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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06. 2021

브라치올레를 스파게티에 얹어서

냉동고 소고기 정리를 위한 레시피

얼마전 냉동고 털이로 갈비찜을 올렸는데, 거기에 사진으로 찬조 출연한 브라치올레(braciole)를 요청하신 분이 있어서 남편의 도움으로 간단히 정리를 해봤다.


냉동고에 남은 고기 중에 유일한 스테이크는 설도(flank) 부위였다. 사실 이 부위는 질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얇게 썰어서 주로 불고기감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스테이크로 먹기 때문에 제법 두툼하게 썰려서 나오는데, 연육 소를 많이 사용해서 오래 재었다가 굽지 않으면 사실 스테이크로는 질기기 쉽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조리를 시도하였다.


남편이 선택한 것은, 이름도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운 브라치올레(braciole) 였다. 이탈리어로 '둘둘 말아서 익힌 고기를 썰은 것'이라는 뜻이란다. 브라치올라가 단수형, 브라치올레는 복수형이어서 이름도 헷갈린다. 이 방식은 고기를 부드럽게 두드려서 얇게 편 후에, 치즈와 빵가루 등을 넣어서 돌돌 말아서 익히고, 나중에 썰어서 서빙하는 음식이다.


내가 이것저것 바쁜 사이에 남편은 고기를 꺼내서 자연해동을 하였다. 보아하니 고기가 상당히 튼실해 보여서 연육이 필요해 보이길래, 나서서 베이킹소다 연육을 해줬다. 남편은 타이머 맞춰두고 30분 되자 싹 헹궈내어 다음 작업으로 돌입했다.


고기 연육 시키는 남편의 손. 새끼손가락 봉숭아 물이 보인다


고기에 구멍을 뚫어서 연육 시키는 도구인데, 그걸 이용해서 정말 열심히 찔러주었다.  그러면서 고기는 점점 연해졌고, 얇아졌다.


그 위에는 치즈와 파슬리가루, 그리고 빵가루를 얹어주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빵가루 대신, 돼지껍질 튀김과자를 갈아서 뿌려주었다. 빵가루 대신 이용해서 오징어 튀김 만들고 남은 게 있었는데, 여기에 딱 적당했다.


납작하게 다독다독


그다음에는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주었다. 되도록 타이트하게 말아주는 것이 좋고, 다 된 후에는 시침실이나 면끈으로 묶어서 고정을 해준다.



이제 기름을 두른 냄비에 넣어서 겉면을 그을려준다. 대부분 서양 요리는 이런 식으로 먼저 브라운(brown) 하고 나서 뭘 해도 하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내가 글 쓴다고 딴 짓 하는 사이에 브라치올레는 어느 덧 거의 소스에 잠겨있었다. 이렇게 푹 담가서 한시간을 뭉근히 끓여준다. 그러면 토마토소스가 고기 안으로 스며들면서 풍미가 더해지고, 고기가 연해진다. 남편이 사용한 토마토 소스는 지난 가을 집에서 캐닝한 소스와 페이스트였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을 냈다.



완성 된 프라치올라를 꺼내서 차곡차곡 썰어주고, 소스에 파스타를 말아서 서빙한다.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훨씬 그럴듯 해진다.


고기는 살짝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았고, 토마토 소스와 어우러져서 촉촉했다. 위에 파르메지아노 치즈를 갈아서 뿌려주고, 파슬리까지 장식해주면, 보기에도 그럴듯한 이탈리안 저녁 식사로 손색이 없다. 이 정도면 분위기 잡는 외식을 한 셈 치는걸로...




브라치올레 스파게티

5인분, 북미 계량컵 기준 (1컵=240ml)


재료:

산적용 소고기(설도 또는 우둔살) 1근, 전체 한 덩어리로 납작하게 준비

올리브유 1큰술

빵가루 1/2컵, (또는 빵가루 대체품)

파슬리 한 줌, 잎만 모아 잘게 다져서 준비

파르마지아노 치즈, 갈아서 1/2컵

마늘 다져서 2쪽

말린 오레가노 1 작은술

소금, 후추 한 꼬집

올리브유 3큰술

양파 1개, 잘게 다져서 준비

레드와인 1/2컵

토마토소스 900ml

이탈리안 시즈닝

소금, 후추 약간

스파게티 면

파르메지아노 치즈 갈


만들기:

1. 산적용 고기를 두드려서 연육을 충분히 시키고 최대한 얇게 만든다. 

2. 그 위에 올리브 오일 1큰술을 발라준다.

3. 빵가루와 파슬리, 파마잔 치즈, 마늘, 오레가노, 소금, 후추를 볼에 넣어 섞어준 후, 고기 위에 고루 눌러준다

4. 김밥 말듯이 단단히 말아주고, 시침실이나 면실로 묶어서 고정해준다.

5. 더치오븐을 달군 후,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고기의 모든 면을 고루 그을려준다.

6. 양파 다진 것을 넣어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7. 바닥에 눌은 부분에 와인을 뿌려서 녹여주고, 토마토소스와 소금 후추 넣고 끓인다.

8. 팔팔 끓거든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어 뭉근하게 한 시간 반 정도 끓여준다.

9. 시간이 거의 다 되거든, 스파게티 면을 끓여서 준비해준다.

10. 고기가 충분히 연해지면 꺼내서 도마에서 김밥 썰듯이 썰어준다.

11. 스파게티를 그릇에 담고, 소스 붓고, 그 위에 고기를 얹어준다.

12. 위에 파마잔 치즈 간 것과 파슬리를 뿌려주고 서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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