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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30. 2021

창틀에 꽃이 피게 하려고...

작년부터 화단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하고 싶던 것이 참으로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창 앞의 윈도우 박스였다. 유럽의 많은 가정들이 창문 앞에 꽃을 키우는데, 우리도 그걸 하고 싶었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말이다! 하하!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벼르던 윈도우 박스는 여러 가지 고민만 양산하고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이렇게 올해도 가버리는 것일까? 그러도 있던 차에 남편과 화원 쇼핑 갔다가, 박스에 넣을 꽃들을 사들고 왔다. 철 지난다고 엄청나게 세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생 꽃들은 1달러, 꽃 여러 가지 들은 바구니는 5달러. 주섬주섬 사들고 왔으니 이제 어서 윈도우박스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는 만들어서 그 안에 흙을 채우고 꽃을 넣을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무겁기도 하거니와, 꽃을 바꿔 넣고 싶을 때는 일이 아주 커질 것 같았다. 안방에서 창밖에 매달려 분갈이는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작은 화분을 여러 개 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화분의 사이즈를 기준으로 윈도우박스 사이즈를 정했다. 


남편은 박스를 만들고 나는 분갈이를 하였다. 꽃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아이들을 끄집어내고, 그 옆에 제라늄 화분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윈도우박스는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만들면서 디자인도 살짝 변경되었다. 

차고에서 작업 중인 남편


결국 앞은 다 막고, 보이지 않는 뒤쪽은 지지대만 남기고 터서,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고 디자인하였다.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서 위쪽에 테두리를 댔더니 훨씬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이대로 쓸까 했는데, 집의 벽을 칠하고 남은 페인트가 있어서 색을 맞췄더니 마치 원래부터 집에 있던 물건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방수 페인트를 덧칠해서 마무리했다. 사실 이거 한 세트 만들자고 재료 파는 곳에를 몇 번을 갔는지 모른다.


설치를 하는 것도 고난도 작업이었다. 사다리의 길이가 맞지 않아서, 남편은 방 안에서 아래쪽을 거꾸로 내려다보면서 작업을 해야 했다. 이곳의 집들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어서 아무 데나 못을 막을 수가 없다. 사실은 벽 속이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디에 지지대가 있는지를 찾아서 그곳에만 뭔가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훨씬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이 무더위에 뙤약볕을 맞으며 몇 시간을 작업했다. 



드디어 창문 앞에 설치가 되고, 대기 중이던 꽃들도 따라 올라갔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게 그저 마냥 신통방통하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처음에는 흰색으로 만들고 싶었던 윈도우박스였기에 밤색으로 칠하면 너무 칙칙해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집의 일부가 되니 우리가 생각해도 놀라웠다.


꽃들은 막 옮겨 심은 참이어서 아직 뿌리가 자리 잡지 못해 꽃이 약하지만, 이제 잘 가꿔서 풍성한 창가 꽃상자를 만들고 싶다. 유럽 부럽지 않게...! 이로서 숙제 하나 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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