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24. 2021

예쁘고 달콤 쌉싸름한!

오렌지 껍질로 만드는 상큼한 간식

나는 원래 무설탕 주의자인데, 이렇게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설탕 들어간 것들을 만들게 된다. 전에 올린 전통 크리스마스 푸딩도 그랬고, 남편이 연말에 만드는 너트 간식도 그랬고... 이렇게 전통 레시피들은 설탕을 대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은 그냥 눈 딱 감고 타협하는 걸로...


이번 이 오렌지 필도 그중 하나이다. 내 생각에는 이건 대체 감미료로 해도 될 거 같은데, 선물용으로 만들다 보니 역시나 실험을 할 새가 없어서 일단 설탕으로 도전해봤다.


왜 이걸 굳이 만들고 싶었느냐 하면, 


1. 딸이 예전에 어디서 먹어봤는데 무시무시하게 비싸고 맛있다고 했다. 딸이 오는 날이 코앞에 닥쳤으니 해서 먹여주고 싶었다.

2. 지난번 크리스마스 푸딩 만들 때 재료로 있던 오렌지 필을 먹어봤는데, 설탕 범벅이었지만, 그 오렌지 향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죄책감을 덜 수 있도록 집의 재료로 좀 덜 달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3. 캐나다 동부에 사시는 시누님께 보내는 꾸러미에 넣으면 예쁠 거 같아서 겸사겸사 내친김에 시작!


그래서 오렌지를 사 왔다. 이렇게 껍질을 먹는 오렌지나 레몬 같은 것들은 유기농으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겉에 묻은 농약이 훨씬 더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일반 오렌지라면, 베이킹파우더를 듬뿍 뿌려서 벅벅 문질러 씻어주고, 뜨거운 물로 다시 깨끗이 씻어주는 것이 좋다.


오렌지 껍질은 되는대로 까도 되지만, 선물용이라면 좀 예쁘게 까고 싶을 것이다. 나는 6등분 정도로 칼금을 넣어서 벗겨냈다. 인간은 도구의 동물이므로 물론 이에 특화된 도구가 있다. 이런 것을 누가 사나 싶지만, 생각해보면 내 한국 살림에도 이게 있었는데, 남편도 이미 이것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보고 한 참 웃었다.



이렇게 끝쪽을 오렌지에 꽂고 쭉 밀면 칼금이 쉽게 생긴다. 그리고 반대쪽을 껍질과 과육 사이에 밀어 넣고 훑으면 손톱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지 않고도 오렌지 껍질을 깔 수가 있다. 꼭지 부분을 먼저 좀 잘라내면 까기 더 쉽다. 텁텁한 속껍질을 벗겨낼 필요 없다. 그 부분이 좀 있어서 씹을 때 촉촉 폭신해서 좋다.


껍질을 까고 남은 과육의 일부는 즙을 낼 것이고, 일부는 음료를 만들 때 쓸 것이다. 물론 그냥 먹어도 좋다. 원래 보통은 속을 먹으려고 껍질을 까는 것이니까!


잘라낸 껍질은 가지런히 잘라준다. 대략 5등분 정도 하면 적당하다. 그러면 오렌지 1개당 30개의 오렌지 필 간식이 나온다. 선물용으로 한다면, 오렌지 2개로 3인용 선물은 될 거 같다.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준 후, 찬 물에 넣고 팔팔 끓여준다.


이것들을 냄비에 담고, 딱 잠길만큼만 물을 부어 끓여준다. 5분 정도 끓이고 물은 쏟아버린다. 이렇게 두세 번 정도 반복하면, 속껍질의 텁텁한 맛을 많이 뺄 수 있다. 끓이면 물이 노랗게 되어서 아깝다 싶지만, 향긋한 맛이 그렇게 쉽게 빠지지는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까지 했다면 준비 완료이다. 두세 번 삶아 낸 오렌지 껍질을 이제 체 걸어두고, 시럽을 준비할 차례다.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졸이면 된다. 이때, 오렌지의 맛이 더 강하게 나게 하고 싶다면, 껍질을 까고 남은 오렌지 즙을 내서 물과 섞어서 넣으면 좋다. 


액체와 설탕의 비율은 설탕:물이 1:1~2이다. 이 말은, 단 맛을 싫어하면 물이 설탕의 두배가 되면 좋고, 그래도 약간 윤기가 흐르는 예쁜 상태를 원하면 좀 더 걸쭉하게 1:1로 해주면 된다. 심하면 설탕을 물의 2배로 잡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과하게 달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물 또는 오렌지즙 믹스를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설탕을 뿌린 후, 중간 불로 녹여준다. 다 녹고 나면 거기에 오렌지 껍질을 던져 넣고 저어준다. 물의 양은 오렌지 껍질이 간신히 잠길 정도면 된다.


불을 중약불로 해서, 넘치지 않게 뚜껑을 덮고 졸여준다. 상태를 봐 가면서 끓이고, 가끔 한 번씩 저으며 상태를 보면 좋다. 시럽이 졸아들어 윤기가 날 때쯤이면 된다. 대략 40분~1시간 정도 끓이면 적당하다.


왼쪽 상태에서 오른쪽 상태가 될 때 까지 졸여준다.


이제는 건져서 식힐 차례. 물론 채반에 와르르 쏟고 나서 하나씩 펼칠 수도 있겠지만, 시럽도 꽤 남았고 딱히 그게 더 편할 것 같지 않아서 하나씩 건져서 식힘망에 얹어줬다. 이대로 어느 정도 말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건조기에 넣어서 바싹 말려버리면 딱딱하고 질겨서 못 먹는다. 실온에서 말린다면 반나절 정도면 적당하다. 밤에 만들어놓았다면, 다음날 아침에 마저 작업하면 된다. 


나는 시럽이 남은 게 아까워서, 얼마 전에 잘라놓았던 레몬과 라임을 넣어서 졸여줬다. 시럽이 남아서 아깝다면 이렇게 사용하거나, 아니면 얼려뒀다가 나중에 끓여서 재사용해도 된다.



반나절 정도 말리면 윤기가 흐르면서 예쁘게 반짝거린다. 더 예쁘게 만들려면 이 상태에서 설탕에 굴리기도 한다. 맛이 궁금하면 일단 먹어보시라. 약간 쫄깃하면서 질기지 않으면 된다. 사실 이 상태에서 그대로 먹어도 된다. 하지만 초콜릿을 입히면 열 배 이상 맛있어진다. 


서로 겹치지 않게 펼쳐서 완전히 식힌다.


이제 초콜릿을 녹여준다. 나는 베이킹용 100% 다크 초콜릿을 사용했는데 어차피 오렌지 껍질을 설탕에 절인 것이어서 초콜릿이 달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난다면 대략 70% 정도를 사용해도 좋다. 중탕으로 녹여도 좋고, 간편하게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좋다. 


단, 두 가지를 주의한다. 초콜릿은 미리 작은 사이즈로 잘라서 준비한다. 그래야 골고루 빨리 녹는다. 또 한 가지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한꺼번에 1분씩 돌리지 말고, 20초 정도 돌리고 꺼내서 섞어주고, 다시 20초... 이런 식으로 반복한다. 안 그러면 쉽게 타버리고, 일단 타고 나면 쓴 맛이 난다.


예쁘게 하려면, 손가락으로 잡아서 하나씩 초콜릿을 입혀준다. 그러면 오렌지색이 갈색 초콜릿과 만나서 투톤이 되면서 눈의 즐거움을 상승시킨다. 초콜릿을 입힌 오렌지 껍질은 유산지 위에 나란히 늘어놓고 말린다. 식힘망 같은 곳에 올려놓으면 다 달라붙는다. 반드시 유산지를 사용하여야 나중에 깨끗이 떨어진다. 


다 마르고나면 유산지에서 쉽게 떨어진다. (오른쪽 아래)


예쁜 투톤 색감을 포기하면 좀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 초콜릿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집어던져 넣고 젓가락으로 건져서 놓으면 된다. 초콜릿이 너무 많이 묻는다면 많이 식은 것이니 초콜릿이 담긴 볼을 중간에 전자레인지에 한번 더 녹여준다. 오렌지 껍질에 초콜릿이 과하게 묻었다고 젓가락으로 막 긁어내면 예쁘게 코팅이 안 되고 나중에 허옇게 오렌지 설탕물이 바깥으로 보인다. 그러나 맛에는 상관이 없다.


빨리 굳힌다고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실온에서 굳히는 것이 더 좋다. 빨리 굳히면 손으로 만졌을 때 더 빨리 녹기 때문이다. 급하게 생긴 결정의 입자가 커서 그렇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온에서 완전히 굳히기를 추천한다.


완성 후에는 밀봉해서 냉장 보관하면 한 달은 너끈히 먹을 수 있다. 선물할 때에는 투명한 비닐에 넣고 리본으로 묶으면 예쁘다. 아니면 작은 상자에 담아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한 없이 집어먹게 되는 고급진 맛의 간식이다. 


결론은? 누님께서 자기 이거 좋아하는 거 어찌 알았냐는 반응이 나왔고, 딸래미는 엄지척 들면서 바로 이 맛이라고 들락날락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니 성공이다. 단거 잘 안 찾는 나도 자꾸만 손이 가니 너무 자주 하면 안 되겠다! 하하!




초콜릿 오렌지 필(Chocolate Covered Orange Peels)

대략 150개 분량


재료:

오렌지 5개

오렌지 즙 1컵

물 1컵

설탕 1~2컵

다크 초콜릿 500g (70% 이상, 100%도 괜찮음)


만들기:

1. 오렌지 껍질을 벗긴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2. 냄비에 넣고, 찬물을 잘박하게 담은 후 5분 정도 팔팔 끓여준다. 

3. 체에 받혀내고, 다시 물 부어 끓여서 버리기를 2~3회 반복한다.

4. 체에 걸러주고, 물이 빠지는 동안 오렌지 즙을 짠다.

5. 오렌지 즙 1컵과 물 1컵을 섞어주고, 설탕을 넣어 불을 켠다.

6. 설탕이 다 녹아 시럽이 되면 오렌지 껍질을 쏟아 넣고, 고루 묻게 저어준 후 졸여준다.

7. 40분~1시간 정도 졸이고 나서 건져낸다.

8. 식힘망에 낱낱이 떼어서 올리고, 남은 시럽이 떨어져 내리고 완전히 식도록 기다린다.

   건조기에 돌리거나 하지 않는다. 너무 말리면 딱딱해진다. 4시간~반나절 정도면 적당하다

9. 겉면의 설탕이 어느 정도 굳으면, 초콜릿을 준비한다.

10. 초콜릿은 잘게 썰어서 중탕으로 데워주거나 전자레인지로 녹여준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에는 한 번에 많이 돌리지 말고, 20초씩 돌리고 저어주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쉽게 타버린다.

11. 쟁반에 유산지를 깔고 하나씩 집어서 초콜릿에 적신 후 건져 놓는다.

12. 완전히 마르면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고, 한달 이내에 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표 크리스마스 간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