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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Nov 15. 2021

냉동고 털이용 갈비찜

설탕 안 넣고, 쉽고 맛있게 몸보신 하자

요새 오마이뉴스에 글을 같이 올리느라, 그쪽에 포스팅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때로는 브런치 포스팅이 많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 전용으로 간편한 레시피 하나 부지런히 적어보았다. 아무래도 이런 레시피는 어차피 기사도 될 수 없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소고기 반마리 구입했는데, 작년에 산 고기가 아직 좀 남은 것은 안 비밀! 주로 다짐육이 많이 남았지만, 약간의 로스트 부위들도 남았다. 그래서 요새 그것들을 털고 있는데, 어제는 남편이 갈비를 들고 올라왔다. 1kg짜리가 자그마치 세 뭉치나 되었다. 


처음엔 손질을 해서 바비큐로 구워 먹을까 싶었지만, 덩어리 고기 얇게 저며 손질하기 귀찮은 마음이 올라왔다. 남편은 슬로우 로스트를 할까 했지만, 막상 고기를 보는 순간, 오랜만에 갈비찜을 먹고 싶어 졌다. 그래서 얼른 선수를 쳤다.


"이걸로 내가 한국식 비프 부기뇽(Boeuf Bourguignon) 해줄까?"


물론, 이름만 들어도 맛있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프랑스 요리인 비프 부기뇽보다 더 맛있게 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목초사육 소고기 갈비를 사용함으로써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고기는 냉동이었기 때문에, 일단 어느 정도 해동이 되기를 기다렸다. (사실 이걸 포스팅할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정샷이 거의 없다.) 빨리 녹지 않으니 찬 물에 담가서 잠시 두었다. 그리고는 거의 해동이 다 되어갈 무렵에 베이킹 소다를 푼 물에 30분간 담갔다. 


베이킹 소다 연육 작용 포스팅 :


그리고는 건져서 여러 번 깨끗하게 씻어줬다. 씻을 때마다 베이킹소다 섞인 핏물이 넉넉히 나왔다. 한 대여섯번 정도 씻어주고는 채반에 걸어놓고 한 시간 정도 핏물을 뺐다. 그동안 남편이 해준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이 브라치올레 역시 냉동고 털이용으로 만든 사태롤이다. 거기에 파스타를 해서 얹었더니 일품이었다.(https://brunch.co.kr/@lachouette/403)


남편의 브라치올레(bracciole)는 위의 링크 참조^^


서양식으로 잘라진 갈비 덩어리는 살이 길게 붙어있어서 한국식 모양이 되도록 한 덩이씩 잘라서 손질을 했다. 겉에 너무 크게 붙은 기름덩어리는 제거하고 비슷한 크기가 되도록 만들었다. 


계속 핏물이 더 빠지게 두면서, 조림장을 준비했다. 맹물을 타도 되지만, 멸치 육수를 사용하면 훨씬 감칠맛이 난다. 다시용 국멸치디포리, 보리새우 등을 넣어서 육수를 좀 내줬다. 남은 것은 뒀다가 나중에 떡볶이를 하거나 된장찌개를 끓이면 좋으니 여유 있게 끓였다. 국물이 우러나온 다음에 건더기는 건져버리고, 육수만 100ml 정도 볼에 담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소주를 사용했지만, 여기는 소주가 귀하므로 집에 흔한 와인을 넣었다. 고기니까 레드와인을 역시 같은 양 부어줬다. 그러면 멸치육수에서 나는 약간의 비릿한 향은 바로 잡힌다. 다음에 양조간장을 200ml 넣어줬다. 즉, 1:1:2인 셈이다. 이제 마늘 1통 다져서 넣고, 후춧가루 대충 뿌리고는 고기를 집어넣었다. (사실 내 손은 고기를 만지고 있었으므로, 위의 재료들은 남편이 옆에서 넣어줬다) 이제 고기는 손으로 조물조물, 고기에 간장물이 고루 묻도록 여러 번 뒤집어 줬다.


저 뒤로 잘박한 조림장이 보인다. 배는 대충 잘게 썰어서 고루 퍼지라고 먼저 깔아 줌


냉장고에 있던 배 반쪽을 잘게 썰어서 그 위에 뿌려주고, 양파도 넣었는데, 이번 양파가 너무 커서 반개 정도만 가늘게 채 썰어서 위에다가 얹었다. 배나 양파는 믹서기로 곱게 갈아서 넣어도 되지만, 사실 푹 익히면 모두 다 녹아내리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공을 들을 필요가 없다. 도 대략 썰어서 넣고는 뚜껑을 덮어서 냉장고로 들어갔다. 잘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이라고 느지막이 일어나서 이것저것 다른 할 일을 하다가, "아차! 어제 갈비 재어 뒀지!" 생각이 나서 얼른 꺼내와서 냄비에 담았다. 전날 남편이 사용하고는 씻어둔 르쿠르제를 사용하니 사이즈가 딱 맞았다. 소스가 좀 많은가 싶었지만, 어차피 한참 끓여야 하므로, 모자라서 타는 것보다 낫다.


옮겨 넣고 끓일 준비 완료


뚜껑을 덮어 센 불로 바글바글 끓어오를 때까지 끓이고는 불을 줄이고 뭉근하게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차! 표고버섯을 넣었어야지! 괜찮다. 어차피 아직도 한참 남았으니까. 그래서 표고를 얼른 예닐곱 개 꺼내서 물에 불려서 채 썰듯 썰어서 넣었다. 역시! 표고가 들어가니 냄새가 확 바뀐다. 그렇게 해서 간혹 뚜껑을 열어보면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끓였다. 


한 점 꺼내서 먹어보니, 음! 맛있다! 아직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하겠지만, 일단 여기서 불을 꺼도 좋다. 나는 잠시 갈등했다. 이걸 이대로 밖에 내놓고 식혀서 기름을 굳히고 걷어낸 다음에 다시 끓일 것인가, 아니면 귀찮으니 이대로 그냥 갈 것인가... 나는 원래 갈비는 대략 입 안에 기름이 쩍 하고 붙어 줘야 맛있다고 느끼는 기름파지만, 그래도 기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풍미가 덜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조금만 걷어내기로 했다. 


1차로 1시간 반 끓인 후, 기름을 걷어내려고 째려보는 중


이 부분은 각자 취향에 따라서, 싹 걷어내고 싶으면 반드시 찬 곳에서 식혀서 건져내길 바란다. 나는 그냥 끓는 중에 뚜껑을 열고, 조심스럽게 위쪽에 뜬 기름들을 건져냈다. 사실 참 맛있는 기름이므로, 나는 이것을 얼려뒀다가 볶음 요리할 때 쓸 것이다. 그러면 아주 맛있기 때문이다.


소기름이 차가우면 굳으니, 굳은 채로 혈관을 돌아다닐 것이라는 착각은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체온 안에서 이 기름은 굳을 수가 없다. 또한 우리가 기름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게 혈관으로 곧장 들어가지도 않는다. 어차피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염증이 많은 경우, 그걸 치료하기 위해서 간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기름을 덜 먹어서 콜레스테롤을 조절할 수는 없다. 차라리 설탕을 안 먹는 것이 염증을 줄여서 성인병으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그게 내가 무설탕 요리를 하는 이유이다. 



아무튼, 기름을 적당히 덜어냈다면, 이제 당근을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던져 넣고, 밤도 있다면 까서 넣으면 더욱 맛있다. 좀 더 단 맛을 원한다면 대추를 넣어도 좋다. 나는 깜빡 잊고 안 넣었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이렇게 30분 정도 더 끓이면 딱 적당하게 준비가 된다.


이대로 먹어도 좋지만, 더 예쁘게 장식을 하고 싶다면, 막간에 달걀지단을 부친다. 황백을 갈라서 낮은 온도에서 부친 후에, 마름모 모양으로 썰어서 준비한다. 잣도 있으면 갓을 떼서 손질해둔다. 은행도 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집에 없어서 통과!


달걀지단을 길이로 먼저 자른 후, 사선으로 다시 잘라서 마름모를 만든다


우리는 여기까지 해놓고, 나가서 장 보고, 이것저것 볼일 보고 들어왔다. 저녁거리는 이미 준비 완료이니 마음 편하게 다니고 왔다. 갈비찜이 있다면 다른 반찬은 필요도 없다. 따끈하게 밥만 지었다. 사실 상에 김치랑 가지볶음도 올렸지만, 정말 손이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갈비를 상에 올릴 때에는, 작고 예쁜 냄비에 갈비찜을 담고, 그 위에 잣과 지단을 뿌린 후에 한번 바글바글 끓여서 따끈하게 내면 된다. 지단 위에 갈비찜 국물을 살짝 끼얹어 주면 보기도 좋다.



이렇게 해서, 남편은 계속 맛있다고 "음! 음~" 신음하며 먹었다. "밥 위에 이렇게 국물을 끼얹어도 맛있어."라고 가르쳐주니, 신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심지어 저녁을 다 먹고, 아래층 냉장고에 있던 디저트를 가지러 내려갔다 왔더니, 배 부르다고 수저 내려놨던 사람이 고기 한 점을 더 덜어서 먹고 있다가 들켰다! 이럴 때 음식 한 보람이 넘치지! 


이렇게 오늘은 쉬운 갈비찜으로 배에 기름칠 확실하게 해 줬다! 한국에서는 뉴질랜드산 소고기로 가끔 해 먹었었는데, 그것도 목초 사육 소고기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한국에 계신 분들도 가끔 몸보신이 필요할 때 해보시라고 강력 추천!





무설탕 갈비찜


재료:

갈비 3kg (다섯 근) 

베이킹 소다 60ml + 물 1리터

간장 200ml + 멸치육수 100ml + 와인(소주) 100ml

마늘 1통 / 다져서 준비

후춧가루 약간

배 1/2개 : 잘게 썰어서 준비

큰 양파 1/2, 가늘게 채 썰어서 준비

대파 2개, 대충 썰어서 준비

표고버섯 6장, 불려서 채 썰어서 준비

밤 10 알, 껍질 까서 준비

대추 5알

당근 1개, 원하는 모양으로 썰어서 준비

달걀지단, 잣, 은행 (옵션)


만들기:

1. 갈비는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서 30분간 담갔다가 건져서 깨끗하게 여러 번 씻어준다.

2. 남은 물과 핏물이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서 한 시간 정도 둔다. (여름에는 냉장고에서)

3. 취향껏 멸치육수를 낸다. (멸치 외에 보리새우, 다시마, 디포리 등등을 자유롭게 사용)

4. 갈비 물이 빠지면, 갈비뼈 부분의 한쪽에 칼집을 내서 나중에 분리하기 쉽게 해 준다.

5. 큰 볼에 간장물과 멸치육수, 술을 비율대로 섞어주고, 후추와 마늘도 넣는다.

6. 갈비를 넣고 양념이 고루 묻게 섞어 주물러준다.

7. 위에 채 썬 양파와 다진 배를 얹어주고, 대파도 얹어준 후, 뚜껑 덮어서 반나절 재어 둔다.

   밤에 작업하고 냉장고 넣어뒀다가 아침에 끓이면 좋다.

8. 위 재료를 냄비에 옮겨 담고, 위에 표고버섯도 채 썰어서 얹고 끓여준다.

   처음에는 불을 올려 바글바글 끓인 후, 온도를 낮추고 1시간 반~ 2시간 정도 끓인다.

9. 고기가 충분히 익었다 싶으면 잠시 식혀서 위의 기름을 어느 정도 걷어낸다.

   시간이 부족하면, 끓는 중에 조심스레 위의 기름을 숟가락으로 어느 정도만 떠내도 된다.

10. 이제 당근과 밤, 대추를 넣고 30분 정도 더 끓여준다. 완성

11. 상에 낼만큼 작은 냄비에 옮겨 담고, 위에 지단과 잣 뿌리고 한번 끓여 뜨겁게 해서 상에 올린다.


* 소꼬리로 하면 꼬리찜이 된다.

* 돼지갈비를 하고 싶다면, 재료에 생강을 엄지만큼 갈아서 추가하고,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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