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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09. 2021

특별한 원고료를 받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석 달이 되어온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며 미룬 것이 일 년이 넘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짧은 기간 동안 제법 많은 글을 썼고, 나름의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내가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년이 넘었지만, 대부분은 일기글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형식을 제한하거나 하지 않은 그냥 자유로운 글쓰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동호회 활동을 위한 글들, 즉, 공지사항이나 정보 제공의 글들이었지만, 역시 내가 주체가 되어서 쓰는 글이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보니 기사는 그것과는 상당히 달라야 했다. 우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참으로 길어지는데, 기사는 간략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객관적으로 써야 하고, 내 감정을 잘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반면 매번 기사마다 나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독자들은 이미 나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렇지 않다면 이전 글을 읽으며 나와 친해져 가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나는 재혼이고, 남편은 캐나다 사람이고, 둘이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진 관계라는 것을 브런치에서는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기사에는 그런 것들이 매번 들어가야 하니, 안 그래도 지면이 부족하여 내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나는 진땀을 빼기 일쑤다.


글의 톤도 달라 지기 때문에, 우선은 브런치에 초고를 적어서 저장해 두고, 같은 내용을 기사로 가져가서 다시 손을 본다. 그러면서 글은 점점 달라 지기 때문에, 두 군데에 같은 글을 올리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은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기사는 더 짧고 보여줘야 할 부분을 강조한다. 또한 기사는 편집자의 편집을 거쳐 완성된다. 제목도 더욱 기사에 맞는 스타일로 바뀌고, 경우에 따라 내용도 적당히 수정된다.


기사가 채택되어 글이 올라가면, 나는 같은 내용을 브런치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이미 제법 달라져있고, 나는 또 나름대로 이 브런치의 글도 좋아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다시 읽은 후, 좀 더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듯한 화법으로 마무리를 한다.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기에 다정함도 넣고, 장난스러운 어투도 사용한다. 나는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옥시토신 뿜뿜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만의 공간에서 부릴 수 있는 여유이며 놀이기도 하다. 




내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사를 쓰는 일은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원고료를 받는다. 제일 저렴한 원고료는 기본급 2천 원이다. 하지만 글이 메인으로 올라가면 가격이 조금씩 올라간다. 메인 아래쪽에 달리는지, 중간에 달리는지, 아니면 맨 위에 올라가는지에 따라서 최고 6만 원까지 올라간다. 기사가 선택되면 내 기사가 어디쯤 올라가는지 궁금해서 기웃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돈은 아니지만, 원고료가 올라가면 뭔가 일을 한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그런데 오늘 특별한 원고료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왔다. 좋은 기사 원고료 5,000원.


이것은 내 기사가 좋은 기사로 선정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느 독자가 내 기사를 마음에 들어 하였고, 그런 나를 응원하기 위하여 원고료를 주었다는 의미다. 앞으로 분발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기사를 읽고 기분이 좋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독자에게 받은 첫 원고료였고, 계속 열심히 써보라는 독자의 장려일 것이라는 생각이 기분이 확 좋아졌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무료신문에서 글을 보고 원고료를 주는 그 세심함과 다정함에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기발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쓰지 못한다. 시사성 있는 글을 쓰는 타입도 아니다. 나는 그냥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내 글이 독자들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읽고 나서 그냥 빙그레 웃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글을 통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진다면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보람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따로 표현하고 싶어서 글을 적었다. 굳이 클릭해서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덧글을 달아서 인사를 나눠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나는 매일 용기를 내고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소 센티해진 이 글은 기사화하지 않고 브런치에만 올릴 것이다. (아침에 읽으면 이불킥 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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