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스드 너트와 아몬드 글레이즈
캐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준비가 굉장히 바쁘다. 한해의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이다. 선물도 준비하고 집안도 장식해야 하니 참으로 분주하다. 남편은 노바스코샤에 사는 누님과 형수님께 보낼 선물을 준비하느라 두주전부터 바빴다. 우리 집은 서쪽 끝, 그분들은 동쪽 끝에 사시기 때문에, 부지런히 준비해서 부치지 않으면 제때 도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편의 마음이 몹시 분주했다.
노인들의 선물은 간직할 물건보다는 먹어서 없어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이것저것 먹을 것을 더 많이 준비했다. 선물은 한 군데로 보내고, 그러면 두 분이 만나서 함께 선물을 열고 식사를 하시기 때문에, 남편은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만든 식초와 크리스마스 푸딩, 집에서 말린 꽃차를 넣었고, 새로이 쇠간 파테도 만들고, 그리고 이 달다구리 간식도 잊지 않았다. 만들기 쉬우면서도 추억이 서려있는 우리 집의 인기 크리스마스 간식이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혼자였던 남편은 삼남매를 혼자서 키워서 출가시켰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이혼을 하게 되었고, 상황은 참으로 좋지 않았다. 일도 하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는 삶은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주변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다고 남편은 늘 감사한다.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닥치면서, 선생님들께 선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선물을 살 돈은 물론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견과류를 이용한 간식을 만들어, 예쁘게 포장하여 들려 보냈다고 했다. 선생님들의 반응이 좋았고, 바로 땡큐 카드를 받아 들고 온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꼭 이 두 가지 너트 간식을 만든다. 작년에는 코비드 때문에 가족 식사가 금지되어서, 이렇게 이것저것을 만들어 모아서 바구니에 담아서 아이들 집에 배달하였는데, 그래도 올해는 모여서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하고 있었다.(결국 다시 락다운으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누님과 형수님께는 올해에도 가지 못하니 또 선물을 준비한다.
남편이 만드는 이 견과류 간식은, 캐나디안 리빙(Canadian Living)이라는 잡지사에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나온 책자에 있는 것인데, 원 레시피는 자그마치 1977년에 출간된 것이다. 그야말로 옛날 재료로 옛맛 나는 간식인 것이다.
설명도 작은 글씨로 단 몇 줄이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간식은 달달하고 맛있다.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평소에 늘 해 먹는 것은 아니니 명절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다.
글레이즈드 아몬드(Glazed Almonds)는 버터와 설탕, 콘시럽을 넣어 끓인 후, 껍질 벗긴 아몬드를 넣어 섞어주고 굳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깨강정과 거의 비슷한 과정인데, 설탕으로 만들어서 나중에 굳으면 딱딱하게 깨 먹는 맛이 재미있다.
한 15분 정도 저으면서 끓여주다가 쿠킹포일에 펼치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려주면 단짠 간식 완성. 다 식으면 적당한 크기로 뚝뚝 분질러서 밀폐용기에 넣어두고 먹으면 된다.
그리고 이 스파이스드 너트(spiced nuts)도 만들기 쉽다. 가염 땅콩만 가지고 해도 되고, 혼합 너트류를 가지고 해도 된다. 달걀흰자를 살짝 거품을 내서 땅콩을 넣어 섞고, 다시 설탕과 계핏가루 넣어서 섞은 후, 165도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주는데, 중간에 한두 번 정도 섞어주면 좋다. 다 되면 꺼내서 뜨끈할 때 건포도를 넣고 섞어준다. 다 식을 때까지 간혹 저어주면서 습기를 빼주는데, 식고 나면 바삭한 간식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것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상자에 넣으려는 남편. 그러나 실패하고 말았다. 자식들이 고모께 전해달라고 가져온 선물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러모로 시도를 하다가 두 개의 박스에 나눠서 포장하였다.
그리고 선물의 마지막은, 우리가 사는 지역의 상록수 가지이다. 비닐 뽁뽁이 대신에 자연을 담는다. 누님의 소포에는 그 댁의 마당에서 딴 나뭇가지가 담겨서 온다. 선물 박스를 열면 향긋한 나무 향이 올라오니, 선물을 마음과 함께 담아서 자연과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것이다. 넉넉한 자연 속에서 사는 캐나다에서니까 가능한 일이리라.
남편은 발송후 바로 트래킹 체크에 들어갔다. 선물을 준비하고, 만들고, 포장하고, 발송하고, 그리고 도착까지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 이게 바로 선물의 가장 기쁜 순간들이리라. 물론, 받은 사람의 기쁜 얼굴이 그 최종 목표지만 말이다.
북미식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버터 1큰술
콘시럽 1큰술
설탕 1/3컵
아몬드 1컵, 껍질 벗긴 것
소금 1/4 작은술
만들기:
1. 두툼한 프라이팬에 버터와 콘시럽, 설탕을 넣고 녹을 때까지 중강 불로 가열한다.
2. 재료가 녹으면 아몬드를 넣고, 가끔 저어가면서 10~15분가량 익힌다.
3. 쿠킹포일을 넓게 준비한다.
4. 아몬드가 캐러멜 색이 돌면 불에서 내리고, 준비된 포일 위에 펼친다.
5. 즉시 소금을 그 위에 뿌려준다.
6. 완전히 식으면 적당한 크기로 부숴서 밀봉하여 보관한다.
재료:
땅콩 2컵 (소금 가미된 구운 것 사용)
달걀흰자 1개 분량, 가볍게 거품 내서 사용
설탕 4큰술
계핏가루 4작은술
건포도 1컵
소금 1/2 작은술
만들기:
1. 오븐을 325°F(165°C)로 예열한다.
2. 땅콩과 달걀흰자를 섞어준다. 땅콩이 골고루 코팅될 정도로 까불어준다.
3. 설탕과 계핏가루를 섞어서 땅콩 위에 뿌린다. 고루 묻도록 잘 섞어준다.
4. 베이킹 팬에 펼치고 예열된 오븐에 넣는다.
5. 중간에 한두 번 섞어주면서 20분 정도 구워준다.
6. 꺼내서 큰 볼에 담고, 건포도를 넣어서 섞어준다.
7. 소금을 뿌려 섞어주고, 완전히 식을 때까지 중간중간 섞어준다.
8.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한다.
* 사정상 써놓은지 일주일만에 올리게 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