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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20. 2021

그대는 달빛 같은 사람

항상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만드는 힘

요즘은 우리 부부가 모두 몹시 바쁘다. 남편은 직장에서 일이 더 많아져서 퇴근도 예년보다 늦어지기 일쑤이고, 집에 와서도 뭔가 일을 하기도 한다. 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시간이 줄었고, 다음 주에 새로 시작하는 온라인 영어수업 때문에 수업자료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가을맞이로 마당에서 해야 할 일, 집안에서 해야 할 일... 계속 분주하다.


그러니까 이 닭살 부부가 알콩달콩하며 놀 시간은 확실히 줄어든 셈이다. 그래도 남편은 여전히 자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준다. 요즘은 소 다짐육을 소비해야 하는 시기다. 새로 소 반 마리를 주문했는데, 냉동실에는 다짐육만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냉동실을 비워야 한다. 


그 미명 하에, 어제는 내가 다짐육을 넣은 부추 부침개를 했고, 오늘은 남편이 함박 스테이크를 했다. 나는 감자튀김을 오븐에 하느라 바빴고, 그동안 남편은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서 데크에 나가서 바비큐 그릴에 구웠다. 날씨가 부쩍 추워지니, 고기를 얹어놓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서 뒤집고 다시 들어오고... 그러면서 분주하더니 갑자기 핸드폰에 한 시간 타이머를 맞추는 게 아닌가?


집에 있는 재료를 털어서 만든 함박 스테이크


식사는 금방 할 것인데 왜 한 시간을 맞추냐고 했더니, 그냥 씩 웃는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식사를 했고,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함께 치우고, 각자 앉아서 자기 할 일을 하느라 다시 바빴다. 남편은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새로 하는 영상수업의 스크립트를 만들고, 해설을 쓰는 중이었다. 그때 타이머가 울렸다. 


남편은 책을 내려놓고 데크로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다시 타이머를 맞췄다. 그러고는 다시 진지하게 책 읽기를 계속했다. 아무 말도 안 해주길래 나도 계속 나 하던 일을 하였다. 그리고 30분 후쯤 다시 타이머가 울렸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서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을 쳐다봤더니, "이리 와봐." 하며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남편을 따라 데크로 나갔더니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는데, 그 틈 사이로 달이 너무나 예쁘게 비쳐 보였다. 


남편이 햄버거를 구울 때부터 달이 뜨기 시작을 했는데, 키 작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을 안 남편은, 그것을 잊지 않고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맞춰두고 나가서 확인을 하며, 딱 맞는 타이밍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제 됐다, 어서 들어가자! 춥다!"


내가 추위 많이 타니까, 얼른 다시 들어가자는 남편. 자기가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나왔지만, 그렇다고 내가 자기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 맨발로 데크에 서있게 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다. 항상 배려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는 남자, 그리고 로맨티스트.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달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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