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음식, 꿀 발효 크랜베리
나는 보석처럼 예쁜 색의 크랜베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딱 제철이 아니면 생 크랜베리는 살 수가 없다. 주로 냉동으로 구매할 수 있고, 아니면 말린 크랜베리나 크랜베리 주스를 먹어야 한다. 가을에 두 주일 정도만 반짝 마트에 나오는 생 크랜베리는 그래서 딱 그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달 중순에 생 크랜베리를 판매하는 농장의 광고가 떴길래, 얼른 가서 넉넉한 한 봉지를 오천 원가량에 구입해왔다. 농장 주인이 집 앞에 상품을 포장해두면, 소비자는 알아서 옆에 있는 병에 돈 넣고 들고 가는 방식의 무인판매대였다. 신뢰를 기본으로 한 판매 시스템이다.
생 크랜베리 맛은 상당히 새콤하고, 거의 달지 않다. 그래서 말릴 때에도 흔히 설탕이나 사과즙을 뿌린다. 사실, 생 크랜베리를 그냥 즐겨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깜짝 놀랄 만큼 시기 때문이다. 심지어 쓰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예쁘기로 치면 둘째 가기 서럽다. 빨갛고 작은 동그란 과일은, 그냥 놓여있기만 해도 장식으로 참 예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보통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에 칠면조 요리에 곁들여 먹는 용도로 크랜베리를 사용한다.
크랜베리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몸에 좋지만, 그보다도 여성의 방광염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랜베리에 들어있는 만노즈(D-Mannose)라는 성분이 방광염을 일으키는 균의 접착성 있는 발톱을 무력화하여 소변에 쉽게 씻겨 내려가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크랜베리를 항시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온 보관의 열쇠는 발효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내가 늘 애용하는 식초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크랜베리의 모양과 색을 충분히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내가 애용하는 방법은 바로 꿀 발효 크랜베리다.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 재료는 두 가지, 섞기만 하면 되니 1분이면 된다. 물론, 크랜베리를 씻는 시간이라든지, 유리병을 소독한다든지 하는 시간을 더한다면 그것보다는 좀 더 걸리겠지만, 아무튼 그만큼 쉽다. 그리고 나머지는 세월이 해결해준다. 두 주일 후부터는 먹을 수 있고, 한 달, 두 달, 여섯 달, 일 년... 세월이 갈수록 맛은 깊어져 가고, 원하는 때 아무 때나 먹어도 된다.
그리고 완성을 해 놓으면 먹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예쁘다.
우선 크랜베리가 필요하다. 물론, 늦가을에 나오는 생 크랜베리를 이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냉동 크랜베리를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이 잘 발효되므로, 아무 철에나 크랜베리를 구입해서 만들면 된다.
냉동은 그냥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만, 생 크랜베리는 깨끗하게 세척하고, 물기를 완전히 빼준다. 면 보자기를 이용해서 남은 물기까지 닦아주는 것이 좋다.
그러고는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나는 생크랜베리 구입한 것을 다 털어서 넣었지만, 그보다 적은 양으로 만들어도 된다.
그리고 액체 꿀이 필요하다. 꿀은 잘 골라야 한다. 발효가 되려면 살아있는 꿀이어야 하기 때문에, 열처리하지 않은 생꿀을 사용해야 한다. 북미지역에서는 생꿀(raw honey), 순수꿀(pure honey), 그리고 열처리꿀(pasturized honey)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이 된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전혀 열처리하지 않은 생꿀이다. 경험에 의하면 순수꿀도 사실은 저온처리가 되었기 때문인지 발효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발효되면서 발생되는 특유의 가스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깨끗하게 소독한 유리병에 크랜베리를 가득 담고, 거기에 꿀을 잘박하게 담은 후 뚜껑을 닫으면 완료이다. 유리병 입구에서 최소 2cm 정도는 남겨두자. 발효되면서 끓어 넘칠 수도 있으니까.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크랜베리에 바늘로 구멍을 뚫는다. 크랜베리는 상당히 단단한 과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즙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크랜베리는 강철로 만들어진 과일이 아니다. 꿀에 담가놓으면 당연히 과즙이 흘러나오고, 그다음 날이면 벌써 액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고생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크랜베리에 구멍을 뚫는 일은, 오븐에서 건조하고자 할 때 추천되는 방법이다. 그때는 아무래도 수분이 빨리 증발해야 하기 때문에 구멍 뚫기가 필요하고, 만일 그냥 한다면, 오븐 안에서 폭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구멍 뚫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꿀에 잴 때는 그런 번거로운 일은 사양한다.
만일 냉동 크랜베리를 사용하는 경우, 크랜베리가 너무 차가우면 꿀이 들어가다가 굳어버려서 잘 안 들어가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크랜베리를 한 켜 넣고, 꿀을 다시 그 위에 좀 넣고, 다시 크랜베리를 넣고... 하는 식으로 층층이 넣으면 좀 더 수월하다.
이제 여기까지 했으면 뚜껑을 덮어서, 부엌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고, 하루에 한두 번씩 뒤집어 준다. 직사광선을 피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안 보이는 곳에 뒀다가 잊어버리는 것보다,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꿀이 골고루 크랜베리에 묻게 하는 것도 있고, 원래 과일 부분이 공기에 노출이 되면 곰팡이가 피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움직이게 해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할 일이 있다. 하루에 한 번 정도씩 트림을 시킨다. 즉, 뚜껑을 살짝 열어서 공기를 빼주는 것이다. 발효가 시작되면 이산화탄소가 왕성하게 발생을 한다. 이럴 때 뚜껑을 열어주면 "픽!"하고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만일 공기를 빼주지 않고 오랫동안 둔다면 유리병이 폭발할 수도 있다. 며칠간 여행을 가야 한다면 차라리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차가운 곳에서는 발효가 더뎌지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보통 왕성한 발효는 2~3주 정도면 진정이 된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 번씩 뚜껑을 열어줘야 하고, 볼 때마다 흔들어주지만, 발효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가스도 덜 생기고, 며칠 동안 흔들어 주지 않아도 곰팡이가 피지도 않는다. 안정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크리스마스 때에 어딘가에 선물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그때쯤이면 발효가 진정이 되어서, 안심하고 밀봉하여 선물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들어서 3번을 만들었는데, 6월 말에 만든 것, 8월 중순에 만든 것, 그리고 10월 말에 만든 것이 있어서 오늘 비교를 해봤다.
두 주일 된 것은 아직 굉장히 새콤하면서 아삭했고, 두 달 된 것은 제법 단맛이 나지만 수분이 빠진 쫄깃한 맛이었다. 눈으로 봐도 쪼글쪼글하다. 다섯 달 된 것은, 다시 수분을 머금게 되면서 색이 진해진다. 입 안에 넣으면, 달콤하면서도 풍미 있는 과즙이 부드럽게 터진다.
나는 두 가지 재료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지만, 좀 더 다른 풍미를 내고 싶다면, 발효 과정에 약간의 향신료를 첨가해도 좋다. 생강을 한 조각 저며서 넣거나, 계피 조각을 넣어도 좋다. 팔각을 넣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에 맞추면 된다.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새콤 달콤한 맛이어서 어디든 잘 어울린다. 디저트로 따지면, 아이스크림이나 티라미슈, 팥빙수 등 여러 가지 위에 얹으면 그냥 다 잘 어울린다. 서양식 닭요리나 칠면조 등에는 곁들이는 크랜베리 소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빵 위에 크림치즈 바르고, 그 위에 얹어도 좋고, 샐러드에 조금 뿌려 넣어도 예쁘고 맛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작은 유리병에 담아서 어딘가 선물을 해도 예쁘다는 것이다. 발효식품이어서 완성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받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초록색 리본이라도 묶어서 선물한다면 색상도 시즌에 딱 맞으니 더욱 좋을 것이다.
재료:
크랜베리
생꿀(raw honey)
만들기:
1. 유리병을 소독한다.
2. 크랜베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닦은 후 병에 담는다. 냉동 크랜베리는 그대로 담는다.
3. 크랜베리가 덮일 만큼 꿀을 부어준다.
4. 뚜껑을 닫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둔다.
5. 매일 한두 번씩 흔들어 주거나 뒤집어 주고, 가스를 빼준다.
6. 먹고 싶은 때 조금씩 꺼내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