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들으면 그만이지~
나는 그동안 영어수업을 온라인 게시판으로만 했었는데, 요새는 영상통화로 진행을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느슨해지지 않게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발음을 직접 교정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더 맞는말이다. 아주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수업의 주된 목적은 수강생들의 발음을 교정해서, 그들이 영어로 말을 할 때, 상대방이 그 말을 알아듣게 하는 데에 있다.
영어 발음은 얼마나 중요할까? 나는 절대로 우리가 원어민처럼 발음을 구사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쇼핑하고 싶다면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다. 다만, 외국에 살고 있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발음은 낼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본인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삶도 더 윤택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발음에 얽힌 사연은 정말 많다.
흔한 얘기로, 비행기에서 아이한테 주려고, "밀크 플리즈" 했는데, 스튜어디스가 죽어도 못 알아들어서 결국 못 먹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그럴 때에는 "미역 플리즈"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 신박한 조언까지 들려온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그런데 실제로 그렇다! 미역 플리즈라고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마술이 펼쳐진다.
또, 라떼 라지를 주문했는데, 계속 해서 못 알아듣는 바람에 라지 사이즈라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못 알아들어서 결국은 미디움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같이 황당하지만, 내 주변에서도 여러번 들은 실화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번개같이 빠르게 말 하는 원어민들 틈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되고 움츠러들게 마련인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상대방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일이 발생되면 더욱 의기소침해진다. 그래서 아예 대화를 포기하고 한인들만 만나며 십년 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애써 무시하려해도 영어는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돌맹이같다.
하다못해, 전화(phone)나, 커피(coffee)같은 완전 기초적인 단어들까지 상대가 못알아듣게 되어버리면, 전의를 상실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했었다는 사람 조차 커피 주문에 실패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러면 도대체 왜 이렇게 쉬운 단어들조차 원어민들은 못 알아들을까?
영어와 한국어는 구조적으로 소리 내는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도 역시 똑같이 고전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재능도 필요하긴 하다. 그리고 어려서 배우면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영어가 가진 발음 습관에 저절로 익숙해지는 시간이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는 방식을 찾아서 연습하고, 굳어진 습관을 교정하다보면, 그들이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고, 자신의 어눌한 발음도 드디어 그들이 알아듣기 시작한다. 매일 5분 수업으로 단 3개월만에 발음이 확 바뀌는 것을 보면 나도 가르치는 보람이 느껴진다.
물론, 5분 수업만으로 좋아질리는 없다. 5분 동안 배우고 교정 받은 3 문장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내 입과 귀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고 훈련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며, 차이를 모르는 채 반복하여 잘못된 습관을 입에 굳히는 것보다 안전하고 빠르다.
처음에는, 혼자라도 열심히 따라하다보면 저절로 잘 될거라고 믿고, 수강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영화 영어 배운 것을 혼자 따라읽고 녹음을 해서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조차도 그들이 읽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아듣기 힘든 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발음은 중요하다. 원어민처럼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원어민들의 발음을 알아들어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영수증(receipt) 하나 받자고 점원과 몇분씩 실랑이를 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발음하는 데에 있어서 (내가 사는 북미를 기준으로 해서) 어떻게 하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지에 관해서 나름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억양과 강세, 음절, 그리고 치명적인 발음 오류들을 꼭 필요한 순서대로 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영어를 이미 어느 정도 잘 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분들이 좀 더 자신감있게 영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표지사진: Unsplash의 freestocks