서 사 먹어봐야 비싸기만하고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국적불명의 음식을 먹기 십상이다보니 만들어 먹는 것이 속 편하다.
아마도 스트레스 없이 즐기면서 만들어먹으니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매번 컵과 스푼으로 계량을 해야한다면, 그리고 똑같은 맛의 양념장을 몇가지 종류로 쟁여놓고 모든 음식에 그것을 뿌려서 먹는다면 집밥도 질리지 않을까 싶다.
이상은 레시피에 정량을 적지 않은 사람임을 미리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있는 글이라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