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스트의 의미를 배우다
한국에서 나는 아파트에 살았었다. 매주 재활용 쓰레기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 익숙했고, 그래도 우리나라가 나름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더불어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 쓰레기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음식 쓰레기 배출 금지 리스트를 보면, 딱딱해서 분쇄기가 감당할 수 없는 동물의 뼈까지는 이해를 하더라도 달걀 껍데기나 귤껍질도 버리지 말라고 되어있다. 파뿌리도 안 되고, 옥수수 껍질도 안 되고...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라는 것인지 음식물을 버리라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라 느껴졌었다. 그 이유는 이것이 동물의 사료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보면, 정말 코를 찌르는 나쁜 냄새에 온갖 나쁜 균들이 가득한데, 과연 이것을 어떤 동물의 사료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네 친정집 근처에 닭 사육 농장이 있는데, 그 음식 쓰레기에서 나온 사료를 사용해서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한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한다고 했다. 물론 내가 직접 가서 본 것이 아니라서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상상해보면 그게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음식 쓰레기를 모으는 과정도 즐겁지 않은 과정에 들어갔다. 쉽게 부패해서 냄새가 심하게 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건조하게 모았다가 버리는 것이 일이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아예 냉장고에 모았다가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보니, 여기서는 음식물 쓰레기라고 부르지 않고, 컴포스트(compost, 비료)라고 부르고, 우리와 사뭇 다르게 종류를 모았다. 입 닦은 냅킨도 때론 집어넣고, 이쑤시개도 들어가고, 고기 로스트 할 때 묶었던 면실도 같이 통으로 들어갔다. 달걀 껍데기나 귤껍질은 당연하고 파뿌리도 커피 찌꺼기도 차 마시고 난 티백도 그대로 넣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경악했다. 이런 걸 그렇게 넣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놀라서 물었다.
남편은 오히려 나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그의 대답은, 이곳의 음식쓰레기는 사료로 쓰이지 않으며, 비료로 쓰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오가닉 재료(organic matter)들은 다 그쪽으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내게 있어서 오가닉은 그저 유기농 농산품이라는 이미지만 있었지만, 사실 더 넓게 보자면,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유기물질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흙과 함께 섞여서 썩을 수 있는 재료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정말 놀랍고 즐거운 발견이었다. 대단한 기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간과 자연이 협동해서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니 이 어찌 경이롭지 않겠는가 말이다.
내가 컴포스트 만드는 것에 대해서 처음 만났던 것은 사실 20년 전쯤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조지아 사는 사촌동생 집에 놀러 갔을 때였는데, 동생이 컴포스트 배럴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듬고 난 야채를 넣거나, 마당을 가꾸며 잘라낸 것들을 거기에 넣은 후 돌리는 것을 보았다. 사실 보면서도 나는 감이 잘 오지 않았고, 아주 비싼 특별한 기계라고 생각했었다.
사촌동생이 생물학 교수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갈색 재료와 푸른 재료의 비율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였을까? 복잡하게 비율을 계산하고 엄청한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막연히 인식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남편은 너무나 편안하게 이 컴포스트를 대했다. 그저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관리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쭉 그렇게 접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도 사실 난 제대로 이해를 못 한 상황이었다.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를 부엌에서 모아서, 마당에 있는 비료 통으로 옮기는 일은 남편이 했는데, 나는 결혼 초만 해도 뒷마당에 혼자 나가길 꺼렸었다. 관리되지 않던 뒷마당에는 곰이 다닌다는 소식만 있고, 몹시 침침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마당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이 컴포스트 개념이 서서히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남편이 모았던 음식쓰레기는 흙이 되어서 화단에 뿌려졌는데, 그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당시에 우리가 사용하던 컴포스트 통은 위 사진에 있는 모델이었는데, 하나의 통이었지만, 내부가 둘로 나뉘어 있어서, 한쪽에는 계속 새로 담고, 나머지 한쪽은 제대로 비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안에서 잘 섞이게 돌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재작년 가을, 곰이 와서 망가뜨리고 그 안의 음식물을 꺼내 먹는 바람에 우리는 그 통을 포기하고, 남편이 새로이 큼직한 통을 두 개 설치했다. 곰이 아무리 와서 두드려도 그저 돌아기만 할 뿐, 절대 열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이 통은, 예전에 가지고 있던 통보다 훨씬 컸다. 그만큼 우리가 마당에서 사용할 것들도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 모든 음식 쓰레기를 버린다. 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푸른 재료(야채, 과일 껍질, 마당의 풀, 등)와 갈색 재료(마른 나뭇잎, 나뭇가지, 종이 등)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야 한다고 하고, 동물성 재료를 넣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가리다가는 음식쓰레기를 제대로 버릴 수 없다. 우리는 약간 냄새가 나는 것을 감수하고 모든 음식 쓰레기를 다 여기에 넣는다.
냄새가 많이 난다면, 그것은 질소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즉, 푸른 재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마당에 돌아다니는 마른 나뭇잎이나 흙을 넣어주면 좋다. 다만 이 마른 재료가 너무 많으면 제대로 썩지 않아 비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두 가지만 염두에 두면 별 어려움 없이 비료를 만들 수 있다.
집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 중에는, 새우 머리도 있고, 바나나 껍질도 있고, 달걀 껍데기도 있다. 커피 찌꺼기도 아주 좋은 비료의 재료이다. 이런 것들이 들어간 음식 비료는 유기농 재료로 아주 훌륭하다.
물론 우리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으니 이런 일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음식물쓰레기 분류는 역시 비료를 기준으로 해서 한다. 분해가 되는 봉지에 담아서 그린빈(Green Bin)이라고 부르는 전용 통에 버리면, 시에서 그것들을 수거해다가 비료로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료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일반인들이 마당을 가꾸기 위해서 이 비료흙을 직접 가서 구입할 수도 있다. 우리는 딱 한 번 가봤는데, 비료흙을 산처럼 쌓아놓고 직접 담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흙의 질도 아주 좋았고, 저렴했다.
처음 입구에 들어갈 때, 차의 무게를 재고, 흙을 담아 나올 때의 무게를 다시 재는데, 미니밴 같은 일반 가정집 차에 되는 대로 가득 실어도 5000원이 넘지 않는다. 다만 직접 삽으로 퍼담아서 실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 뿐이다.
어느덧 한국도 입춘이 지났고, 캐나다도 그라운드호그 데이가 지나서 봄을 기다리는 시즌이 왔다. 그래서 우리는 마당을 정비하면서, 음식물 컴포스트 통을 하나 비웠다. 저 큰 통에서 나온 비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삭으면서 양도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물의 형태는 보이지 않고 다 흙이 되었다. 약간의 나뭇가지가 남아있고, 굴 껍데기가 하나 보이지만, 우리는 이대로 마당 텃밭에 쏟아주었다.
이 거름흙을 먹은 텃밭은 아직 한 달여 동안 계속 삭을 것이고, 우리가 씨앗과 모종을 심을 때쯤이면 완전히 안정이 되어서 우리의 작물을 무럭무럭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